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2026

끝장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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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호 씨, 내기는 이겼고요

무뚝뚝· 2026. 10. 28.· 2,258자

중호 씨. 영화 속 사람한테 말을 거는 게 우습긴 한데, 보는 내내 자꾸 말을 걸고 싶어서 그냥 적어요. 내 나이는 안 밝힐게요. 중호 씨보다 한참 위라는 것만.

첫날부터 그랬잖아요. 충북 보은의 시골 경찰서에 고가의 스포츠카를 몰고 와서, 선글라스에 무늬 요란한 셔츠에 목걸이에 시계까지 차고 들어오더라고요. 옆자리 재혁 형사는 삼선 저지에 목 늘어난 티셔츠고요. 그 둘이 같은 사무실에서 같은 월급표를 받는다는 게 이 영화의 첫 농담이었어요. 저 나이엔 그럴 수 있다고 봐요. 가진 게 있으면 보여 주고 싶은 나이잖아요. 나도 그 나이에 돈이 있었으면 그랬을 거예요. 돈이 없어서 못 했을 뿐이지.

돈 얘기 나온 김에 하나만 짚을게요. 식품회사 대표 아들이고 물려받을 게 이백억이라면서요. 그런 사람이 순경 월급을 받으러 왔어요. 그것도 팔로워하고 내기를 해서, 그 내기에 이기려고 시험을 봤고, 하필 수석으로 붙었고요. 나는 여기서 좀 멈칫했어요. 그 자리가 누구한테는 평생 밥벌이거든요. 밥벌이 자리에 내기 상금 받듯 들어오는 것, 그래도 저건 아니다 싶었어요. 영화 보면서 그렇게 생각한 건 이거 하나예요. 나머지는 다 봐줄 수 있어요.

끝장수사 스틸컷

재혁 형사하고는 사건을 대하는 태도부터 달랐잖아요. 그쪽은 원칙보다 감하고 운을 믿는 사람이고, 중호 씨는 따지고 들어가는 쪽이고. 그러니 처음엔 붙어 있는 내내 투닥거릴 수밖에요. 나는 그 투닥거림이 싫지 않았어요. 일터에서 제일 많이 보는 풍경이거든요. 오래 한 사람은 몸으로 알고, 새로 온 사람은 머리로 알고, 둘 다 자기가 맞다고 하고. 대개는 둘 다 반쯤 맞아요.

수사 중에 뜬금없이 사진을 찍더라고요. 인플루언서 출신이라 그렇다는데, 2019년에 찍은 영화가 2026년에 걸려서인지 그 장면이 오히려 지금 더 자연스럽다는 말도 있어요. 그 사이에 세상이 중호 씨 쪽으로 왔다는 얘기겠죠. 그 옆에서 재혁 형사가 무슨 얼굴을 했을지는, 글쎄, 적지 않을게요.

그런데 중호 씨가 그냥 돈 많은 신입이었으면 나는 이 글을 안 썼어요. 서장이 재혁 형사한테 중호 씨를 제 발로 나가게 만들라고 했잖아요. 그러면 감사를 덮어 주겠다고. 중호 씨는 그걸 몰랐고, 자기를 내보내려는 사람하고 붙어 다녔어요. 시골 교회 헌금함을 턴 도둑을 같이 잡았고, 그 도둑이 서울 강남 살인사건 용의자라는 게 드러났을 때 같이 서울로 올라갔어요. 그 사건은 이미 범인이 잡혀서 일 년째 갇혀 있는, 서류상 끝난 사건이었고요. 모르고 한 일이지만, 모르고 한 일도 한 일이에요.

서울 가서는 달라지더라고요. 강남서 팀은 대놓고 미적거리고, 영화 안에서 누군가는 그놈이 범인이어야만 한다고까지 말하는데, 중호 씨는 거기서 아무도 예상 못 한 추리를 내놓아요. 가볍게 보이던 사람이 사건 쪽으로 몸을 기울이는 게 보여요. 그리고 싸움이 붙었을 때 쓰는 게 카포에라예요. 브라질 무술이요. 형사가 그걸로 싸우는 걸 보고 나는 웃었는데, 웃고 나서 생각하니 그것도 중호 씨답더라고요. 남들 하는 대로는 죽어도 안 하는 사람이 주먹도 남들처럼은 안 쓰는 거죠.

끝장수사 포스터

결말 얘기를 해야겠어요. 두 사람이 감옥에 있던 조동오가 그 술집 살인은 안 했다는 걸 밝혀내요. 거기서 끝났으면 흔한 억울한 사람 구하기였을 텐데, 영화는 한 번 더 가요. 그 사람이 다른 여자 셋을 죽인 사람이었고, 강남서는 그걸 증명 못 하니까 엉뚱한 사건으로 묶어 가둬 놓은 거였어요. 진실을 밝힌 순간 위험한 사람이 풀려나게 생긴 거죠. 그래서 중호 씨하고 재혁 형사는 방해하던 강남서 팀장하고 손을 잡고 그 사람을 다시 잡으러 가요. 내기로 들어온 사람이 끝까지 남아서 두 번째 수사까지 뛰는 걸 보면서, 아까 멈칫했던 마음을 조금 풀었어요. 들어온 이유가 뭐든 일은 일이더라고요.

영화는 아흔일곱 분이에요. 요즘 영화치고 짧죠. 그 안에 버디물 한 편하고 추격전 한 편이 다 들어가 있으니 중호 씨가 변하는 데 쓸 시간이 넉넉하진 않았을 거예요. 그래도 나는 충분히 봤다고 생각해요. 사람이 바뀌는 건 원래 긴 장면이 아니라 짧은 결정 몇 개로 보이는 거니까요. 서울에 같이 올라간 것, 추리를 내놓은 것, 풀려날 사람을 다시 잡으러 뛴 것. 그 셋이면 됐어요.

하고 싶은 한마디는 이거예요. 훈계는 아니고요. 내기는 이겼잖아요. 그다음엔 뭘 걸 거예요. 이백억 있는 사람이 월급 받는 자리에 남는 이유를 영화는 끝까지 설명 안 해 주던데, 나는 그게 궁금해요. 돈 때문이 아닌 건 확실한데, 그럼 뭔지. 중호 씨도 아직 모를 것 같고, 나도 잘 모르겠어요. 모르는 채로 출근하는 사람이 세상엔 더 많아요. 그 틈에 끼어서 다니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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