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2025
노보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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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코한테 묻고 싶은 것
로스코, 너 그날 왜 갔냐.
「노보케인」 보고 나서 자꾸 그게 궁금하더라고. 주인공은 네이선인데, 나는 네이선보다 네가 더 걸렸거든. 네이선은 아프지를 않잖아. 끓는 기름에 손을 넣어도, 다리에 화살이 박혀도 모르는 사람이야. 그런 사람이 무서운 데 들어가는 건 그러려니 해. 근데 너는 아프잖아. 아픈 사람이 갔잖아.
정리부터 해 보자. 너는 네이선이랑 온라인 게임에서 만난 사이지. 얼굴 한 번 본 적 없고. 네이선한테는 친구라고 부를 사람이 너 하나였다더라. 은행이 털리고 셰리가 끌려가고, 네이선이 혼자 강도들을 쫓다가 너한테 와 달라고 했을 때, 너는 처음엔 싫다고 했지. 그게 맞아. 저 나이엔 그럴 수 있어. 아니, 저 나이가 아니라도 그래. 총 든 사람들 쫓아다니는 데 같이 가자는데 네, 하고 나가는 게 오히려 이상한 거야. 근데 네이선이 그랬지. 친구가 너뿐이라고. 그 말 듣고 네가 나왔어.
글쎄, 나는 그 말이 그렇게 사람을 움직이는 말인지 몰랐어. 친구가 너뿐이라는 말은 사실 고백이 아니라 부담이잖아.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도망가고 싶은 말이지. 그런데 너는 그 부담을 들고 함정이 깔린 집까지 갔어. 영화 평들을 보니까 너를 두고 온라인에서는 큰소리를 치고 실제로는 영 서툰 애라고들 하더라. 맞는 말이야. 근데 서툰 애가 왔다는 게 중요하지. 잘하는 애가 안 온 것보다는.
내가 오래 일하면서 배운 게 하나 있는데, 큰소리치는 사람하고 오는 사람은 다른 사람이더라고. 큰소리는 아무나 쳐. 오는 건 아무나 못 와. 그 둘이 한 사람인 경우를 나는 거의 못 봤는데, 너는 그 둘이 한 사람이었어. 게임에서는 아마 네가 네이선보다 잘했을 거야. 현실에서는 네이선이 너보다 나았고. 그게 뭐 어때서. 현실에서 잘하는 사람은 네이선처럼 아픈 걸 모르거나, 아니면 진짜 독한 사람이거나 둘 중 하나야. 너는 둘 다 아니고. 그래서 네가 간 게 더 이상한 거지.
그래서 칼 얘기를 해야겠다. 네이선이 그 집에서 붙잡혀 손톱을 뽑히고 있을 때, 네가 단검을 던졌지. 그게 적이 아니라 네이선 손에 박혔어. 보면서 웃었어, 나도. 근데 웃고 나서 생각하니까, 그래도 저건 아니다. 사람 손에 칼을 박아 놓고 도왔다고 하기는 좀 그렇잖아. 네이선이 그 칼을 박힌 채로 무기 삼아 상대를 친 건 네이선이 잘한 거지, 네가 잘한 게 아니야. 이건 분명히 해 두자. 너도 알 거다.
근데 그다음에 네가 한 게 있잖아. 경찰이 왔을 때 네이선이랑 옷을 바꿔 입고, 네가 네이선인 척했지. 그래서 형사들이 너를 잡아갔고, 네이선은 빠져나갔어. 이건 칼 던진 거랑 다르더라고. 칼은 실수지만 옷은 선택이거든. 경찰차에 실려 가는 쪽이 자기라는 걸 알고 바꿔 입은 거잖아. 조서가 남는 일이고, 변호사 비용이 얼마나 나올지 모를 일이야. 그걸 얼굴 본 지 얼마 안 된 친구한테 해 줬어. 나 같으면 거기서 계산부터 했을 거다. 이게 나한테 얼마짜리 손해인가. 너는 계산을 안 했거나, 했는데도 바꿔 입었거나 둘 중 하나인데, 어느 쪽이든 나보다 낫다. 그러고 나서 끝에는 총 맞은 민시 형사를 네가 병원까지 데려갔지. 네이선이 나중에 가택연금 여섯 달에 보호관찰 다섯 해로 끝난 게 경찰 목숨을 살린 걸 참작받아서라는데, 그 사람을 실제로 병원까지 실어 나른 건 너였잖아. 내가 보기엔 그래. 영화는 그걸 크게 안 보여 주더라. 나만 봤나 싶어.
영화에서 네가 나오는 분량은 뒷부분 얼마 안 된다더라. 그 얼마 안 되는 동안에 거절 한 번, 칼 한 번, 옷 한 번, 운전 한 번. 네 번이야. 한 번은 틀렸고 세 번은 맞았어. 그 정도면 사람 하나 설명하는 데 모자라지 않아. 나는 하루에 네 번 결정하면 두 번은 틀리거든.
너한테 하고 싶은 말은 하나야. 훈계는 아니고. 경찰차 뒷자리에서 무슨 생각 했냐. 후회했냐, 아니면 네이선이 잘 갔나 그 생각만 했냐. 영화는 안 알려 주더라고. 나는 후자였으면 좋겠는데, 그건 내 바람이고.
일은 일이다, 라는 말을 내가 자주 해. 근데 친구 일은 일이 아니잖아. 돈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안 하면 잘리는 것도 아니고. 그런데도 한 거니까, 그건 일보다 어려운 거지. 나는 그 나이에 그런 거 못 했어. 지금도 자신 없고.
로스코, 왜 갔냐고 처음에 물었는데, 다 쓰고 나니 그 답을 너는 아는지도 모르겠다. 나도 잘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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