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2026

끝장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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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만 팔천칠백 원

정담뜰· 2026. 10. 10.· 4,009자

시골 교회의 헌금함이 뜯겼다. 없어진 돈은 사만 팔천칠백 원이었다. 경찰이 그 돈을 쫓았다. 돈을 가져간 자는 가방을 메고 있었다. 가방 안에 흉기가 들어 있었다. 흉기는 돈과 함께 있었다.

헌금함은 나무이거나 쇠다. 뚜껑에 좁은 구멍이 있다. 구멍으로 돈이 들어간다. 구멍으로 돈이 나오지는 않는다. 꺼내려면 뚜껑을 열거나 함을 부수어야 한다. 부수는 데에는 힘이 든다. 들인 힘에 견주면 사만 팔천칠백 원은 적다. 끝자리가 칠백 원이다. 칠백 원은 동전이다. 동전을 세는 손이 있었다는 뜻이다.

흉기는 일 년 전 서울에서 쓰인 것이었다. 강남에서 사람이 죽었다. 그 사건은 끝나 있었다. 범인이 잡혀 있었다. 잡힌 자는 갇혀 있었다. 서류에는 종결이라고 적혀 있었다. 종결은 서류에 쓰는 말이다. 서류는 닫히고 사람은 닫히지 않는다.

사내는 형사다. 전에는 광역수사대에 있었다. 몸을 숨기고 하는 수사를 맡았다. 그 수사가 깨졌다. 윗사람의 일이 사내에게 내려왔다. 사내는 계급이 내려갔다. 사내는 시골 경찰서로 갔다. 거기서 좀도둑을 상대했다. 헌금함을 뜯은 손을 찾는 것이 사내의 하루다. 사내의 머리는 헝클어져 있다. 사내는 검은 웃옷을 입는다. 사내의 얼굴에는 기름기가 없다. 사내는 감으로 움직인다. 감은 오래 일한 몸에 남는 것이다. 감은 서류에 적을 수 없다.

젊은 사내도 형사다. 계급은 순경이다. 아비가 식품회사를 한다. 물려받을 것이 이백억이라고 했다. 젊은 사내는 내기에 이기려고 경찰이 되었다. 첫 출근에 값비싼 차를 몰고 왔다. 사무실에 들어와 거수경례를 했다. 검은 안경을 쓴 채로 했다. 꽃이 그려진 셔츠를 입고 있었다. 옆에서 늙은 형사도 손을 올렸다. 두 손의 높이가 달랐다.

끝장수사 스틸컷

젊은 사내에게는 월급이 필요 없다. 물려받을 것이 있기 때문이다. 월급이 필요 없는 자가 월급 받는 일을 한다. 내기에 이기기 위해서다. 내기는 이기면 끝나는 것이다. 밥벌이는 이겨도 끝나지 않는다. 늙은 형사는 그 차이를 안다. 젊은 사내는 아직 모른다. 두 사람이 같은 차를 타고 같은 길을 간다.

서장은 젊은 사내를 내보내려 했다. 그 일을 늙은 형사에게 시켰다. 감찰을 덮어 주겠다고 했다. 밥벌이는 사람을 그런 방식으로 쓴다. 쓰는 쪽은 조건을 걸고 쓰이는 쪽은 조건을 받는다. 늙은 형사는 받았다.

갇힌 사내는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던 자다. 수의를 입고 있었다. 가슴에 번호표가 달려 있었다. 두 사람 사이에 유리가 한 장 있었다. 책상 위에 서류철이 놓여 있었다. 갇힌 사내가 억울하다고 말했다. 하지 않은 일을 했다고 말한 것은 맞고 그렇게 말하게 된 것은 제 뜻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갇힌 사내에게는 딸이 있다. 아비는 갇혀 있고 딸은 밖에 있다.

끝장수사 포스터

나는 그 유리를 오래 보았다. 유리는 소리를 거의 다 통과시킨다. 유리는 몸을 통과시키지 않는다. 억울하다는 말은 유리를 넘어왔다. 억울한 몸은 넘어오지 못했다. 말과 몸이 갈라져 있었다.

수의는 품이 넉넉하게 지어진 옷이다. 몸에 맞게 짓지 않는다. 누가 입어도 되게 짓는다. 가슴의 번호표가 그 사람을 가린다. 번호는 바뀌지 않는다. 사람은 번호 뒤에서 늙는다. 그 사내는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던 자다. 남의 사정을 보고 돈을 매기던 손이 이제 제 사정을 설명하고 있었다.

계급이 내려간다는 것은 월급이 내려간다는 뜻이다. 자리가 바뀐다는 것은 쥐는 사건이 바뀐다는 뜻이다. 큰 사건을 쥐던 손이 헌금함을 쥔다. 손은 같은 손이다. 쥐는 것이 작아졌을 뿐이다. 늙은 형사는 그것을 두고 말이 없다. 말하지 않는 것은 잊은 것이 아니다.

두 형사가 서울로 갔다. 서울의 경찰은 돕지 않았다. 그 사건을 맡았던 팀이 거기에 있었다. 팀을 이끄는 자가 있었다. 끝난 사건을 다시 여는 일은 그 팀이 쓴 서류를 다시 쓰는 일이다. 서류를 다시 쓰면 그 서류를 쓴 손이 드러난다. 드러나는 것을 바라는 손은 없다. 두 형사가 요청했고 서울의 경찰은 움직이지 않았다. 움직이지 않는 것도 하나의 동작이다.

한 사건에 용의자가 둘이다. 하나는 갇혀 있고 하나는 걸어 다닌다. 둘 중 하나는 죄가 없다. 수사는 둘 중 하나를 고르는 일이 된다. 고르는 데에는 책임이 붙는다. 고른 쪽이 틀리면 사람 하나가 더 갇힌다. 틀린 것을 고쳐도 갇혀 있던 날은 돌아오지 않는다.

일의 순서는 이러했다. 좀도둑을 쫓았다. 가방을 열었다. 흉기가 나왔다. 흉기를 일 년 전 사건에 맞춰 보았다. 맞았다. 맞으면 안 되는 것이 맞았다. 이미 갇힌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두 형사는 기록을 다시 들췄다. 증거를 다시 보았다. 다시 보는 일은 처음 보는 일보다 품이 든다. 처음 볼 때는 아무것도 정해져 있지 않다. 다시 볼 때는 모든 것이 정해져 있다.

검사 한 사람이 도왔다. 여자는 검사다. 영장은 검사가 쥔다. 형사는 발로 뛰고 검사는 종이에 도장을 찍는다. 도장이 없으면 뛴 발이 소용없다. 세 사람이 식당에 앉았다. 가운데에 전골 냄비가 놓여 있었다. 물컵이 두 개 있었다. 수저가 놓여 있었다. 형사는 먹으면서 일한다. 일하는 자리와 먹는 자리가 같다.

몸을 쓰는 자리도 있다. 담 앞에서 두 사내가 마주 섰다. 한쪽은 덧옷을 걸치고 서 있었다. 한쪽은 허리를 숙였다. 숙인 쪽이 손을 들어 앞을 겨누었다. 두 발이 벌어져 있었다. 무게가 앞발에 실려 있었다. 젊은 사내는 그 동작을 배우는 데 여섯 달을 썼다고 한다. 여섯 달은 짧지 않다. 몸은 배운 만큼만 움직인다.

밤에 두 사내가 차 안에 앉아 있었다. 차는 주황색이었다. 좁은 자리였다. 두 사람의 어깨가 거의 닿아 있었다. 창밖을 보고 있었다. 형사의 일은 기다리는 일이다. 기다리는 동안 몸은 접혀 있다. 다리를 펴지 못한다. 등이 굽는다. 오줌을 참는다. 잠을 자지 않고 눈만 뜨고 있다. 값비싼 차 안에서도 사람은 똑같이 접힌다. 차는 사람을 편하게 하지 못한다. 차는 사람을 담고 서 있을 뿐이다.

이 영화의 처음 제목은 출장수사였다. 뒤에 끝장수사로 바뀌었다. 출장은 일하러 밖에 나가는 것이다. 다녀오면 되는 일이다. 끝장은 끝을 보는 것이다. 돌아올 자리를 생각하지 않는 말이다. 두 낱말 사이에 이 영화의 거리가 있다. 대본은 십 년 전에 상을 받은 것이다. 찍은 것은 그 뒤다. 걸린 것은 더 뒤다. 오래 묵은 필름이다. 묵었다고 상한 것은 아니다.

영화는 아흔일곱 분이다. 아흔일곱 분 동안 두 사람이 한 일은 걷고 묻고 서류를 들추는 일이다. 들추는 일에는 품이 든다. 품은 화면에 잘 잡히지 않는다. 나는 이 영화가 그 품을 생략하지 않은 쪽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헌금은 남이 놓고 간 돈이다. 놓고 간 사람은 그 돈을 다시 찾지 않는다. 주인이 없는 돈이다. 주인이 없는 돈을 지키는 것이 함이다. 함은 잠겨 있었다. 잠긴 것을 뜯은 손이 있었다.

진범은 헌금함을 턴 자였다. 사람을 죽인 손이 시골 교회에 들어가 헌금함을 뜯었다. 꺼낸 것이 사만 팔천칠백 원이다. 살인은 서울에서 일어났고 사만 팔천칠백 원은 시골에서 없어졌다. 두 일을 한 손이 같다. 사람의 손은 큰 일과 작은 일을 가리지 않는다.

그 자의 가방은 등에 메는 가방이었다. 메면 두 손이 빈다. 손이 비어야 뜯을 수 있다. 손이 비어야 쥘 수 있다. 가방 안에 돈과 흉기가 같이 들어 있었다. 같은 칸에 들어 있었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갇힌 사내는 일 년을 갇혀 있었다. 그 일 년 동안 진범은 돈을 훔치며 돌아다녔다. 한쪽은 갇혔고 한쪽은 걸었다. 나는 그 일 년의 길이를 가늠해 보려 했으나 가늠되지 않았다. 갇힌 자의 하루와 걷는 자의 하루는 같은 하루다.

일 년 전 그 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남은 것은 흉기와 서류와 갇힌 사람이다. 사람이 죽은 자리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남는 것은 그 자리를 적은 종이다. 종이는 사람이 쓴다. 쓰는 사람의 손에 힘이 들어가면 종이가 굳는다. 굳은 종이를 펴는 일을 두 사람이 했다.

나는 이 영화가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 말할 수 없다. 나는 본 것을 적었다. 헌금함이 뜯겼다. 가방에서 흉기가 나왔다. 유리 한 장을 사이에 두고 두 사내가 마주 앉았다. 전골 냄비가 탁자 가운데 놓여 있었다. 나는 그 돈이 헌금함으로 돌아갔는지 알지 못한다. 사만 팔천칠백 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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