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 2026

랜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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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차에 사람을 두고 간 할 조던 씨에게

삐딱선· 2026. 11. 01.· 2,720자

여덟 편이다, 할 조던 씨. 당신 이야기는 여덟 편이고, 당신은 그중 첫 편에서 이미 죽어 있다. 네브래스카 러시빌, 눈보라 치는 풋볼 경기장 관중석에 얼어붙은 채로. 그걸 보고 나는 당장 편지를 쓰기로 했다. 죽은 사람한테 편지를 쓰는 게 이상한 줄은 아는데, 당신은 반지 안에 자기 복사본을 남겨 둔 사람이니까 어디선가 읽을 거라고 믿기로 한다.

먼저 솔직히 말하면, 나는 처음 세 편 동안 당신이 싫었다. 2016년에 당신은 신참 존 스튜어트를 떠맡았고, 그를 가르칠 마음이 없다는 걸 본인 입으로 털어놨다. 그 전에는 더 심했다. 존이 해병대에서 암살 임무를 받았을 때 당신이 끼어드는 바람에 그는 불명예 제대를 했다. 당신은 그를 구했다고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그 사람 인생에서 한 줄을 지운 건 사실이다. 그래 놓고 10년 뒤에 그 사람 앞에 나타나 사과를 하려고 했다. 카페에서. 코가 부러진 건 당연한 값이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우리 집에도 사과를 카페에서 하려는 사람이 하나 있다. 사과는 카페에서 하면 안 된다. 상대가 일어나서 나갈 수 있는 곳에서 해야 한다. 그 사람은 아직 모른다.)

랜턴스 스틸컷

그런데 4편과 5편에서 당신이 한 일을 적어 보겠다. 당신은 달리는 차에서 뛰어내렸다. 존이 안에 있는 채로 차가 뒤집혔고, 당신은 불타는 차에 그를 두고 갔다. 존을 살린 건 당신이 아니라 조이였다. 당신이 쫓던 맨헌터, 그러니까 당신이 없애야 한다고 믿던 바로 그 사람이 존의 상처를 고쳤다. 나는 이 대목에서 리모컨을 내려놓고 한참 앉아 있었다. 당신은 반지를 낀 사람인데, 그 반지로 제일 먼저 한 일이 동료를 버리는 거였다.

그리고 같은 5편에서 당신은 러시빌을 떠나라는 케리의 말을 듣지 않았다. 마을이 궤도 공격으로 무너지는 동안 당신은 양쪽을 다 막으려고 했다. 둘 다 못 막았다. 존은 모텔에서 충전 중인 당신을 덮쳐 반지를 빼앗으려 했고, 조이를 쏘고, 반지와 조이의 심장을 들고 가디언 앞에 내려놓고는 그린 랜턴 자리를 거절했다. 당신이 버린 사람이 당신 반지를 들고 나가서 그 반지를 안 받겠다고 말한 것이다. 그 장면을 보면서 나는 당신 편을 들 수가 없었다.

여기까지가 내가 당신을 싫어한 이유이고, 이제부터가 편지를 쓰게 된 이유다.

당신은 돌아왔다. 2026년에, 모든 걸 망친 그 마을로. 속죄하러 왔다고 했고, 케리와 함께 지냈다. 마을 사람들은 당신을 미워했다. 식당에서 케리가 「He's with me」라고, 이 사람은 나와 같이 있는 사람이라고 선언해야 했을 정도로. 당신은 그 미움 속에서 케리의 아들 노아의 풋볼 경기를 보러 가겠다고 했다. 그리고 누군가 당신 집에 불을 질렀다. 8편은 당신이 불 속에서 깨어나는 걸로 시작한다. 도살장에서, 노아가 당신에게 새 피부를 입혀 놓고 있었다. 노아가 맨헌터였다. 당신이 평생 쫓던 그것이 이번에는 당신을 살렸다. 10년 전에 당신이 버린 사람을 살린 것도 맨헌터였고, 10년 뒤에 당신을 살린 것도 맨헌터였다.

거기서 당신이 한 일을 나는 오래 생각했다. 당신은 노아를 따라가 시네스트로를 만났고, 시네스트로는 노아를 죽이라고 했다. 당신은 거절했다. 포털을 영원히 숨기자고 했다. 그리고 케리에게 가서 셋이 멕시코로 가자고 했다. 노아를 죽이는 대신 노아를 데리고 도망치자고. 10년 전에 당신은 동료를 두고 차에서 뛰어내린 사람이었는데, 10년 뒤에는 괴물일지도 모르는 아이를 데리고 국경을 넘자고 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랜턴스 스틸컷

그 말을 듣고 케리가 당신을 쐈다. 노아를 지키려고. 당신이 마지막으로 한 말이 「I love you」였다는 걸 나중에 존이 당신 홀로그램에게 전해 줬고, 홀로그램은 자기도 그렇다고 답하고 사라졌다. 여기서 울었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당신이 불쌍해서는 아니었던 것 같고, 당신이 마지막에 겨우 괜찮은 사람이 됐는데 그걸 본 사람이 당신을 쏜 사람뿐이라는 게 그냥 너무했다.

묻고 싶은 게 두 개 있다.

하나. 2016년에 왜 차에서 뛰어내렸나. 7편에서 1975년의 당신이 아버지한테 집안 열쇠를 받는 장면을 봤다. 그 아버지는 비행기 사고로 죽었다. 당신이 누군가와 한 차에 오래 타 있는 걸 못 견디는 사람이었다는 건 이제 조금 알 것 같은데, 그래도 묻는다. 그날 존을 두고 간 건 무서워서였나, 아니면 정말로 혼자 다 막을 수 있다고 믿어서였나. 나는 전자이길 바란다. 후자라면 당신은 끝까지 오만한 사람이고, 전자라면 당신은 무서운 걸 아는 사람이라서다.

둘. 왜 돌아왔나. 사과하러 왔다고 했는데, 당신 사과는 카페에서 코가 부러지는 걸로 끝났다. 그런데도 당신은 떠나지 않고 거기 남았다. 러시빌에 남겠다고 결정한 직후에 집이 불탔다. 나는 그 결정을 사과보다 더 큰 사과로 읽었다. 틀렸으면 말해 달라.

마지막으로 다정한 말 하나. 존은 당신 반지를 들고 하늘로 올라갔다. 가디언 밑으로는 안 들어가겠다고, 지구는 자기가 지키겠다고 가이 가드너한테 전하면서, 당신이 영웅으로 죽었다고 했다. 그 사람이 그렇게 말할 때까지 당신이 10년 걸렸다. 10년이 긴 시간인지는 모르겠다. 당신을 버렸던 사람이 당신 이름을 그렇게 부르기까지 걸린 시간치고는, 나는 짧다고 본다.

추신. 존은 맹세를 바꿔 썼다. 「I'll embrace my fear. I'll do what's right.」 두려움을 끌어안겠다는 말이 그린 랜턴의 맹세에 들어간 건 당신 반지가 처음일 것이다. 당신이 평생 두려움을 상대로 싸웠는데, 당신 반지를 물려받은 사람은 두려움을 데리고 가겠다고 한다. 그게 당신이 남긴 것 중에 제일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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