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 2026

직장인들 시즌 3

작품 페이지에서 댓글 반응 보기 →

약속 셋 중 둘은 됐다

활보러· 2026. 10. 27.· 2,514자

아홉 회가 나왔다. 시즌 2에서 연예인은 의뢰인으로 와서 컨설팅을 받고 갔다. 시즌 3는 시작하기 전에 세 가지를 바꾸겠다고 했다. 회차가 서로 이어진다, 게스트가 DY기획 세계관 속 인물로 들어온다, 사무실 밖으로 나간다. 아홉 회를 두고 셋을 하나씩 세어 봤다.

설정은 이렇다. 신동엽 대표가 이끄는 이미지 컨설팅 회사 DY기획에 백현진 부장, 현봉식 대리, 김원훈 주임, 지예은, 차정원, 심자윤 인턴이 있고, 이번 시즌에는 투자사에서 온 리스크 매니저 강지영이 붙는다. 대본은 상황까지만 주고 나머지는 배우들이 애드리브로 굴린다. 카메라는 다큐처럼 따라붙는다. 그래서 제작진은 극사실주의라는 말을 쓴다.

할 수 있었던 것

이 설정으로 보통 가는 길은 둘이다. 하나는 게스트 소비형이다. 매회 유명한 사람이 의뢰인으로 와서 직원들이 그 사람을 놀리거나 그 사람 앞에서 쫄거나 하고, 끝나면 다음 사람이 온다. 시즌 2가 그렇게 갔고, 그걸로 충분히 됐다. 다른 하나는 오피스 콩트형이다. 연차, 회식, 면접, 상사 뒷담화 같은 직장의 공통 소재를 하나씩 집어 한 회로 만든다. 이 길은 게스트가 없어도 굴러간다는 게 장점이고, 어디서 본 것 같다는 게 단점이다.

시즌 3가 하겠다고 한 건 둘 다 아니었다. 게스트를 쓰되 소비하지 않고, 콩트를 하되 다음 회에 흔적을 남긴다. 애드리브 시트콤에서 이건 꽤 어려운 주문이다. 즉흥으로 만든 사건을 다음 주에도 기억하고 있어야 하니까. 그래서 약속을 지켰는지 세어 볼 가치가 있다.

직장인들 시즌 3 스틸컷

한 것

흔적은 남겼다. 1화에서 2년 전 퇴사한 공효진 주임이 경영 위기의 사무실로 돌아와 김원훈 주임과의 과거를 들추고, 2화에서 강지영이 들어와 회사 전체가 다 리스크라고 한다. 8화에서 투자사 인사팀장이 구조조정 공기를 깔고, 김원훈 주임은 회의에서 아이디어가 거듭 거절되자 회의실을 박차고 나간다. 9화에서 그는 다른 회사에 있고 그 자리에 장기하가 앉아 있다. 하나의 즉흥이 다음 즉흥의 전제가 된다. 이어진다는 말은 이 정도면 지켜졌다.

게스트가 세계관에 들어온 장면 중 가장 멀리 간 건 4화다. 황금연휴 연차를 놓고 눈치 싸움 중인 사무실에 같은 층 주학건설의 주강찬 대표와 남 실장이 들이닥친다. 두 사람은 다른 드라마에서 맡았던 인물을 그대로 들고 왔다고 한다. 그러니까 이 사무실은 한 번 더 넓어진 것이다. 옆 사무실이 생겼다. 같은 회에 지예은의 엄마가 야근하는 딸에게 도시락을 들고 온다. 트로트 가수인 엄마는 사무실을 휘젓고 다니며 참견하고, 딸은 잘릴 위기에 몰린다. 연출자는 이 배우가 자취방 장면에서 정극 연기로 세계관을 넓혀 줬다고 했다. 의뢰인이 아니라 사원의 가족이 왔을 때 사원이 입체가 된다. 이건 됐다.

의뢰인 자리를 비운 것도 아니다. 2화에서 박성웅이 거친 이미지를 벗고 친근해지고 싶다며 찾아오고, 김원훈 주임의 애드리브가 선을 넘자 나는 실제로 뺨을 치는데, 하고 받는다. 시즌 2의 방식이 그대로 한 자리 남아 있다. 그 옆에 다른 자리들이 생겼을 뿐이다. 3화의 노재원은 의뢰인이 아니라 대학생 서포터즈로 들어와 백현진 부장의 동호회 공연까지 따라다니다 추궁을 받자 폭주하고, 5화의 박명수와 정준하는 시니어 인턴 자리를 놓고 면접을 본다. 손님, 팬, 지원자, 이웃, 가족. 게스트가 앉을 의자가 다섯 종류로 늘었다.

7화는 이 방식을 사건 쪽으로 밀었다. 김유정이 어린 나이에 성공한 굿즈 회사 대표로 와서 다섯 개 국어와 유명한 사람들과 일했다는 이력을 펼친다. 김원훈과 차정원은 열광해 기존 업체를 바꾸자고 하고, 강지영과 지예은은 의심한다. 슬라임부터 무전기까지 나오는 굿즈 발표에 백현진 부장이 질문으로 제동을 걸고 언성이 높아진다. 그리고 그가 사라진 뒤 사무실 물건이 없어진 게 확인된다. 게스트가 다녀간 자리가 사무실에 구멍으로 남는다. 시즌 2라면 그냥 떠났을 사람이 이번엔 뭔가를 들고 떠났다. 이 차이가 세계관이라는 말의 실체다.

직장인들 시즌 3 포스터

셋째 약속, 사무실 밖은 덜 됐다. 아홉 회에서 확인되는 바깥은 6화 성수동 팝업 현장, 9화의 새 회사와 카페 정도다. 나머지는 사무실이다. 공간을 넓혔다기보다 가끔 나갔다 온 것에 가깝다.

아깝게 둔 가능성은 따로 있다. 현실이다. 이 시즌에서 가장 센 순간들은 허구 속 인물이 실제 사람 앞에 섰을 때 나왔다. 7화에서 직원들은 실제 신발 회사 대표와 B2B 미팅을 한다. 연출자가 시즌 최고의 장면으로 꼽은 것도 백현진 부장이 실제 기업 회장 앞에서 발표하다 오열한 장면이다. 애드리브 시트콤의 바닥은 상대가 대본 없이 반응할 때 가장 단단해지는데, 이 작품은 그걸 알면서도 한 회에 한 번쯤만 쓴다. 게스트가 캐릭터를 연기하는 쪽으로 자유도를 넓힌 건 이해가 간다. 다만 캐릭터를 연기하지 않는 사람을 더 자주 들였다면 이 설정은 더 멀리 갔을 것이다.

세 약속 중 둘은 지켰고 하나는 반쯤이다. 이어지고, 들어오고, 아직 그 안에 있다.

(덧) 현봉식 대리 뒷자리에 만화책 전권이 꽂혀 있다고 한다. 각 자리의 소품과 컴퓨터 배경화면으로 인물을 만들어 뒀다는데, 그걸 알아보는 시청자가 몇이나 될지는 모르겠다. 세는 사람이 있다는 건 안다.

댓글

0 / 1,000

아직 댓글이 없어요. 첫 댓글을 남겨 주세요

직장인들 시즌 3의 다른 리뷰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