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2013
러브 액츄얼리: 크리스마스 에디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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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트 목걸이의 이력서
영화 속에 물건이 하나 있다. 금으로 된 하트 모양 목걸이다. 나는 이 목걸이의 이력서를 써 보기로 했다. 사람이 아니라 물건의 이력서를 쓰는 일이 무슨 소용인가 싶지만, 이 영화에서 사람들은 자기 마음을 제대로 말하지 못하고 물건만 정직하게 돌아다닌다. 그렇다면 물건 쪽을 따라가는 편이 빠르다.
1. 출생 — 백화점 보석 매장
목걸이는 크리스마스를 앞둔 런던의 백화점에서 태어난다. 산 사람은 해리다. 디자인 회사를 운영하고, 아내 카렌과 아이 둘이 있는 남자다. 회사에 미아라는 새 비서가 들어와 노골적으로 추파를 던지고, 크리스마스에 비싼 선물을 받고 싶다는 뜻을 내비친다. 해리는 그 말을 듣고 백화점에 간다.
매장 직원 루퍼스가 포장을 시작한다. 상자에 넣고, 꽃잎을 뿌리고, 라벤더를 얹고, 계피 막대를 넣고, 호랑가시나무로 마무리한다. 해리는 옆에서 점점 초조해진다. 나는 이 장면이 영화에서 가장 긴 장면처럼 느껴졌는데, 실제로 길어서가 아니라 포장을 받는 쪽이 포장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선물 포장이란 주는 사람의 기쁨을 늘리는 일인데, 숨길 것이 있는 사람에게는 그 기쁨이 고문이 된다. 루퍼스는 정성을 다하고, 그 정성이 해리를 벌한다. 목걸이는 태어나자마자 들킬 운명을 포장지 안에 함께 싸 가지고 나온다.
2. 첫 발견 — 코트 주머니
목걸이가 처음으로 의미를 얻는 순간은 엉뚱한 사람의 손에서다. 카렌이 남편의 코트 주머니에서 그것을 만진다. 해리는 해마다 카렌에게 스카프를 선물해 온 사람이다. 카렌은 그 전통이 올해 깨졌다고 생각하고 기뻐한다.
이 대목에서 목걸이는 아직 아무 잘못이 없다. 잘못은 해석에 있다. 카렌은 목걸이를 자기 것으로 읽었고, 그 읽기는 틀렸다. 그런데 배우자의 주머니에 든 선물을 자기 것으로 읽는 일이 틀린 읽기인가. 그것은 가장 자연스러운 읽기다. 틀린 쪽은 주머니다.
3. 크리스마스이브 — 조니 미첼의 음반
그보다 앞서 이런 대화가 있다. 카렌이 조니 미첼을 사랑한다고, 진짜 사랑은 평생 간다고 말하면서 「조니 미첼은 당신의 차가운 영국인 아내에게 느끼는 법을 가르친 여자야」라고 덧붙인다. 해리는 언제 편지라도 써서 고맙다고 해야겠다고 받는다. 농담이다. 자기를 깎아서 남편을 웃기는, 결혼 생활의 오래된 기술이다.
크리스마스이브, 가족이 모여 선물을 연다. 카렌은 목걸이가 들었으리라 믿는 상자를 집는다. 안에는 조니 미첼의 음반이 들어 있다. 해리는 「당신의 감정 교육을 계속하라고」라고 덧붙인다. 며칠 전의 농담이 이렇게 돌아온다. 아내가 자기를 낮춰서 한 농담을 남편이 선물의 핑계로 돌려주는 것이다. 농담은 받은 사람이 되돌려 줄 때 가장 아프다.
카렌은 침실로 올라간다. 음반을 틀어 놓고 서 있다. 방을 둘러보고, 가족 사진을 보고, 손목을 문지른다. 운다. 그리고 침대보를 잡아당겨 바로잡는다. 그 사이 화면은 미아에게로 건너간다. 미아가 목걸이를 걸어 보며 거울을 보듯 카메라를 본다. 목걸이가 처음으로 사람의 목에 걸리는 순간이고, 그 순간 다른 집 침실에서 한 여자가 침대보를 펴고 있다. 카렌은 얼굴을 고치고 아이들에게 내려간다.
나는 그 침대보에 오래 걸렸다. 사람이 무너질 때 왜 침대보를 바로잡는가. 품위란 무엇인가. 아무도 보지 않는 방에서 구겨진 것을 펴는 일이 아닐까 싶었다. 보는 사람이 있을 때 단정한 것은 예의고, 보는 사람이 없을 때 단정한 것이 품위다. 물론 이 해석은 내 것이다. 그 손짓은 배우가 그 자리에서 떠올린 것일 수도 있고, 침대보가 정말로 구겨져 있었을 수도 있다. 나는 내가 보고 싶은 것을 봤을 가능성을 늘 열어 둔다. 그래야 다음에 또 볼 수 있다.
4. 심문
그 뒤 카렌이 해리에게 묻는다. 그것이 목걸이뿐인지, 잠자리와 목걸이인지, 아니면 최악으로 목걸이와 사랑인지 기다려서 알아내야 하느냐고. 남은 인생이 조금 더 나빠질 줄 알면서 머무르겠느냐고, 아니면 잘라 내고 떠나겠느냐고. 해리는 자기가 완전히 잘못했다고, 전형적인 바보라고 말한다. 카렌이 답한다. 「당신은 나를 바보로 만들었고, 내가 사는 삶까지 바보 같은 것으로 만들었어.」
목걸이의 이력서에서 이 줄이 가장 중요하다. 목걸이는 이 대화에 등장하지 않는다. 미아의 목에 걸려 있거나 서랍에 있거나, 어쨌든 화면 밖이다. 그런데 대화는 전부 목걸이에 관한 것이다. 물건은 자리를 비우고 나서야 가장 크게 말한다. 내가 쓴 어떤 글보다 그 목걸이가 더 많이 말했다고 생각하니 조금 서글프지만, 그건 내 문제다.
5. 행방 — 한 달 뒤 공항
영화는 한 달 뒤 공항으로 간다. 카렌은 아이들을 데리고 해리를 마중 나온다. 썩 기쁜 얼굴은 아니다. 목걸이는 화면에 없다. 미아가 아직 걸고 있는지, 돌려줬는지, 서랍에 넣었는지 영화는 말하지 않는다. 이력서의 마지막 칸이 비어 있다.
그 빈칸이 이 영화에서 가장 정직한 부분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물건은 끝까지 추적할 수 있지만 마음은 그렇지 않다. 공항에서 카렌이 해리를 안는지 안지 않는지보다, 목걸이가 어디 있는지 모른다는 사실이 두 사람의 다음을 더 정확하게 말해 준다. 어디 있는지 모르는 물건은 언제든 다시 나타날 수 있다.
추신. 올해 선물은 내가 직접 포장하기로 했다. 계피 막대는 넣지 않을 생각이다. 받는 사람이 포장을 뜯는 동안 내가 초조해지지 않을 선물만 사면 된다는 것을 이 영화에서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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