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2024)
아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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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노라 영화을 끝까지 보고 나서 차분히 정리한 글이에요. 복선·연출·배우 얘기는 여기에, 짧은 반응과 감정 칩은 작품 페이지의 댓글 92개에 있어요.
신데렐라 이야기를 백 번쯤 보신 분들께 여쭙는다. 왕자가 중간에 혼자 도망가는 판본을 보신 적이 있는지. 나는 이번에 처음 봤다. 그래서 이 글은 밥상 얘기가 되겠다. 다 차려진 밥상을 영화가 어디까지 받아먹고 어디서 상을 물렸는지. 먼저 예상 수순이다. 스트리퍼와 재벌 아들이 만나는 영화라면 이 순서로 가야 한다. 장르가 그렇게 정해 놓았다. 클럽에서 눈이 맞는다. 돈으로 시작한 관계가 어느 순간 진심이 된다. 즉흥 결혼. 가급적 라스베이거스. 시댁의 반대. 하수인이 파견된다. 왕자가 가족에 맞서 신부를 지킨다. 하수인 중 한 명…

결론부터. 이 영화에서 가장 정확한 옷은 신랑의 농구 반바지다. 가장 정확한 공간은 신랑 부모의 집이다. 둘 다 틀린 것처럼 보여서 맞다. 나는 두 시간 넘게 그 틀림을 보며 앉아 있었고, 지루하지 않았다. 스타일 얘기를 하겠다. 옷 두 벌과 집 한 채. 줄거리는 필요한 만큼만 건드린다. 물건 1 · 라스베이거스 결혼식 복장 신부 애니는 크림색 뷔스티에에 청반바지. 신랑 이반은 맞춤 블레이저에 농구 반바지. 결혼식장에서 이런 조합을 본 적이 있나. 나는 없다. 그런데 이 장면을 본 뒤로 결혼식 복장이란 걸 다시 생각하게 됐다. 이반…

"This car is very you." 애니가 이고르의 차 조수석에 올라타면서 그렇게 말해요. 이 차 딱 너 같다고. 이고르가 되묻죠. 마음에 드냐고. 애니는 아니라고 해요. 단칼에요. 나는 이 짧은 대화에서 영화가 끝날 때까지 빠져나오지 못했어요. 139분짜리 영화에서 마지막 몇 분이 그 앞의 두 시간을 통째로 다시 보게 만들었거든요. 순서를 거슬러 올라가 볼게요. 애니는 브루클린의 스트립 클럽에서 일하는 스물셋이에요. 본명은 아노라인데 애니로 불리길 원하고,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할머니와 말을 트려고 배운 러시아어 덕에 러시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