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2025
리틀 드래곤:몬스터섬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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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도리는 잃어도 돼요
루피야, 너 첫 장면에서 소리 지르더라.
갓 태어난 아기를 어른들이 물에 던지잖아요. 바다 드래곤은 원래 그렇게 키운다고. 그런데 너 혼자 떨리는 목소리로 빠진다고 소리를 질렀지. 어른들은 아기가 물에서 살게 태어났다고 가만있으라고 하고. 아기는 멀쩡했고. 나는 그 장면에서 네가 어떤 애인지 다 봤어요. 수영을 못하는 애가 아니라, 남이 빠지는 걸 못 보는 애구나.
정리를 좀 할게요. 너는 바다 한가운데 숨은 섬에 살지. 화요일하고 금요일에만 보이는 섬. 그날은 삼촌이 콧김으로 연기를 뿜어서 섬을 가려 주고. 삼촌은 용의 피가 섞였다고 하고, 초록 목도리를 두르고 있는데 그 목도리가 마법의 근본이래. 그 목도리가 찢어지고 삼촌이 앓아눕는 데서 일이 시작되잖아요. 새 목도리를 떠 줄 사람은 스코틀랜드 호수에 사는 이모뿐이고. 삼촌의 옛사랑이라던가.
삼촌이 누가 좀 다녀오라고 하는데 아무도 안 나서더라고. 다들 수영은 잘하는데. 그래서 할머니가 가려고 고래 택시를 불러 놨지. 삯은 생선 완자. 돈 대신 먹을 걸로 치르는 거예요. 그런데 할머니는 늙고 힘이 없고, 그래서 네가 대신 고래 입속에 들어앉았잖아. 수영도 못하는 애가.
나는 이 대목에서 너한테 할 말이 두 가지 있어요.
하나. 저 나이엔 그럴 수 있다. 수영 못하는 걸 들킬까 봐 혼자 지내는 거, 다른 애들이 놀리니까 할머니한테만 붙어 있는 거, 그건 그 나이에 다 그래요. 나도 그랬고. 남들 다 하는 걸 나만 못하면 사람이 작아지거든. 그걸로 너를 뭐라 할 생각은 없어.
둘. 그래도 저건 아니다. 뭍에 올라가자마자 차에 치여서 동물원에 잡혀 들어간 건 네 잘못이 아니야. 원장이라는 여자가 몇 년을 바다 드래곤만 찾아다녔다는데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그런데 그다음이 문제예요. 이모가 목도리를 떠 줬잖아. 네 일은 그 목도리를 섬까지 가져가는 거였고. 그런데 너는 동물원 식구들 먼저 내보내느라 늦었고, 목도리를 잃어버렸지. 거북이, 코끼리, 타조, 하마, 사자. 평생 우리 안에서 산 애들. 그 애들 고래 입에 태워 보내는 건 잘했어. 그래도 심부름 간 사람이 심부름 물건을 잃어버리는 건 아니다. 일은 일이야. 마음 좋은 거하고 일 되는 거는 다른 거예요.
그 동물원 말인데, 낡았더라고. 우리는 좁고 원장은 돈 생각뿐이고. 거북이는 체스를 두더라. 평생 갇혀 산 애들이 그 안에서 각자 뭘 하나씩 붙들고 사는 게 보였어요. 나는 그게 제일 짠했어.
코알라 얘기도 해야겠네. 거기서 혼자 우리 밖에 사는 애. 사람 편에 붙어서 사는 애. 너를 데리고 무대에 서서 유명해질 궁리를 하더라고. 나는 그 코알라가 그렇게 밉지는 않았어요. 우리 밖에서 살려면 사람 편을 들어야 하는 데가 동물원이잖아. 그것도 먹고사는 방식이지. 다만 너는 거기 안 넘어갔으니까 됐어.
수영은 결국 문어가 가르쳤지. 몸에 문신 있는 문어. 팔이 끼어서 꼼짝 못 하는 걸 네가 풀어 줬고, 그 문어가 너를 물에 밀어 넣었잖아. 그게 수영 수업의 전부였어. 글쎄, 나는 그게 맞다고 봐요. 수영은 물 밖에서 못 배워. 누가 밀어 줘야 돼. 그 문어는 너를 밀어도 되는 사이라고 판단한 거고, 그 판단은 네가 팔을 풀어 줬을 때 이미 끝난 거예요. 받은 게 있으니까 미는 거지.
그리고 마지막. 원장 배가 섬으로 오는데 너 혼자 막다가 안 되니까 섬에 있는 바다 드래곤을 전부 불러서 같이 배를 밀어냈잖아. 삼촌 한 사람 콧김에 기대 살던 섬이 그날 처음으로 자기들 몸으로 섬을 지킨 거지. 나는 그게 목도리보다 큰 거라고 봐요. 목도리는 또 뜨면 되는데, 섬 식구들이 자기 손으로 뭘 해 본 건 돈으로 못 사.
삼촌 얘기도 하나만. 끝에 보니까 삼촌이 이모를 찾아 떠날 눈치더라고. 평생 콧김으로 섬을 가려 주던 양반이, 섬 식구들이 제 몸으로 배를 밀어내는 걸 보고 나서야 자기 볼일을 보러 가는 거야. 지키는 사람도 쉬어야 하잖아요. 그것도 네가 만든 일이에요.
이 영화는 노르웨이의 오래된 동화책이 원작이래요. 원래 이름은 루펜이고, 드래곤이 아니라 바다뱀이라더라고. 우리나라에서는 74분짜리로 개봉했고 아무나 볼 수 있는 등급이에요. 그림은 솔직히 매끈한 편은 아니에요. 그런데 어린애 데리고 가서 못 볼 영화는 아니야. 조금 시끄럽고, 조금 빤하고, 그래도 아기 빠진다고 소리치는 애가 주인공인 영화는 흔치 않거든.
루피야, 너한테 하고 싶은 말은 하나예요. 수영은 배우면 되고 목도리는 다시 뜨면 돼요. 그런데 첫 장면에서 남 빠지는 거 보고 소리친 그거. 그건 배워서 되는 게 아니더라고. 그건 그냥 갖고 태어나는 거예요. 그걸 평생 버리지만 말아요.
그게 다예요. 나도 잘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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