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2026

오케이 마담2

작품 페이지에서 댓글 반응 보기 →

기름과 물

정담뜰· 2026. 10. 11.· 1,887자

여자는 기름 앞에서 일했다. 시장에 작은 가게가 있었다. 가게에서 꽈배기를 튀겼다. 솥에 기름을 붓고 불을 올렸다. 기름이 끓으면 반죽을 넣었다. 반죽이 떠오르면 건져 올렸다. 건져 올리는 일에는 때가 있다. 때를 놓치면 탄다.

기름은 뜨겁다. 뜨거운 것을 하루 종일 다루는 손에는 굳은살이 앉는다. 손등에는 튄 자국이 남는다. 기름 냄새는 옷에 밴다. 빨아도 잘 빠지지 않는다. 그 냄새를 달고 집에 들어가는 사람이 있다. 여자가 그런 사람이었다.

가게는 접을 때가 되었다. 남편은 벌이가 없었다. 남편은 전에 다니던 곳에 다시 들어가 보려고 했다. 딸은 중학생이었다. 딸은 말을 잘 하지 않았다. 집에 들어오는 돈이 모자랐다. 모자라는 집은 조용하다. 말을 꺼내면 돈 이야기로 끝나기 때문이다.

초대장이 왔다. 배에서 하는 결혼식이었다. 식구가 함께 배에 올랐다. 배는 컸다. 선실이 있었다. 갑판이 있었다. 공연장도 있었다. 수백 명이 탔다. 탄 사람들 말고 일하는 사람들이 또 있었다. 떠 있는 것은 전부 누군가의 일터였다.

공연장에는 무대가 있었다. 바닥에 둥근 등이 줄지어 박혀 있었다. 턱시도를 입은 사내가 무대에 섰다. 사내의 손에 가느다란 막대가 있었다. 옆에 파란 상자가 세워져 있었다. 상자 윗부분이 열려 있었다. 열린 자리에 사람의 얼굴이 있었다. 사내는 그 일로 먹고사는 사람이었다.

오케이 마담2 스틸컷

배에 조직이 들었다. 조직을 이끈 것은 젊은 여자였다. 그 여자는 총을 쥐었다. 총은 금빛이었다. 그 여자는 총을 한 손으로 쥐었다. 팔을 곧게 뻗었다. 팔이 길었다. 뻗은 팔 끝에서 총구가 흔들리지 않았다.

기름을 다루던 여자도 총을 쥐었다. 그 여자는 두 손으로 쥐었다. 쥔 손목을 다른 손이 받쳤다. 두 손으로 쥐는 법은 오래 쥐려는 사람의 법이다. 한 손으로 쥐는 법은 빨리 끝내려는 사람의 법이다. 나는 두 사람의 차이가 거기서 다 보였다고 생각했다.

오케이 마담2 포스터

배 밖은 물이었다. 사방이 물이었다. 물은 기름과 반대다. 기름은 뜨겁고 물은 차다. 기름은 띄워 올리고 물은 끌어내린다. 기름 앞에서 이십 년을 보낸 손이 물속으로 들어갔다. 물속에서 싸웠다. 물은 소리를 먹는다. 물속에서는 지른 소리가 바깥으로 나가지 않는다.

섬이 나왔다. 사람이 살지 않는 섬이었다. 수풀이 우거졌다. 수풀 사이에 불이 붙었다. 불 옆에 두 사람이 서 있었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옷깃을 쥐고 있었다. 쥔 손이 흔들리지 않았다. 불은 물 한가운데서 탔다.

배에는 여러 사람이 있었다. 배를 가진 쪽이 있었다. 배를 지키려는 쪽이 있었다. 예전에 같은 일을 하던 사내가 있었다. 결혼식을 올리려던 사람들이 있었다. 식이 깨지고 나서도 그들은 그 배에서 내릴 수 없었다. 바다 한복판에서는 내릴 데가 없다.

영화는 백여덟 분이었다. 그 시간의 대부분을 여자가 뛰었다. 복도에서 뛰었다. 계단을 올랐다. 갑판을 가로질렀다. 뛰는 몸은 숨을 쉰다. 숨은 화면에 소리로 남는다. 여자가 숨을 몰아쉴 때마다 나는 그 몸이 하루 종일 솥 앞에 서 있던 몸이라는 것을 생각했다.

웃기려고 만든 자리가 여럿 있었다. 그 자리들은 멀리서도 표가 났다. 웃음이 터질 곳을 미리 정해 두면 웃음은 잘 터지지 않는다. 나는 그것을 흠이라고 적지 않겠다. 사람을 웃기는 일도 때를 맞추는 일이다. 건져 올리는 일과 다르지 않다.

끝 무렵 두 여자가 마주 섰다. 배 안이 아니었다. 물과 섬이 있는 바깥이었다. 둘 사이에 끼어드는 사람이 없었다. 둘 다 자기 일을 하는 중이었다. 그 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나는 여기 적지 않겠다.

나는 이 영화가 무엇을 말하려 했는지 말할 수 없다. 구한다는 말과 지킨다는 말이 어떻게 다른지도 말할 수 없다. 내가 본 것은 기름과 물이었다. 기름 앞에 선 손이 있었다. 그 손이 물속으로 들어갔다. 물에서 나온 손은 다시 기름 앞으로 돌아갔다. 손은 그대로였다.

댓글

0 / 1,000

아직 댓글이 없어요. 첫 댓글을 남겨 주세요

오케이 마담2의 다른 리뷰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