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 2026

랜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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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으면 안 되는 자리에서 여섯 번

고요한땀· 2026. 11. 01.· 2,365자

진지한 드라마를 보다가 웃으면 누구 잘못인가. 대개는 내 잘못이다. 나는 조용한 자리에서 웃음을 참다가 더 크게 웃는 쪽이라, 남들이 숙연할 때 웃는 일에 대해서는 변명이 길다. 그런데 《랜턴스》는 변명이 짧아도 될 것 같다. 우주 경찰 둘이 네브래스카의 소도시에서 살인 사건을 쫓는 이야기고, 여덟 편 내내 진지하다. 그 진지한 것과 우스운 것이 같은 장면에 들어 있는 경우가 여럿 있었다. 여섯 개를 적는다. 하나도 웃기려고 찍은 장면은 아니다.

랜턴스 스틸컷
  1. 한 사람은 날아가고 한 사람은 비행기를 탄다. 1화. 러시빌에 우박이 내린다는 전언을 받은 할 조던은 반지의 힘으로 곧장 날아간다. 신참 존 스튜어트는 비행기를 탄다. 은하계 경찰 둘이 같은 사건 현장에 가는데 한 명은 로켓이고 한 명은 수속을 밟는다. 우스운 이유는 능력 차이가 아니라 비품 부족이다. 반지가 하나다. 이 드라마의 비극은 거의 전부 여기서 나오는데, 비극의 뿌리가 비품이라는 걸 1화가 먼저 농담으로 보여 준 셈이다.
  2. 시체 네 구를 금속 탐지기에 민다. 2화. 경기장 금속 탐지기가 벨트도 차 범퍼도 잡지 않는 걸 본 할은 영안실에서 외계인 시체 넷을 꺼내 차에 싣고, 탐지기에 통과시킨다. 울린다. 외계인 탐지기였다. 절차로 보면 이보다 깨끗한 검증이 없다. 가설이 있고, 표본이 있고, 대조군이 있다. 그런데 그 표본이 시체고 장소가 고등학교 운동장이다. 귀신을 보는 사람이 귀신을 증명하는 법이 꼭 이렇다. 맞는 말을 하는 사람이 가장 이상한 사람으로 보이는 순간이고, 이 드라마는 할을 내내 그 자리에 둔다.
  3. 새를 끄지 못하는 신참. 같은 2화. 존은 날아 보라는 수업에서 날지 못하고 새 한 마리를 만든다. 새는 사라지지 않는다. 반지 배터리는 3퍼센트. 할은 자기가 돌아올 때까지 새를 계속 띄워 놓으라고 하고 그를 비행기에 태워 랜턴을 가져오게 한다. 신참을 사건에서 치우는 가장 점잖은 방법이 새 지키기 숙제라는 것, 그리고 그 숙제가 나중에 외계인들을 놀라게 하는 능력이었다는 것. 숙제가 재능이었다는 건 내 학창 시절에는 한 번도 없던 일이라서 조금 부러웠다.
  4. 반지를 내려놓은 사람이 짓는 건물. 6화. 10년 뒤 존은 패닉룸을 짓는 건축 회사를 한다. 인구 400만 도시에 풋볼 경기장 크기, 2만 명이 들어가는 지하 구조물을 제안하며 다른 도시가 무너진 일을 근거로 든다. 두려움 없이 자라도록 훈련받은 사람이 두려움을 파는 직업을 골랐다. 영업은 잘될 것이다. 세상이 무서울수록 잘되는 사업이고, 이 세상은 계속 무섭다. 자기가 지키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숨을 방을 설계한다는 건 속죄로도 읽히고 장사로도 읽히는데, 드라마는 어느 쪽인지 말해 주지 않는다. 나는 둘 다라고 본다.
  5. 금고가 녹음을 알아본다. 같은 6화. 할의 창고에는 할의 목소리로만 열리는 금고가 있다. 존은 보안관의 음성사서함에 남은 할의 목소리를 재생한다. 금고는 그것이 녹음이라는 걸 알고 잠긴다. 보안 설계가 완벽해서 사람이 무덤을 파야 하는 사태가 된다. 그리고 존은 정말로 판다. 죽은 사람이 자기 말을 남겨 두고도 그 말이 쓰이지 못하게 만들어 놓은 것, 그래서 산 사람이 땅을 파는 것. 유언이 대개 그렇게 작동한다는 생각을 여기서 처음 했다.
  6. 그림이 나빠서 수사를 못 한다는 후임. 역시 6화. 새 그린 랜턴이 신호를 받고 온다. 전임자의 살인을 수사하는 건 보기에 안 좋다며 거절하고, 대신 장례식에 쓸 제복과 반지를 가져다주는 데는 동의한다. 장례식에는 세 사람이 온다. 추도문은 죽은 사람이 미리 써 두었고 제목은 「가장 밝은 날」이다. 우주를 지키는 조직의 관료제가 동네 구청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 우습고, 그 우스움이 지나가면 자기 추도문을 자기가 써 둔 사람의 쓸쓸함이 남는다. 여섯 중 가장 오래 남은 장면이다.
랜턴스 스틸컷

이 드라마가 자기가 우스운 걸 아는가. 반쯤은 안다고 본다. 6화의 제목이 「나쁜 그림」이고, 할은 후임을 체육 선생 같다고 놀리고, 그 후임이 쓰는 신호가 다른 도시의 어느 영웅 것을 베꼈다고 투덜댄다. 쓴 사람들이 농담을 넣은 자리는 분명히 있다. 그런데 패닉룸과 금고와 날아가는 사람과 비행기 타는 사람은 농담으로 찍히지 않았다. 그 장면들은 드라마가 두려움에 대해 진지하게 말하려다가 생긴 부작용이다. 두려움을 가르치고, 두려움을 팔고, 두려움으로 랜턴을 만든다. 그 말을 하는 동안 인물들은 계속 비품 때문에 곤란해진다. 큰 주제와 작은 곤란이 같은 화면에 있을 때 사람은 웃는다. 그 웃음은 주제를 깎지 않는다. 오히려 주제가 땅에 닿는 소리다.

랜턴스 스틸컷

추신. 할의 집에는 식충 외계 식물이 있고 이름이 얼이다. 2화에서 존이 밥을 주고, 8화에서 존의 가족이 데려간다. 여덟 편 안에서 한 번도 무서워하지 않은 생명체는 그 식물 하나인 것 같다. 두려움 없는 자가 결국 식물이었다는 건 농담으로 쓰고 보니 농담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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