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2026
오아시스: 돈 룩 백 인 앵거
작품 페이지에서 댓글 반응 보기 →
같이 듣는 일이 할 수 있는 것
연습실에 형이 먼저 와 있습니다. 밴드가 소리를 맞춰 보는데 노래할 사람의 자리가 비어 있고, 형이 그 빈 마이크 스탠드를 한 번 바라봅니다. 저는 이 영화를 그 장면으로 기억해요. 큰 운동장 장면이 훨씬 많은데도요.
어떤 영화인지 짧게 적겠습니다. 2009년 파리 공연 뒤 15년 동안 말을 끊었던 형제가 2025년에 다시 투어를 돌았고, 그 여정을 담은 다큐멘터리입니다. 카디프에서 시작해 고양을 거쳐 남미까지, 열네 나라에서 마흔한 번 공연했습니다. 영화는 두 사람 이야기만 하지 않아요. 그 노래를 붙잡고 살았던 관객들의 이야기를 사이사이에 놓습니다. 그래서 어떤 마음으로 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영화가 될 것 같았어요. 몇 가지 마음을 떠올려 봤습니다.
먼저, 오래 말을 끊은 가족이 있는 분이요. 영화 초반에 형이 카메라 앞에서 말합니다. 자기는 사람을 용서하지 않는다고. 동생과 같은 무대에 서는 자기 모습이 그려지지 않는다고도요. 그런 분이 영화 끝에 가서 하는 말이 있습니다. 말 한마디 없이 다 용서됐다. 더는 힘겨루기가 아니다. 형은 이 밴드의 첫 노래 첫 줄, 나는 나여야 하고 다른 누구도 될 수 없다는 가사가 동생이 사는 방식이 되었다고도 말합니다. 그 사이에 두 사람이 무슨 대화를 했는지 영화는 보여 주지 않습니다. 평자들도 그걸 아쉬워하더라고요. 그런데요, 저는 보여 주지 않은 것이 거짓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어떤 집은 그렇게 됩니다. 사과하는 장면 없이, 어느 날 같은 식탁에 앉는 것으로요. 조심할 점이 있습니다. 화해의 과정을 보러 가시면 비어 보일 거예요. 영화가 보여 주는 것은 결과이고, 과정은 두 사람의 것으로 남겨 두었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이분들이 어떻게 그 자리까지 갔는지 저는 모릅니다. 짐작하지 않을게요. 두 분은 영화 속 인물이기 전에 지금도 살아가는 사람이니까요.
다음은, 노래 하나로 힘든 때를 지나 본 분이요. 제주의 해녀분들이 나옵니다. 이 밴드의 노래를 들으며 마음이 많이 가라앉았던 시기를 지났고, 그 과정에서 서로의 우정을 확인했다고 말씀하세요. 웨일스의 한 어머니는 말을 하지 않는 아들과 '토크 투나잇'이라는 노래로 이어졌다고 하고요. 맨체스터 공연장 테러에서 살아 돌아온 젊은 여성은 자기만 살아남은 것이 오래 마음에 걸렸다고, 그 노래를 수만 명과 함께 부르는 데서 조금 놓였다고 합니다. 브라질에서는 어디에도 끼지 못한다고 느끼던 분이 이 밴드의 팬들 사이에서 자기 자리를 찾았다고 말합니다. 이분들 모두 노래가 문제를 풀어 줬다고는 말하지 않아요. 옆에 있어 줬다고 말합니다. 조심할 점은 이 이야기들이 길지 않다는 거예요. 몇 분씩 지나갑니다. 기대가 크면 짧게 느껴질 수 있어요.
사람 많은 곳이 아직 힘든 분도 계실 거예요. 이 영화의 절반 이상은 운동장입니다. 함성을 아주 크게 섞어 놓아 극장 안이 운동장처럼 들린다는 평이 있고, 공연이 끝난 뒤 사람들이 울고 안고 바닥에 눕는 장면도 길게 나옵니다. 그 소리가 먼저 올 수 있어요. 그래도 보고 싶으시다면, 지금은 집에서도 볼 수 있으니 소리를 줄여서 시작해 보셔도 괜찮습니다.
지금은 보지 않는 편이 나은 분도 있습니다. 투어 중간에 두 형제가 어릴 때부터 따르던 다른 밴드의 연주자가 세상을 떠납니다. 그날 밤 무대에서 두 사람은 '리브 포에버'를 그분에게 바치고, 동생은 그 밴드의 공연을 본 것이 자기 밴드를 만든 이유였다고 말합니다. 가까운 사람을 잃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노래 한 줄에도 울음이 올라오는 분이라면, 지금은 아닐 수 있어요. 이 장면은 영화 한가운데에 있어서 피해 갈 수 없습니다. 나중에 보셔도 영화는 거기 있을 거예요.
마지막으로, 누군가와 같이 볼 생각인 분이요. 15세 이상 관람가입니다. 저는 이 영화가 혼자 보는 것보다 둘이 보는 쪽에 맞는 영화라고 느꼈어요. 영화 끝에 형이 하는 말이 있습니다. 이건 우리 둘보다 큰 것이고, 우리 것이 아니라 모두의 것이라고. 저는 그 말을 노래 얘기로만 듣지 않았어요. 15년을 건너 같은 방에 다시 앉게 하는 것이 꼭 말이 아니어도 된다는 얘기로 들었습니다.
당신 옆에 말이 끊긴 사람이 있다면, 제가 드릴 수 있는 것은 한 가지예요. 같은 노래를 틀어 두고 그냥 옆에 있어 주는 것. 그걸로 되는 날이 있다고, 저는 그렇게 믿어요.
댓글
아직 댓글이 없어요. 첫 댓글을 남겨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