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 2025

참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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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이다'라는 말이 싫다

밤선율· 2026. 10. 09.· 1,738자

나는 사이다라는 말이 싫다. 음료는 죄가 없다. 음료 이름을 이야기에 붙여 부르는 습관이 싫다. 속이 뻥 뚫린다는 표현은 더 싫다. 통쾌라는 낱말이 홍보 문구에 박혀 있으면 참을 수 없다. 뚫려야 할 것은 하수구지 사람의 속이 아니다. 나는 이 말이 몇 해째 품질 보증서처럼 쓰이는 것을 봐 왔고, 그 보증서를 붙인 작품 대부분이 하나도 시원하지 않았다는 것도 봐 왔다.

그래서 이 드라마를 늦게 봤다. 열 편이 한꺼번에 풀렸고 소개 문구에는 내가 싫어하는 낱말이 다 들어 있었다. 1화의 시작은 이렇다. 복도 끝에서 한 아이가 맞고 있다. 다른 아이들은 몰래 구경하거나 고개를 돌린다. 달려온 교장이 정체를 묻자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가 공무원증을 꺼내 보인다. "대한민국 교권 보호국은 오늘부로 이 학교를 '참교육' 하겠습니다." 나는 이 장면이 좋았다. 주먹보다 공무원증이 먼저 나왔기 때문이다.

참교육 스틸컷

솔직히 말하자. 열 편은 길다. 박자가 매번 똑같다. 사건이 터지고, 피해자가 당하고, 나화진이 나타나고, 가해자가 그대로 돌려받는다. 작용과 반작용이 이 작품의 법칙이다. 돈으로 굴면 돈으로, 권력으로 굴면 권력으로, 힘으로 굴면 힘으로. 법칙은 한 번 들으면 알아듣는다. 같은 박자로 아홉 번 더 때리는 일이 꼭 필요했을까. 반복은 리듬이 아니다. 반복은 그냥 반복이다.

그런데도 나는 이 드라마를 좋아한다. 이유는 하나다. 이 작품은 주인공에게 초법적 권한을 쥐여 주면서 동시에 합법이라는 족쇄를 같이 채웠다. 나화진의 약혼자는 조규철 때문에 목숨을 잃었고, 조규철은 미성년이라는 이유로 가벼운 처벌을 받았다. 나화진은 차로 그를 치려다 최강석에게 붙들린다. 그리고 합법으로 갚기로 한다. 이 한 번의 제동이 없었다면 이건 그냥 때리는 드라마다. 이 작품은 자기가 만든 괴물에게 목줄을 하나 걸어 두었다.

참교육 스틸컷

학교가 나오는 이야기에서 내가 견디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비를 맞으며 우는 교사, 창밖을 오래 보는 아이, 느리게 떨어지는 가방, 기타 반주가 깔리는 회상, 눈물을 구걸하는 클로즈업. 이 드라마는 그 자리에 공무원증을 꺼내 든다. 화를 내지도 않고 울지도 않고 들어와서 자기 일을 한다. 나는 화면에 그런 어른이 서 있는 걸 오래 기다렸다.

품위란 자기가 쥔 힘의 크기를 자기가 아는 것이다. (물론 쥔 힘이 삼단봉이면 이야기가 조금 복잡해지긴 한다.) 이 작품이 가장 똑똑해지는 순간은 때릴 때가 아니라 물을 때다. "교사들에게 분필이나 들고 싸우라는 겁니까?" 이 질문을 작품 안에 넣어 둔 쪽과, 이 작품이 체벌을 해결책으로 내민다고 비판한 교사단체들은 사실 같은 자리를 보고 있다. 나는 그 비판에 근거가 있다고 생각하고, 그래도 이 드라마를 좋아한다. 둘 다 내 안에 있어도 된다.

물건 하나만 판정하자. 나화진의 검은 정장과 목에 건 공무원증이다. 맞다. 정확하게 맞다. 재킷은 크고 어깨는 잡혀 있지 않고 안에는 검은 셔츠다. 멋을 낸 옷이 아니라 오래 입어서 몸이 외운 옷처럼 보인다. 거기에 파란 목줄과 플라스틱 공무원증이 걸려 있다. 공무원증은 못생겼다. 세상의 모든 공무원증은 못생겼다. 그 못생긴 물건이 이 작품의 무기다. 가죽 재킷을 입혔거나 선글라스를 씌웠다면 나는 1화에서 껐을 것이다.

참교육 스틸컷

지루하다. 좋다. 둘은 모순이 아니다. 열 편 가운데 셋은 건너뛰어도 되고, 남은 일곱에는 내가 기다린 얼굴이 있다. 화를 내지 않고 들어와 할 일을 하고 나가는 어른의 얼굴. 그 얼굴을 보고 나니 속이 좀 뚫렸다고 말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사이다라는 말이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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