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 2026

연애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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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일곱 명을 가르치고 집에 온다

정담뜰· 2026. 10. 27.· 2,377자

새벽 다섯 시에 나간다. 밤 열한 시에 들어온다. 그 사이에 열일곱 명을 가르친다. 첫 회에 나온 남자의 하루다. 직업은 헬스 트레이너다.

이 프로그램은 이렇게 돌아간다. 헤어지기 직전의 커플이 스튜디오에 나온다. 두 사람이 자기들이 찍힌 영상을 본다. 진행자 셋과 그날의 손님 한 명이 남자 쪽과 여자 쪽을 나눠 맡는다. 대신 협상한다. 끝에 두 사람이 고른다. 계속 만난다, 아니면 헤어진다. 6월 23일에 시작해 스무 편이 예정되어 있다.

첫 회의 여자는 집에 있다. 기다린다. 남자를 보려고 세 번 이사했다. 집안일을 한다. 남자는 연락을 읽는다. 답하지 않는다. 약속에 두 시간 늦는다. 스킨십이 없다는 것이 여자의 가장 큰 고민이다. 남자는 근무 시간을 줄이지 않겠다고 말한다. 개인 운동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다. 남자가 낸 숫자가 있다. 월세 백만 원 넘게, 식비의 9할. 여자가 낸 숫자도 있다. 결혼식에 일억. 남자가 받은 물건도 있다. 여자 회원이 준 명품 팔찌. 그날의 손님 외교관이 말한다. 헌신하는 사람이 필요하면 돈을 주고 고용하라고. 두 사람은 헤어지지 않기로 한다. 남자가 약속 조항을 받는다.

연애전쟁 스틸컷

두 번째 회의 여자는 무당이다. 사귄 지 석 달이다. 남자는 운전한다. 운전대를 잡는 순간부터 업무 시간이라고 여자가 말한다. 그때부터 자기는 보스고 남자는 직원이라고. 기도처로 가는 차 안에서 말다툼이 난다. 여자가 숨을 제대로 못 쉰다. 다른 날 밥을 먹다가 여자가 한마디를 한다. 남자가 세 시간 동안 몰아세운다. 너 잘 걸렸다, 라고 말한다. 남자는 세 번 도망가려 했고 세 번 잡혔다고 말한다. 남자는 더 노력해서 다시 잘 만나고 싶다고 말한다. 여자는 헤어지기로 한다. 무당의 일과 남자 사이의 거리를 좁히지 못했다는 것이 이유다.

네 번째 회의 여자는 1988년생이고 남자는 2000년생이다. 여자가 남자를 따라 대구로 갔다. 고깃집 일을 돕는다. 집안일을 한다. 남자의 전신 마사지를 한다. 귀 청소를 한다. 남자는 화장실에 갈 때 허락을 받는다. 집에 들어오면 선생님과 사는 기분이라고 남자가 말한다. 고양이가 있고, 남자에게 알레르기가 있다. 남자 쪽 외교관이 말한다. 상대를 자기 기준에 맞추려는 것은 사랑이 아니라고. 두 사람은 계속 만나기로 한다. 남자는 말을 끊지 않기로 한다. 여자는 불만을 말로 하기로 한다. 고양이 때문에 당분간 따로 산다.

세 번째 회에는 워킹홀리데이를 앞둔 커플이 나왔다. 여자가 하루에 영상통화를 열세 통 건다. 일주일에 쉰한 통이다. 두 사람은 떨어져서도 계속 만나기로 한다. 연락 횟수는 합의했다. 결혼 시기는 합의하지 못했다.

연애전쟁 스틸컷

10월 5일 회차의 남자는 일을 안 한다. 트레이너로 6년을 일하고 그만뒀다. 한 달 매출 목표가 천만 원이었다. 그만둔 뒤 전 재산을 주식에 넣었다. 3분의 1이 없어졌다. 여자가 맡긴 돈도 넣었다. 그 돈은 7할이 없어졌다. 여자도 일을 안 한다. 전 재산이 오백만 원이다. 붙임머리에 팔십만 원을 썼다. 한 달에 복권을 오만 원어치 산다. 적금을 다섯 번 깼다. 카페를 열고 싶다고 말한다. 커피와 카페라는 공간이 좋다는 이유다. 남자 쪽 외교관이 말한다. 둘 다 같은 처지인데 왜 여자친구를 비참하게 만드느냐고. 지금은 연애할 때가 아니라고.

10월 26일 회차의 여자는 보디빌더다. 키 157센티미터, 몸무게 48.4킬로그램. 대회를 준비한다. 남자가 45에서 43킬로그램을 요구한다. 47킬로그램으로는 근육이 아무리 좋아도 성적이 안 나온다는 이유다. 남자는 여자가 뒤에서 뭘 먹는지 의심했다고 말한다. 여자는 남자 몰래 단것을 두세 번 먹었다고 말한다. 여자는 남자의 체육관에서 하루 다섯 시간에서 일곱 시간 일한다. 월급이 없다. 설거지를 한다. 빨래를 한다. 분리수거를 한다. 남자의 신용카드를 쓸 때마다 허락을 받는다. 남자는 옆에서 코를 파서 바닥에 버린다. 남자가 말한다. 여자친구가 자기를 돕는 게 힘들 거라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고. 미안하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고. 여자 쪽 외교관이 말한다. 일을 하면 월급이 들어와야 성취가 있다고.

연애전쟁 스틸컷

내 생각은 이렇다. 이 프로그램의 싸움은 대부분 일에서 시작한다. 한쪽이 일하고 다른 쪽이 그 일을 거든다. 거드는 쪽은 월급이 없다. 첫 회의 여자가 집안일을 하고, 네 번째 회의 여자가 고깃집 일을 하고, 보디빌더 여자가 체육관 일을 한다. 셋 다 돈을 받지 않는다. 받지 않는 일은 일로 세어지지 않고, 세어지지 않는 일은 스튜디오에 와서야 처음으로 소리 내어 읽힌다.

연애전쟁은 일하는 사람과 거드는 사람이 한 방에 앉는 자리다. 영상이 끝나면 두 사람이 고른다. 첫 회의 커플은 남는다. 두 번째 회의 커플은 헤어진다. 네 번째 회의 커플은 남되 따로 산다. 그 뒤에 그들이 새벽 다섯 시에 나갔는지, 고깃집에 다시 갔는지, 월급을 받았는지, 나는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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