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2017

애덤: 에피소드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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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 낮은 사람 말을 나는 왜 그냥 믿을까

삐뚜름관람· 2026. 10. 27.· 2,177자

나는 확신에 찬 목소리에 약하다. 누가 낮고 또렷한 소리로 「이건 이렇습니다」 하면 근거를 묻기 전에 고개부터 끄덕인다. 정수기 영업 사원한테 두 번 졌고, 친구가 「무조건 돼」라고 한 중고차는 보지도 않고 계약금을 보냈다. 틀린 걸 알고도 그 자리에선 반박을 못 하고 집에 와서 이불을 찬다.

그래서 이 영화가 좀 그랬다. 9분짜리 단편인데 내 약점을 정확히 찌르는 사람이 하나 나온다. 예언자라고 불리는 남자다.


「애덤: 에피소드 3」은 2017년 11월 30일에 공개된 9분짜리 단편이다. 게임 엔진으로 실시간 렌더링해 만들었고, 사람의 의식을 기계 몸에 옮겨 넣는 세계를 다룬 연작의 세 번째 이야기다. 이번 편의 무대는 그 기술을 전부 버리고 사는 작은 정착촌이다. 바깥 공기가 독해서 사람들은 가면을 쓰고 다니는데, 이 마을 사람들만 가면이 없다.

가면을 쓴 여자 메리언이 폐허를 걸어 그 마을에 닿는다. 머물게 해 달라고 청한다. 마을의 우두머리, 예언자가 설교를 한다. 사람의 길을 버려라, 기계를 버려라, 그러면 구원이 온다. 증거는 바로 이 마을이다. 누군가 말한다. 정말이다, 저들은 가면을 쓰지 않는다.

나는 여기서 벌써 졌다. 화면 속 메리언보다 내가 먼저 끄덕였다. 목소리가 낮고, 말이 느리고, 중간에 쉬는 자리가 정확하다. 내가 정수기를 살 때 들었던 바로 그 박자다.

설교의 내용을 뜯어보면 사실 별게 없다. 기계를 버리면 구원이 온다는 말과, 우리가 가면 없이 숨 쉬는 게 그 증거라는 말, 둘뿐이다. 왜 그렇게 되는지는 한마디도 설명하지 않는다. 그런데 설명이 없는 자리를 목소리가 메운다. 나는 그게 늘 무섭다. 내가 산 정수기도 설명서보다 목소리가 길었다.

조건이 붙는다. 마을 근처에 기계 하나가 있다. 그것을 부숴라. 영혼은 이미 빠져나갔으니 기계로 사는 건 죽음만 못하고, 그러니 부수는 건 자비다. 그런데 그 기계는 한때 사람이었던 메리언의 형제 제이컵이다.

메리언이 하는 행동 두 개를 적어 둔다. 첫째, 조건을 듣고 되묻지 않는다. 왜 하필 그것이냐, 당신은 그걸로 뭘 얻느냐, 한마디도 없다. 둘째, 제이컵 앞에 선다. 제이컵은 말을 하려고 한다. 소리가 끊기고 밀리고 더듬는다. 그래도 누이를 알아본다. 메리언은 돌을 든다. 돌이 내려간다.

애덤: 에피소드 3 스틸컷

그다음이 이 영화에서 제일 값비싼 장면이다. 메리언이 축복을 받고 가면을 벗는다. 독하다던 공기를 그냥 들이쉰다. 아무 일도 없다. 약속이 지켜진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마지막. 예언자의 옷과 피부가 벗겨진다. 안에서 팔이 넷 달린 기계가 나온다. 기계를 버리라고 설교하던 사람이 기계였다.

이 영화의 홍보 문구는 「구원받기 위해 당신은 무엇까지 할 수 있는가」다. 나는 그 질문보다 그 앞 질문이 더 아팠다. 구원을 약속하는 사람이 누군지, 당신은 확인했는가.


메리언이 나와 다른 점은 하나다. 그는 값을 치렀다. 나는 확신에 찬 목소리를 따라가다가 돈 몇 푼 잃고 이불을 차는 정도였지만, 메리언은 가장 아픈 걸 내놓고 그 대가로 숨을 얻었다. 끝까지 갔다는 점에서 나보다 용감하고, 끝까지 갔기 때문에 나보다 훨씬 위험했다.

부럽지는 않다. 아니, 조금은 얄밉다. 나는 끝까지 가 본 적이 없어서 내 믿음이 틀렸는지조차 확인을 못 하고 산다. 메리언은 적어도 답을 봤다. 끔찍한 답이지만.

목소리 얘기를 하나만 더 하겠다. 이 영화에서 진실을 말하는 쪽은 제이컵이다. 그의 목소리는 끊기고 밀리고 더듬는다. 예언자의 목소리는 9분 내내 한 번도 끊기지 않는다. 나는 평생 끊기지 않는 쪽을 믿어 왔다. 더듬는 사람은 뭔가 숨기는 줄 알았고, 매끄러운 사람은 아는 게 많은 줄 알았다. 이 영화는 그 믿음을 9분 만에 뒤집어 놓고 간다.

영화는 예언자가 왜 그런 설교를 하는지 말해 주지 않는다. 속이려는 건지, 자기도 믿는 건지, 더 큰 계획이 있는지 9분 안에는 답이 없다. 나는 그게 맞다고 본다. 확신에 찬 목소리가 무서운 건 그 사람이 거짓말쟁이라서가 아니라, 그 사람이 뭘 원하는지 끝까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정수기 영업 사원은 적어도 뭘 원하는지는 알았다.

애덤: 에피소드 3 포스터

아무튼 애덤 세 번째 편을 봤다. 그리고 결심 하나를 했다. 다음에 누가 낮은 목소리로 「저들은 가면을 쓰지 않는다」 같은 말을 하면, 끄덕이기 전에 그 사람 피부를 한 번 더 보기로. 농담이다. 피부는 못 본다. 대신 묻기로 했다. 당신은 그걸로 뭘 얻습니까.

메리언아, 다음 마을에서는 먼저 물어봐라. 나도 그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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