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2025)
군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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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체 영화을 끝까지 보고 나서 차분히 정리한 글이에요. 복선·연출·배우 얘기는 여기에, 짧은 반응과 감정 칩은 작품 페이지의 댓글 256개에 있어요.
나는 목에 거는 명찰 줄이 싫다. 플라스틱 케이스에 든 것은 더 싫다. 행사 로고가 인쇄된 것은 참을 수 없다. 세상의 모든 명찰 줄은 사람을 조금씩 작게 만든다. 길이도 늘 틀렸다. 어른의 명치 근처에서 달랑거리는 물건에 자기 이름을 넣어 걸고 다니라는 발상이 나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이 영화는 그 줄을 목에 건 사람들이 가득한 건물에서 시작한다. 서울 도심의 초고층 빌딩. 생명공학 컨퍼런스. 정장과 명찰과 안내 데스크. 그리고 몇 분 뒤 건물이 통째로 봉쇄된다. 나는 이 설정이 좋았다. 명찰을 걸고 모인 사람들을 한 건물에…

고백하건대 나는 떼로 몰려오는 것들을 몹시 좋아한다. 하나하나는 어리석은데 모아 놓으면 돌연 영리해지는 것들 말이다. 개미, 새 떼, 그리고 극장 로비의 군중. 그런 취향을 가진 사람에게 좀비라는 장르는 오래도록 야박했다. 그 많은 떼가 한 번도 서로 의논하는 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바로 그 의논부터 시켜 놓고 시작한다. 영화는 112 신고 전화 한 통으로 문을 연다. 생화학 테러를 예고하는 목소리다. 그리고 곧 초대장 한 장이 나온다. 권세정이 받아 든 컨퍼런스 초대장에는 '소통의 불완전함에서 발생하는 비극'이라는 문구…

이분께 먼저 이 말씀을 드리고 싶었어요. 그동안 얼마나 많이 혼자 삼키고 계셨을까요. 영화 군체에서 권세정이라는 분을 보았습니다. 생명공학을 하는 분이고, 불의를 보면 못 참는 성격 탓에 교수 재임용에서 떨어진 분이에요. 새 일자리를 소개해 주겠다는 전남편의 말을 듣고 그가 일러 준 빌딩의 컨퍼런스에 갔다가, 하필 그날 그 건물에 갇히게 됩니다. 많은 분들이 이분을 보고 참 강단 있는 사람이라고, 위기에서 빛나는 리더라고 하실 거예요. 그런데요, 저는 조금 다르게 봤습니다. 저는 이분이 아주 오래 혼자였던 사람으로 보였어요. 이분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