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2013
러브 액츄얼리: 크리스마스 에디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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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려 나갔던 5분이 가장 멀쩡했다
5분이다. 2013년 겨울, 이 영화가 「크리스마스 에디션」이라는 이름을 달고 다시 극장에 걸렸을 때 10년 전 개봉판보다 늘어난 시간이 그 정도였다. 수입사는 청소년관람불가 판에 이 이름을 붙이고, 15세 판은 원래 제목 그대로 같은 날 걸었다. 늘어난 5분은 영화 촬영장에서 만나는 한 커플의 장면이다. 2003년 국내 개봉 때 통째로 잘려 나갔던 사람들이다.
기대
나는 그 이름에 걸었다. 몇 번을 본 사람도 못 본 5분이 있다는 말이니까. 성인 등급을 받을 만큼 센 장면이라면 이 영화의 다른 얼굴이 거기 있을 거라 생각했다. 사랑이 어디에나 있다고 말하는 영화가 스스로 잘라 냈다가 되살린 자리. 본심은 그런 데 숨는다. 그게 내가 두 판 중 긴 쪽을 고른 이유였다.
하나 더. 이 영화는 크리스마스 다섯 주 전부터 한 주씩 세어 내려가는 구조다. 이야기가 아홉 갈래쯤 된다. 갈래가 많으면 누군가는 뒤에 남는다. 나는 그 남는 사람이 누구인지 보고 싶었다. 돌아와 보는 영화는 처음 볼 때 못 본 사람이 보이는 법이다.
실제
먼저 어긋난 것부터 적는다.
총리 관저의 나탈리. 미국 대통령이 방문한 날, 총리가 서류를 가지러 나갔다 돌아오니 대통령이 나탈리의 귀에 무언가 속삭이고 있고 나탈리는 서둘러 방을 나간다. 총리는 기자회견장에서 미국을 향해 괴롭히는 친구는 더는 친구가 아니라고 말한다. 셰익스피어와 처칠과 비틀스의 나라라고. 방 안이 플래시로 뒤집힌다. 여기까지는 통쾌하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총리는 비서실장에게 나탈리를 자기 사무실 밖으로 보내라고 지시한다. 부당한 일을 당한 사람이 자리를 옮긴다. 당한 쪽이 치워지는 것이다. 영화는 이 장면에서 총리의 울적한 얼굴을 길게 보여 주지만, 나탈리 쪽의 그날에는 오래 머물지 않는다. 나는 그 얼굴이 보고 싶었다. 크리스마스이브에 「사실 저는 당신 거예요」라고 적힌 카드가 오고, 총리가 원즈워스의 험한 동네를 집집마다 두드리고 다니는 뒤풀이는 길다. 카드가 오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영화는 그 질문을 받지 않는다.
그리고 사라. 같은 회사의 칼을 2년째 좋아했다. 사장이 크리스마스니까 말이라도 해 보라고 등을 떠민다. 회사 파티에서 둘은 느린 곡에 춤을 추고, 칼이 집까지 데려다주고, 사라는 그가 안 보이는 모퉁이에서 혼자 작게 춤을 춘다. 침대 위에서 전화가 울린다. 시설에 있는 동생이다. 칼은 받지 말라고 한다. 사라는 받는다. 전화는 거듭 울리고 사라는 결국 일어나 동생에게 간다. 칼이 남긴 말은 인생은 방해와 복잡한 일로 가득하다는 한 줄이다. 그게 끝이다. 사라가 마지막으로 나오는 자리는 동생 곁이다. 영화는 사라에게 다음을 주지 않는다. 사랑은 어디에나 있다고 두 시간 넘게 말한 영화가, 가장 많이 내어 준 사람 앞에서는 입을 다문다. 나는 이게 가장 비었다고 본다. 비었다는 말이 틀렸다면 이렇게 고치겠다. 영화가 사라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그런데 그 5분.
존과 주디는 영화 촬영장에서 만난다. 남이 찍는 정사 장면의 대역이다. 감독이 컷을 외치면 그제야 통성명을 한다. 벗은 채로 서로의 몸 위에 포개져서 둘이 나누는 이야기는 결혼 안 한 총리 이야기 같은, 버스 정류장에서 할 법한 잡담이다. 남자는 손을 녹이고 나서 여자의 몸에 댄다. 남자가 말한다. 그냥 이야기할 사람이 있어서 좋다고. 카메라가 돌 때는 아무렇지 않던 두 사람이 카메라 밖에서는 말을 더듬는다. 남자가 크리스마스에 한잔하자고 청하고, 여자가 받는다. 집까지 바래다주는 길에 여자가 말한다. 크리스마스에 바라는 건 당신뿐이라고. 한 달 뒤 공항, 둘은 신혼여행을 떠나는 길에 있다.
이 5분에는 아무도 부당한 일을 당하지 않는다. 아무도 치워지지 않고, 아무도 전화를 받으러 나가지 않는다. 가장 벗은 사람들이 가장 예의 바르다. 10년 동안 이 나라 관객이 못 본 것이 이 영화에서 제일 온전한 사랑 이야기였다는 사실이 나는 조금 우습고 조금 서운하다.
남은 것
기대한 것은 숨겨진 본심이었다. 받은 것은 숨겨진 예의였다. 어긋났지만 밑진 거래는 아니다.
이 영화를 올해도 볼 거라면 두 판 중 긴 쪽을 보라. 5분이 길어서가 아니다. 그 5분이 나머지 두 시간을 재는 자다. 총리의 사무실과 사라의 침대에서 무엇이 비어 있었는지, 벗은 두 사람이 옷 입은 사람들보다 정확하게 보여 준다.
중요한 건 그다음이다. 나탈리는 카드를 썼고, 주디는 바라는 게 당신뿐이라고 말했고, 사라는 전화를 받았다. 영화는 앞의 둘에게만 답을 줬다. 당신이 사라라면 그 답 없는 자리를 알 것이다. 거기서 버티는 사람에게 이 영화는 아무 말도 해 주지 않는다. 그래도 보라. 안 해 주는 말을 확인하는 것도 버티는 방법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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