영화 · 2026

오케이 마담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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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꼭 모성이라고 해야 하나

무뚝뚝· 2026. 10. 11.· 3,088자

코믹 액션이라고 하면 나는 일단 의심을 해요. 웃기면서 때리겠다는 거잖아요. 둘 다 잘하기가 쉽지 않거든. 보통은 웃기다가 때릴 때 김이 새고, 때리다가 웃길 때 또 새요. 그래서 별 기대 없이 봤어요.

그런데 이 영화는 하나를 안 해요. 주인공을 근사하게 안 만들더라고. 시장에서 장사하는 여자가 있어요. 남편은 벌이가 없고, 딸은 중학생이고, 가게는 곧 접게 생겼어요. 거기로 결혼식 초대장이 한 장 와요. 가족이 크루즈를 타고, 배에 강도가 들고, 이 여자가 예전에 하던 일을 다시 해요. 그게 다예요.

앞에 한 편이 있었대요. 그때는 비행기 안이었고 이번엔 배예요. 여섯 해 만에 다시 만든 거라고 하고. 나는 속편이라는 걸 또 의심해요. 돈이 되니까 또 하는 거 아니에요. 그런데 돈 벌려고 하는 게 뭐가 나빠요. 일이 그런 거지.

나는 이 사람이 뭘로 먹고사는지가 제일 궁금했어요. 영화는 그걸 자꾸 전직이라고 불러요. 전직 요원. 전설. 말은 좋지. 그런데 전설로는 월세가 안 나가잖아요. 가게 접네 마네 하는 사람한테 전설이 무슨 소용이에요. 그 여자는 그냥 장사하는 사람이었어요.

남편도 일이 없어요. 전에 국정원에서 내근을 했대요. 지금은 다시 들어가 보려고 기웃거리는 중이고. 그러니까 둘 다 벌이가 시원치 않은 집이에요. 그런데 영화가 이 집을 가난하게 그리지는 않아요. 불쌍하게도 안 그려요. 그냥 돈이 없는 집으로 둬요. 나는 그게 제일 마음에 들었어요.

그 남자는 체면을 잘 못 버려요. 전에 좋은 데 다녔다는 생각이 남아 있거든. 밖에서는 작아지고 집에서는 큰소리를 쳐요. 밉다기보다 안쓰럽죠. 그래도 식구가 위태로워지면 몸부터 던지고 봐요. 그런 사람들 있어요.

이 영화를 소개하는 말에 현생 탈출이라는 게 있어요. 틀린 말은 아닌데 아무 말도 아니잖아. 현생은 탈출이 안 돼요. 배를 타도 따라와요. 가게 문 닫고 나와도 월세 날짜는 그대로 오고. 탈출시켜 줄 거면 며칠 푹 재워 주는 게 낫지. 그게 진짜 휴가예요.

시작이 남의 결혼식인 것도 재밌어요. 예전에 알던 사람이 배에서 한다고 청첩장을 보내요. 남의 결혼식 가는 거 그거 일이에요. 옷 꺼내야지, 봉투 넣어야지, 하루 비워야지. 좋은 데서 한다고 하면 더 그래요. 가서 즐기라는 건지 보태 달라는 건지 모를 때가 있잖아요.

딸은 중학생이에요. 엄마하고 말을 잘 안 해요. 그런 집 많아요. 나는 밤거리에서 아버지가 딸 어깨를 감싸고 서 있는 장면을 좀 오래 봤어요. 아버지는 겁먹은 얼굴이고, 딸은 가만히 있어요. 뭘 말하지도 않고 끌어안지도 않아요. 그 정도가 딱 맞아요.

오케이 마담2 스틸컷

배는 커요. 세트가 아니라 진짜 배에서 찍었대요. 그래서 복도가 좁고 계단이 많아요. 사람이 뛰면 소리가 울려요. 호텔처럼 꾸며 놨는데 결국 쇳덩어리잖아요. 도망칠 데가 없다는 걸 화면이 계속 알려 줘요. 그 답답한 게 이 영화에는 맞았어요.

그 배우를 오랜만에 봤어요. 참 잘하더라고요. 뭘 더 해서 잘한 게 아니에요. 덜 해서 잘한 거지. 무서운 일을 당하는데 무서운 얼굴을 길게 안 해요. 울 자리에서도 질질 안 끌고. 나는 그런 걸 보면 마음이 놓여요.

울리려고 작정한 자리도 한둘 있어요. 그런 자리는 멀리서도 보여요. 울어라, 울어라, 하면 나는 오히려 식거든. 그런데 거기 오래 머물지는 않더라고. 금방 다음 일로 넘어가요. 그 점은 좋았어요.

사람들이 자꾸 엄마라서 강해졌다고 해요. 나는 그 말이 좀 그래요. 그 여자는 원래 잘했어요. 애를 낳아서 세진 게 아니라, 세던 사람이 애를 낳은 거지. 순서를 바꾸면 그 사람이 평생 익힌 게 다 없어져요. 힘든 거하고 대단한 건 다른 거예요.

그런데 영화도 뒤로 가면 그 말을 하고 싶어 해요. 엄마라서, 하는 쪽으로 기울어요. 거기서 나는 좀 식었어요. 이십 년 쓴 손이 있는데 그걸 굳이 모성이라고 부르더라고. 그렇게 부르는 순간 그 손이 공짜가 돼요. 애 때문에 그랬다고 하면 다들 좋아하니까. 나는 그게 아까웠어요.

자아를 찾는 이야기라는 말도 들었어요. 나는 그 말이 어렵더라고. 찾긴 뭘 찾아요. 하던 걸 다시 한 거지. 손에 붙은 건 안 없어져요. 안 쓰고 있었을 뿐이에요.

상대편 여자가 재밌어요. 이 사람은 주인공을 동경했던 쪽이에요. 닮고 싶어서 따라 하다가 결국 맞은편에 섰고. 금색 권총을 들고 조종실에 서 있는데, 얼굴이 신나 보이지는 않아요. 동경하던 사람을 이겨야 하는 자리는 원래 신이 안 나요. 이 사람도 자기 일을 하는 중인 거예요.

오케이 마담2 포스터

여자 둘이 붙는 장면이 꽤 길어요. 맨몸으로도 붙고 물속에서도 붙어요. 요즘은 이런 걸 흔하게 보는 것 같지만, 끝까지 둘이 끌고 가는 영화는 생각보다 적어요. 나는 그게 대단해서 좋았다기보다. 일하는 사람 둘이 일하는 것 같아서 좋았어요.

웃기려고 만든 자리는 좀 많아요. 나는 그중 몇 군데에서만 웃었어요. 웃음은 억지로가 안 되거든. 때릴 때는 때리고 웃길 때는 웃기는데, 그 둘이 번갈아 오면 사람이 좀 지쳐요. 그래도 백여덟 분이에요. 두 시간을 안 넘긴 건 고마웠어요.

배 주인으로 나오는 여자도 있어요. 표정을 거의 안 바꿔요. 나는 그런 얼굴을 알아요. 성격이 그런 게 아니라 그렇게 있어야 되는 자리라서 그래요. 오래 그러고 있으면 나중엔 진짜로 표정이 잘 안 나와요. 그 사람은 끝까지 안 웃어요.

이 집은 결국 서로한테 돌아와요. 좁은 부엌에 둘이 앉아 있어요. 남자가 여자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요. 나는 거기서 좀 웃었어요. 바다에서 총 쏘고 물에 빠지고 다 한 사람들이 하는 게 결국 저거잖아요. 사람이 그래요. 제일 큰일을 치르고 나면 제일 시시한 걸 해요.

그럼 그 여자가 억울한가, 하면 글쎄요. 잘하는 걸 숨기고 산 세월은 아깝죠. 그런데 숨긴 덕에 애가 저만큼 컸잖아요. 하나를 하면 하나는 못 해요. 나도 그랬고. 그게 억울한 건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나는 이런 영화를 볼 때 자꾸 뒷일을 생각해요. 저 사람들 돌아가면 가게는 어떻게 되나. 딸은 또 방문을 닫을 테고. 남자는 또 어디 넣어 보겠다고 하겠죠. 큰일이 지나가도 살림은 그대로 거기 있어요. 영화는 거기까지는 안 보여 줘요. 안 보여 주는 게 맞기도 하고요.

배울 건 없어요. 그냥 저렇게 사는 사람도 있구나, 하면 돼요. 영화가 끝나고 나는 창문을 열었어요. 바닷바람은 아니고 그냥 밤바람인데. 그 정도면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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