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 2026
신인감독 김연경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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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즌의 패배는 어디에 보관되어 있었나
2 대 3. 지난해 가을 이 팀이 일본의 한 고등학교 팀에게 남긴 세트 스코어다. 이번 시즌 첫 경기의 상대는 바로 그 팀이었고, 결과는 3 대 2로 뒤집혔다. 숫자 두 쌍이 거울처럼 마주 보고 있다. 나는 이 대칭이 우연이 아니라 설계라는 데서 질문을 시작하겠다. 누가 같은 상대를 다시 불렀고, 그 1년 사이에 무엇이 보관되어 있었는가.
미리 말해 두어야 할 것이 있다. 나는 지난 시즌을 처음부터 끝까지 본 사람으로서 쓰지 않는다. 지난 시즌에 관해 내가 아는 것은 기록과 기사로 확인한 몫뿐이고, 이번 시즌 역시 지금까지 방송된 세 편이 전부다. 그러니 이 글은 끝난 이야기에 대한 평이 아니라, 아직 진행 중인 이야기의 앞부분을 전작과 나란히 놓아 보는 시도다.
전작
기록을 보면 지난 시즌은 2025년 9월 말에 시작해 11월 말에 끝났다. 연출진 이름은 이번 시즌 앞머리에 그대로 적혀 있고, 거기에 몇 사람이 더 붙었다. 여덟 편으로 기획했다가 한 편이 늘어 아홉 편이 됐다는 사실은, 이 이야기가 어딘가에서 예정보다 커졌다는 뜻일 것이다. 프로에서 방출됐거나 이름이 없던 선수들을 모아 팀을 만들고, 프로 구단과 경기를 치르는 것이 지난 시즌의 뼈대였다.
그 시즌의 한 경기가 이번 시즌의 출발점이 된다. 일본 고교 랭킹 1위라는 슈지츠 고등학교와의 경기. 기사들은 이 경기를 두고 벼랑 끝이라는 말을 쓰고, 이기고 있다가 2 대 3으로 뒤집혀 졌다고 적는다. 그때 팀의 공격을 책임지던 주장은 시즌이 끝난 뒤 프로로 돌아갔고, 세터와 또 다른 주전도 각각 프로 구단에 입단했다. 카메라는 아마 그들을 떠나보내는 장면까지 찍었을 것이다. 어쩌면 그 장면이 지난 시즌의 진짜 마지막 장면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지난 시즌이 남긴 것은 무엇인가. 이겼다는 기억인가, 아니면 어떤 팀과는 끝내 못 이겼다는 기억인가. 나는 뒤쪽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시즌의 첫 상대가 그 팀이기 때문이다.
이번 작품
첫 회는 트라이아웃으로 시작한다. 64명이 왔다. 지난 시즌 선수들도 예외가 없었고, 여섯 명이 다시 시험대에 섰다. 감독은 피로골절로 몇 달째 재활 중이던 인쿠시를 첫 번째로 호명한다. 반면 지난 시즌 코트에 있던 세터 이진과 리베로 구혜인은 떨어진다. 감독이 두 선수를 따로 만나 「기회가 또 올 것」이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고, 카메라 앞에서는 다른 말을 한다. 「바로 당장 경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부분, 지금 잘할 수 있는 것들을 생각했다」. 그리고 한 문장을 더 보탠다. 「이 팀이 프로팀으로 창단이 되려면 이기는 경기를 해야 한다」.
나는 이 두 장면 사이의 거리에 눈이 갔다. 선수 앞에서 하는 말과 카메라 앞에서 하는 말이 다른 것은 위선이 아니다. 감독이라는 자리가 원래 두 개의 얼굴을 요구하는 자리이고, 카메라는 그 둘을 모두 받아 적기로 한 것이다. 전작에서 이 카메라는 선수의 얼굴을 더 오래 보고 있었을 것이다. 이번에는 감독의 결정을 더 오래 본다. 제목의 「신인감독」이 「경력감독」으로 돌아왔다는 홍보 문구는 그 시선의 이동을 가리키는 말처럼 읽힌다.
조건도 달라졌다. 첫 회에서 제작진은 감독에게 말한다. 이 시즌 안에 구단주가 나타나 프로 리그로 가면 더 이상 이 프로그램은 이어질 수 없고, 창단이 무산되면 다음 시즌은 없다고. 기사에 따르면 네 번 지면 팀이 해체된다는 조건까지 붙었다. 성공해도 끝, 실패해도 끝. 프로그램이 자기 자신의 종료를 두 갈래로 미리 써 두었다는 점이 나는 이상하게 마음에 남는다. 당신은 자기가 끝나는 조건을 첫 회에 말해 두는 이야기를 얼마나 봤는가.
그리고 두 번째 회. 주장의 빈자리를 메우려고 공격의 속도를 올리는 쪽으로 전술을 바꾸고, 그 전술에 적응하던 윤영인이 다친다. 경기를 닷새 앞두고 감독은 지난 5월에 은퇴한 마흔 살의 황연주를 영입한다. 「언니의 경험이 필요했고 이 팀을 잘 이끌어줄 수 있는 선수가 필요했다」. 전작에는 없던 영입이라는 제도가 이번 시즌에 생겼고, 그 제도의 첫 사용이 이것이다.
경기 자체는 두 편에 걸쳐 있다. 1세트 18 대 25, 2세트 14 대 25. 기사 하나는 1세트를 먼저 내주는 흐름이 지난 시즌부터 이어진 것이라고 적는다. 여기까지는 전작의 반복이다. 두 세트를 지고 난 뒤 황연주가 동료들에게 말한다. 「굳이 내가 다 책임지려고 하지 말자고, 왜 그걸 혼자 책임지고 결정하려 해. 우리가 있는데」. 3세트 25 대 21, 4세트 25 대 22, 5세트 18 대 16. 마지막 점수는 상대의 공격이 선 밖으로 나가면서 났다. 이긴 쪽이 스스로 때린 공이 아니라 상대가 놓친 공으로 끝났다는 것, 나는 이 사실을 오래 들여다보고 있다.
사이
되풀이되는 것은 분명하다. 같은 상대, 먼저 내주는 첫 세트, 그리고 벤치에 앉은 감독을 향한 시선. 제목에 사람 이름이 들어가 있는 이상 이 프로그램의 카메라는 코트만큼 벤치를 볼 것이고, 그 시선은 전작에서 이미 정해져 있었을 것이다. 우리는 경기를 보는 것이 아니라 경기를 보는 사람을 보고 있는 셈이다.
달라진 것은 끝의 방향이다. 지난 시즌의 그 경기는 이기고 있다가 졌고, 이번 경기는 지고 있다가 이겼다. 같은 상대 앞에서 같은 숫자가 뒤집혔다. 연출진이 이 대칭을 의도하지 않았을 리 없다. 설욕전이라는 말을 기사들이 쓰지만, 나는 그 말보다 3회에 붙은 「오답노트」라는 부제가 더 정확하다고 생각한다. 복수는 상대를 향하고, 오답노트는 자기를 향한다.
그러면 같은 질문을 다시 묻고 있는가. 전작의 질문이 「이 선수들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였다면, 이번 시즌의 질문은 「이 팀이 존재해도 되는가」로 바뀌었다고 나는 읽는다. 선수 개인의 가능성이 아니라 팀이라는 단위의 존속. 재트라이아웃에서 두 사람을 떨어뜨린 결정, 은퇴한 선배를 불러온 결정, 네 번 지면 해체라는 조건이 전부 그 질문 아래 놓인다. 질문이 커진 만큼 카메라가 보지 않기로 한 것도 생겼을 것이다. 떨어진 두 선수가 그 뒤 어디로 갔는지, 방송은 지금까지 보여 주지 않았다.
이긴 날 감독은 제작진 앞에서 말한다. 「감독 다시는 안 한다. 시즌 3 한다고 하면 아주 거부한다. 난 다신 안 할 거다. 정신 차리자, 연경아. 속지 말자. 다시는 속지 말자」. 웃으면서 한 말이고 농담으로 들린다. 그런데 바로 이어서 「각본이 없는 것이지 않나. 두 팀이 최선을 다해서 경쟁하고, 거기서 한끗 차이로 이기는 경기」라고 덧붙인다. 농담과 진담이 한 호흡 안에 있다. 전작에서 신인이던 사람이 이번에는 자기가 무엇에 속고 있는지 아는 사람으로 돌아왔다는 것, 그것이 두 시즌 사이에 놓인 가장 큰 변화일지도 모른다.
이 시즌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다음 상대는 지난 시즌의 주장과 세터가 입단한 프로 구단이라고 예고됐다. 떠난 사람들이 상대편 유니폼을 입고 돌아오는 장면을 카메라는 어떻게 볼 것인가. 그 장면이 올 때 나는 다시 이 글의 첫 문장으로 돌아갈 것이다. 2 대 3. 그 숫자가 누구의 것이었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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