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2025

리틀 드래곤:몬스터섬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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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은 누구에게서 숨는가

필름속산책자· 2026. 10. 26.· 2,073자

일주일에 이틀. 이 영화의 섬은 정해진 요일에만 보인다. 그러면 나머지 닷새 동안 섬은 어디에 있는가. 나는 그 물음을 안고 영화를 시작했고, 끝날 때까지 그 물음은 여섯 개를 더 낳았다. 답은 쓰지 않겠다. 답을 쓰지 않는 것이 이 영화를 가장 오래 보는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작품은 노르웨이 동화책이 원작인 애니메이션이다. 수영을 못하는 어린 바다 드래곤 루피가, 섬을 가려 주던 마법 목도리가 망가지자 새 목도리를 떠 줄 사람을 찾아 스코틀랜드로 가는 이야기다. 본국에서 2025년 가을에 개봉했고 우리나라에는 올해 전체관람가로 들어왔다. 여기까지가 사실이고, 아래는 전부 물음이다. 나는 객석에 앉은 사람의 자리에서, 그러니까 화면이 보여 주기로 한 것만 볼 수 있는 자리에서 물었다.

1. 별명은 왜 늙은 입에서 나오는가

루피를 초록 벌판쯤 되는 별명으로 부르며 웃는 것은 또래가 아니라 나이 든 바다 드래곤 둘이다. 수영을 못하는 아이를 두고 가장 먼저 금을 긋는 쪽이 어른이라는 것을 영화는 설명 없이 지나간다. 이 세계에서 조롱은 왜 위에서 아래로만 흐르는가. 그리고 그 두 입은, 나중에 섬이 드러났을 때 무엇을 말하는 입이 되는가.

2. 번호를 이름으로 가진 이는 어디서 왔는가

루피는 고래의 입속에 실려 바다를 건너다 문어를 만난다. 몸에 문신이 있고, 이름은 1030이라는 숫자다. 영화는 그 숫자의 내력을 끝까지 말해 주지 않는다. 별명으로 불리는 아이의 첫 친구가 왜 하필 번호로 불리는 자인가. 이름을 잃은 쪽과 이름을 얻지 못한 쪽이 한 고래의 입속에서 만났다는 것을, 만든 이들은 알고 있었을까. 나는 이 문어가 나올 때마다 화면 한쪽에 적힌 숫자를 읽듯 그 이름을 읽었다.

리틀 드래곤:몬스터섬의 비밀 스틸컷

3. 짐승일 뿐이라는 말은 누구를 향하는가

동물원장은 루피를 두고 그저 짐승, 야수일 뿐이라는 뜻의 말을 한다. 그러고는 휴대전화를 들어 기자들에게 차례로 전화를 돌린다. 짐승이라 부른 것을 곧바로 세상에 팔려는 손이다. 그 전화는 어디로 걸려 가는가. 신기한 것을 보러 온 사람들, 그러니까 객석에 앉은 우리 쪽으로도 걸려 오는 것은 아닌가.

4. 남겨진 자는 어느 쪽에서 보이는가

탈출한 동물들은 체스를 두던 거북이의 설득으로 고래에 올라탄다. 그런데 원장이 바닷가에 나타나는 바람에 일행은 루피를 남긴 채 떠난다. 떠나는 등과 남는 얼굴 가운데 영화는 어느 쪽을 더 오래 보여 주었던가. 그리고 떠난 쪽이 옳았다고 말할 수 있는가. 남겨진 아이를 보여 주는 자리와 떠나는 배를 보여 주는 자리는 같은 바닷가에서도 다른 자리다. 나는 이 장면에서 망설였고, 그 망설임을 여기 적어 둔다.

5. 뜨개질은 언제 마법이 되는가

삼촌의 옛 연인 베시는 스코틀랜드의 호수에 산다. 일행이 양털을 모아 오자 그는 기록적인 속도로 새 목도리를 뜬다. 오래전에 섬을 떠난 손이 뜬 목도리가 섬을 가렸고, 같은 손이 다시 뜬 목도리가 섬을 구한다. 뜨개질은 본래 느린 일이고, 영화는 그 느린 일을 아주 빠르게 처리한다. 그렇다면 마법이란 느린 일을 빨리 끝내는 것인가. 그리고 섬을 지켜 온 것은 삼촌의 콧김인가, 아니면 떠난 뒤에도 남아 있던 손인가.

리틀 드래곤:몬스터섬의 비밀 포스터

6. 연기가 걷히면 섬은 무엇으로 남는가

목도리가 사라지고 삼촌이 감기로 앓자 섬은 그대로 바다 위에 드러난다. 주민들은 이제 끝장이라며 짐부터 싼다. 누구도 나서지 않고, 루피가 왜 바다 드래곤들은 서로를 위해 나서지 않느냐고 묻는다. 누군가 가려 주는 동안 섬은 섬이었다. 가려 주던 것이 사라진 뒤에 남는 것이 섬인가, 아니면 짐을 싸는 손들인가. 어린이 영화가 어른들의 짐 싸는 손을 이렇게 오래 보여 주는 일은 드물다. 이 영화를 지지한다면 나는 이 장면 때문에 지지한다.

7. 지키는 일을 마친 사람은 떠나도 되는가

마지막에 삼촌은 베시를 찾아 바다 건너로 떠날 눈치를 보인다. 평생 콧김으로 섬을 가려 온 늙은 드래곤이 섬을 두고 나가는 것으로 영화는 문을 열어 둔 채 끝난다. 쓰지 않으려 했다. 이것은 영화가 던진 질문이 아니라 내가 영화를 핑계로 나에게 던진 질문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 질문은 당신에게 넘긴다. 당신이 오래 지켜 온 자리가 있다면, 그 자리가 당신 없이 하루를 버티는 것을 본 날 저녁에, 당신은 떠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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