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2010
동쪽의 에덴 극장판 : 더 킹오브 에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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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을 강에 버리려던 당신에게
편지를 쓰게 된 사정부터요. 82분짜리 애니메이션 극장판을 봤는데, 끝나고 나니 주인공한테가 아니라 주인공을 찾아간 사람한테 말을 걸고 싶어졌어요. 미사일을 막고 왕이 되겠다고 해 놓고 또 기억을 지운 남자 얘기는 다들 할 테니까, 나는 그 남자를 찾으러 혼자 바다를 건넌 사람한테 쓸게요. TV 시리즈 뒤를 바로 잇는 극장판이라 처음 보는 사람에게는 친절하지 않다는 말이 많던데, 나도 처음 30분은 번호하고 이름 외우기에 바빴어요. 그래도 한 사람은 또렷하게 보였어요. 여기서부터는 그 사람한테.
모리미 사키 씨.
솔직히 말하면 당신 얘기를 쓰는 건 조금 민망해요. 당신이 한 일은 대단한 게 아니거든요. 비행기를 탔고, 택시에서 내렸고, 강가에 서 있었어요. 그게 다예요. 그런데 그 세 가지가 82분 내내 나를 붙잡고 있었어요!
첫째, 당신은 메시지 한 줄을 믿고 뉴욕으로 갔어요. 그 사람이 남기고 간 전화기에 「나는 당신과 함께 있던 그곳에 있습니다」 하는 말이 있었죠. 어디라고는 안 썼어요. 당신은 둘이 처음 그 전화기로 찍은 사진 한 장을 단서로 삼았어요. 그 사람은 반년 동안 소식이 없었고, 이제는 죽은 총리의 숨겨 둔 아들이라는 이름으로 살고 있다는 얘기까지 들려오는데, 당신은 그냥 갔어요. 다섯 명이 차린 작은 회사의 한 명이 바다 건너로 가 버린 거니까 남은 사람들한테는 미안했을 거예요. 그래도 갔어요.
둘째, 당신은 짐에서 총이 쏟아져 나오는 걸 봤어요. 택시 기사하고 말이 안 통해서 그랜드 센트럴 역 앞에 내려졌는데, 가방에서 총이 우르르 나왔고, 놀란 기사는 당신 여권하고 그 전화기가 든 가방을 실은 채 달아났어요. 나중에 밝혀지지만 총을 넣은 건 영화를 만든다는 6번 세레손이었죠. 그 사람은 카메라를 들고 당신을 쫓아다녔어요. 당신은 누구의 영화 속 인물이 되려고 간 게 아니라 사람 하나를 찾으러 갔을 뿐인데 말이에요. (여기서 사연 하나. 나도 공항에서 가방을 잃어 본 적이 있어요. 여권은 품에 있었지만 사흘 동안 같은 옷을 입었고, 그 사흘이 그 여행에서 제일 많이 기억나요. 잃은 게 생기면 여행이 그때부터 진짜가 돼요. 그 얘기는 여기까지.) 뉴욕 거리에서 당신은 총 한 자루를 쥔 채 어쩔 줄 몰라 뛰어다녔어요. 당신이 그 전화기를 잃어버린 건 너무했다는 평도 있던데, 나는 그 장면에서 당신이 좋아졌어요. 잘하는 사람이 아니어서요.
셋째가 내가 정색한 장면이에요. 브루클린 다리 아래 산책로. 당신은 남은 총을 강에 던지려고 서 있었어요. 그때 누가 말을 걸었죠. 그 사람이었어요. 당신이 바다를 건너 찾아온 사람이, 당신을 몰라요. 기억을 지웠으니까요. 나는 여기서 당신이 울 줄 알았어요. 안 울었어요. 당신은 사정을 말했고, 그 사람은 당신 말을 의심하지 않았고, 당신이 쥐고 있던 택시 영수증을 들고 가방을 되찾아 왔어요. 남이 보면 처음 만난 두 사람이 영수증 한 장 들고 택시를 찾는 장면이에요. 나한테는 이 영화에서 제일 큰 장면이었고요. 당신이 참은 걸 내가 대신 울었어요. 왜인지는 모르겠어요.
그 사람은 영화관에서 일하고 있었죠. 거기서 그 사람이 떠올리는 조각이 있어요. 어떤 여자애와 청년이 강가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기억. 그게 당신이었다는 걸 그 사람은 거기서 알아요. 회전목마의 금반지도 그 사람에게 남은 어린 날의 조각이었다고 해요. 조각들이 당신하고 걷는 길에서 하나씩 자리를 찾아요. 당신이 한 일은 그 사람에게 당신이 누구였는지 설명하는 게 아니었어요. 옆에 서 있는 거였어요.
묻고 싶은 게 있어요. 당신은 무섭지 않았어요? 뒤에서는 1번 세레손이 공안을 보냈고, 당신들 회사의 검색 기능으로 그 사람의 기록이 바뀌고 있었고, 회사 전화는 도청당하고 있었어요. 11번, 모델 사무소를 하는 그 여자가 당신을 도왔고 마지막에는 그 사람 대신 섰죠. 그 여자의 주이스를 실은 트레일러가 미사일을 받아 냈어요. 영화는 거기서 거의 끊겨요. 두 사람이 일본으로 돌아가는 길목에서, 그 충격을 수습할 틈도 안 주고요. 당신은 그 비행기 안에서 무슨 생각을 했어요? 그 사람은 아직 당신을 다 기억하지 못하는데.
그리고 하고 싶은 말. 당신이 뉴욕에서 한 일 중에 세상을 구하는 일은 하나도 없었어요. 백억 엔을 쓴 것도, 미사일을 막은 것도, 법을 바꾼 것도 다른 사람들이에요. 당신은 사람 하나를 찾았고, 그 사람이 당신을 몰라도 옆에 있었어요. 이 영화가 누가 왕이 되느냐를 두고 다투는 이야기라면 당신은 그 다툼에서 가장 멀리 있는 사람이고, 그래서 내가 편지를 당신한테 쓰는 거예요. 볼까 말까 묻는 사람한테는, TV 시리즈를 모르면 어려운 영화라는 걸 먼저 말할게요. 그래도 강가에서 총을 버리려던 사람 하나는 꼭 보라고 하고 싶어요. 당신은 모르겠지만, 그날 밤 당신 뒤에 서 있던 사람이 한 명 더 있었어요. 화면 바깥에서요.
추신. 그 사람은 영화관에서 일하고, 6번은 영화를 찍겠다고 당신들을 쫓아다녔어요. 이 영화 안에 영화가 두 번 나와요. 당신만 그 어느 영화에도 들어가지 않고 끝까지 바깥에 서 있었어요. 그게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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