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 2026

신인감독 김연경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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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리라는 말을 들은 사람의 자리

심장쫄깃러· 2026. 10. 27.· 2,782자

「때려.」 5세트, 점수가 엎치락뒤치락하던 듀스에서 감독이 코트를 향해 소리친 말입니다. 옆에 있던 코치도 「때려야 된다고」 하고 따라 외쳤습니다. 그때 공을 받은 선수는 인쿠시였습니다. 저는 이 한 장면이 세 편에 걸쳐 쌓인 두 사람의 사이를 가장 짧게 보여 준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오늘은 감독과 이 선수, 두 분의 사이를 읽어 보려고 합니다.

미리 말씀드리면, 제가 읽는 것은 방송이 보여 준 코트 위의 모습뿐입니다. 두 분이 실제로 어떤 분인지는 제가 알 수 없고, 알려고 하지도 않겠습니다. 화면에 담긴 행동과 말만 가지고 이야기합니다.

인쿠시의 자리

첫 회의 트라이아웃에서 감독은 예순네 명 가운데 이분의 이름을 가장 먼저 불렀습니다. 피로골절로 몇 달째 재활 중이었고, 경기 감각이 떨어졌을 거라는 걱정이 주변에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 상태로 다시 시험대에 섰고, 가장 먼저 호명됐어요. 이분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보여주지 못했던 것들이 있어서 이번에는 더 책임감을 가지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는 이 문장에서 「책임감」이라는 말을 오래 들여다봤습니다. 가장 먼저 뽑힌 사람은 기쁘기만 하지 않습니다. 가장 먼저 뽑혔다는 사실이 그대로 빚이 되거든요. 지난 시즌에 다 보여 주지 못했다는 마음 위에, 이번에는 첫 번째로 불렸다는 무게가 얹힙니다.

그 무게가 코트에서 어떻게 나타났는지를 방송은 보여 줍니다. 두 번째 회의 경기에서 리시브 사인이 옆 선수와 엇갈려 큰 실수가 났습니다. 3세트에는 리시브가 흔들려 감독이 백채림에게 이분의 옆을 덮으라고 지시했어요. 그리고 5세트 듀스에서, 때릴 수 있는 공을 세게 때리지 않았습니다. 기사는 이것을 소극적인 공격이라고 적었습니다.

이상해서가 아니에요. 책임을 크게 느끼는 사람일수록 실수가 무서워집니다. 실수가 무서우면 공을 세게 때리는 대신 안전하게 넘기게 돼요. 아마 이분의 손은 머리보다 먼저 「틀리지 말자」를 택했을 거예요. 이건 제 추측입니다. 하지만 세 편에 걸쳐 보이는 행동은 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감독의 자리

감독의 행동도 세 가지를 보겠습니다. 첫째, 재활 중인 선수를 가장 먼저 뽑았습니다. 둘째, 리시브가 흔들릴 때 그 선수를 빼지 않고 옆 사람을 붙였습니다. 셋째, 듀스에서 「때려」라고 소리쳤습니다.

두 번째 회의 경기에서도 감독은 뒤지고 있는 선수들에게 「편하게 해. 괜찮아」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니까 「때려」가 나오기 전에 「괜찮아」가 먼저 두 번 있었던 셈이에요. 순서가 그 반대였다면 저는 이 글을 다르게 썼을 겁니다.

이 세 가지는 한 줄로 이어집니다. 감독은 처음부터 이분을 믿기로 정했고, 흔들릴 때도 그 결정을 거두지 않았으며, 마지막에는 믿음을 설명이 아니라 고함으로 전했습니다. 경기가 끝난 뒤 감독은 「우리가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거라고 계속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때려」는 화가 나서 한 말이 아니라 「네가 때리면 들어간다」는 뜻이었을 거예요. 아마 그랬을 겁니다.

그런데요, 감독의 자리에는 다른 무게도 있습니다. 첫 회에서 감독은 떨어진 두 선수를 두고 「이 팀이 프로팀으로 창단이 되려면 이기는 경기를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시즌은 창단이 되지 않으면 다음이 없다는 조건을 달고 시작했어요. 감독이 「때려」라고 외친 그 순간, 그 외침 뒤에는 열세 명과 코치진과 팀의 앞날이 함께 걸려 있었습니다. 선수에게 책임을 내려놓으라고 말하는 사람이 정작 가장 큰 책임을 들고 서 있는 셈입니다.

신인감독 김연경 2 포스터

둘 사이

두 분 사이에 엇갈린 말 한 쌍이 있습니다. 한쪽은 「더 책임감을 가지고」였고, 다른 한쪽은 「긴장할 거 없어. 미스해도 괜찮아. 할 수 있어」였습니다. 뒤의 말은 감독이 두 세트를 지고 난 선수들에게 건넨 말이에요. 한 사람은 더 짊어지려 하고, 다른 한 사람은 내려놓으라고 합니다. 두 마음이 다 고마운 마음인데 방향이 반대예요. 그래서 공은 중간에서 멈칫했을 겁니다.

이 엇갈림을 푼 말은 감독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서 나왔습니다. 두 세트를 지고 나서 황연주가 동료들에게 말했어요. 「굳이 내가 다 책임지려고 하지 말자고, 왜 그걸 혼자 책임지고 결정하려 해. 우리가 있는데」. 감독의 「괜찮아」가 위에서 내려오는 말이라면, 이 말은 옆에서 건너오는 말입니다. 같은 뜻인데 닿는 자리가 다릅니다.

그리고 5세트, 감독은 황연주에게 상대의 눈길을 모으고 인쿠시를 살리는 쪽으로 작전을 짰습니다. 「때려」라는 고함은 그 작전의 마지막 조각이었어요. 기사에 따르면 마지막 점수들은 이분의 공격과 백채림의 수비로 났고, 18 대 16으로 경기가 끝났습니다. 관계가 바뀐 장면이 있다면 저는 이 몇 점 사이라고 생각합니다. 「때려」라는 말이 꾸짖음이 아니라 허락으로 닿은 순간이요.

다만 한 가지는 짚고 싶습니다. 경기를 이겼다고 해서 그 고함이 늘 좋은 방법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그 순간 그 말이 닿은 건 그 앞의 세 편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가장 먼저 이름을 부른 날과, 빼지 않고 옆 사람을 붙인 날이 없었다면 같은 고함도 다르게 들렸을 겁니다.

당신 곁에도 이런 사람이 있을 거예요. 잘하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커서 오히려 안전한 쪽만 고르는 사람. 그 사람에게 「그냥 해」라고 말하기 전에, 먼저 그 사람의 옆자리를 덮어 준 적이 있는지 한 번만 돌아봐 주세요. 그 뒤에 하는 「해 봐」는 같은 말이어도 다른 말이 됩니다.

다음 경기는 지난 시즌 주장과 세터가 입단한 프로 구단과 한다고 예고됐습니다. 두 분이 그 경기에서 어떤 자리에 서 있을지, 저는 조금 걱정되고 많이 궁금해요. 손에 땀을 쥐고 보실 분께는 이 세 편을 권합니다. 다만 결과를 미리 알고 보셔도 긴장은 줄지 않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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