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2026
오아시스: 돈 룩 백 인 앵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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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는 못 봤고 출근은 봤어요
이 영화를 두고 근사한 말을 셋 들었어요. 하나는 감독들이 한 말, 둘은 소개 글에 적힌 말이에요. 근사한 말은 일단 한 번 뒤집어 보는 게 제 버릇이라, 들은 말 옆에 제가 본 걸 나란히 놓아 볼게요.
그들이 한 말 · 「결국 용서에 관한 영화」
감독 둘이 그렇게 말했다고 기사에 나와요. 음악이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는 힘을 담고 싶었다고도요.
내가 본 것
용서하는 장면은 없어요. 연습실에 형이 먼저 와요. 카메라 앞에서 자기는 사람을 용서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해요. 그러고 동생이 와요. 예정보다 하루 늦게요. 드럼 쪽에 세워 둔 방음 패널을 보고 한마디 하고, 말은 거의 안 하고, 노래하고, 끝나자마자 나가요. 처음 맞춰 본 곡이 '컬럼비아'였어요. 그게 다예요. 사과도 없고 포옹도 없고, 15년 묵은 얘기도 없어요.
카디프 첫날, 무대 뒤에서 올라갈 차례를 기다리는 장면에 형 목소리가 얹혀요. 동생이 어제 연습에 안 왔다고. 그 말을 하고 나서 둘이 같이 올라가요. 안 왔다고 말하고도 같이 올라가는 것. 그게 제가 본 이 영화의 전부라고 해도 될 것 같아요.
영화 끝에 가서야 알게 되는 게 하나 있어요. 둘이 따로따로 하는 줄 알았던 그 인터뷰를 실은 나란히 앉아서 했더라고요. 그 자리에 앉기까지 둘이 무슨 얘기를 했는지는 영화가 안 보여 줘요. 그러니까 제가 본 건 용서가 아니라 출근이에요. 하루 늦게라도 왔고, 노래했고, 다음 날도 왔어요. 글쎄, 그게 용서보다 못한 건지 저는 모르겠어요.
그들이 한 말 · 「세대를 넘어 전 세계를 하나로 만든」
소개 글에 그렇게 적혀 있어요. 가장 뜨거운 순간이라고도요.
내가 본 것
하나가 아니라 여럿이에요. 열네 나라, 마흔한 번 공연. 2025년 7월 4일 카디프 첫날, 무대에 오르면서 동생이 형 손을 잡아 올려요. 미리 짠 게 아니었다는데 그날부터 투어 끝까지 매번 그렇게 했대요. 그걸 저는 '하나로 만든' 장면이라기보다 '매일 똑같이 해야 하는 순서가 하나 늘어난' 장면으로 봤어요. 공연이 그런 거잖아요. 한 번 잘된 걸 다음 날 똑같이 다시 하는 일.
그리고 영화에 안 나오는 사람들이 있어요. 표를 못 산 사람들요. 이 투어는 표를 파는 중에 값이 올라가는 방식 때문에 말이 많았고, 영국 당국이 조사까지 했어요. 영화는 그 얘기를 안 해요. 원년 멤버 기타리스트 한 분이 아파서 아시아와 호주 일정에 못 왔다는 것도 안 나와요. 고양 공연에도 그분은 없었던 거예요. 전 세계를 하나로 만들었다는 영화에서 빠진 사람이 이만큼이면, 그 '하나'는 조금 작게 읽어야 맞겠죠. 그래도 화면에 있는 사람들은 진짜였어요. 제주 해녀분들이 이 밴드 노래로 힘든 때를 넘겼다고 말하는 장면도 있고, 고양 운동장 장면도 비중 있게 들어가 있어요.
그들이 한 말 ·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리허설과 백스테이지」
이것도 소개 글이에요. 20여 년 만의 공동 인터뷰라는 말도 같이 붙어 있고요.
내가 본 것
연습실에 사람은 거의 없고 카메라만 열두 대쯤 세워 놓고 밖에서 원격으로 찍었대요. 그래서 그런지 특별한 걸 훔쳐본 느낌은 아니고 사무실 감시 카메라 보는 느낌에 가까워요. 형이 빈 마이크 스탠드를 쳐다보는 장면, 밴드가 동생 없이 먼저 맞춰 보는 장면. 6주를 연습했다는데 화면에 나오는 건 몇 장면이에요. 더블린 쪽에서는 둘이 목소리로 아일랜드 뿌리 얘기를 하고, 동생은 말끝마다 '무슨 말인지 알지' 하고 붙여요. 그런 건 인터뷰에서 늘 하던 거라 새롭지는 않더라고요.
백스테이지는 카디프 공연 끝나고가 제일 길어요. 울고, 웃고, 안고, 바닥에 눕고. 그건 비밀이라기보다 큰일 끝낸 사람들이 다 하는 거잖아요. 저도 큰 일 하나 끝내면 바닥에 눕거든요. 공동 인터뷰도 말이 많지는 않아요. 형이 동생이 이렇게 웃긴 사람인 걸 잊고 있었다고, 요즘은 공연 밖에서도 연락하고 본다고 하는 정도. 어디서도 못 볼 장면이라기보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장면이라서 저는 더 믿었어요.
그래서 남는 평범한 진실 하나. 15년 안 보던 형제가 같은 직장에 다시 나왔고, 마흔한 번 결근 없이 일했다. 그 이상은 영화도 모르고 저도 몰라요. 볼까 말까 묻는 분께는 이렇게 말씀드릴게요. 노래 좋아하면 소리 큰 데서 보시라고. 화해 장면 보러 가는 거면 그건 없다고. 일은 일이고, 나머지는 나도 잘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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