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 2013
나 혼자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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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열한 시 십 분의 집들
2013년 3월 22일 금요일 밤에 시작한 프로그램이 2026년 10월 30일에 671회를 냈다. 지금은 금요일 밤 열한 시 십 분에 시작해 토요일 새벽 한 시에 끝난다. 혼자 사는 사람의 집에 카메라를 두고 하루를 찍는다. 열세 해 동안 그 집이 바뀌고 날씨가 바뀌고 시간대가 바뀌었다. 사람 이름은 되도록 빼고 장소와 빛만 적는다.
서울, 어느 집 거실 · 2013년 3월 밤
첫 회다. 집주인이 한 사람 있고 손님이 다섯 온다. 여섯 남자가 파자마를 입고 있다. 케이크와 다과가 있다. 그 집은 전에 음료수 병을 줄 세워 둔 집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 병들이 이날도 그 자리에 있었는지는 화면에 나오지 않는다. 밤이 깊어 간다. 한 사람은 일자리를 잃었다고 말하고, 다른 사람이 노래를 하나 만들어 부른다. 창밖은 나오지 않는다. 방 안의 불빛만 있다.
한강 · 2025년 8월 새벽 네 시
해가 뜨기 전이다.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과 뛴다. 15킬로미터다. 뛰고 나서 한강 수영장으로 간다. 샤워를 하고 수영복으로 갈아입는다. 일어난 지 여섯 시간 만에 첫 끼로 즉석라면을 먹는다. 라면이 금방 없어진다. 물에 들어간다. 문화센터에서 할머니에게 배웠다는 수영이다. 앞으로 나간다. 그다음 온몸을 떤다. 수영장을 기어 나온다. 바닥에 눕는다. 해는 이제 높다. 「무슨 하루가 이러지?」 그가 말한다. 뒤에 한마디를 더 붙인다. 이건 위대한 일이라고.
집 주방, 두 곳 · 2026년 8월
같은 날 방송에 주방이 두 번 나온다. 첫 주방에서는 냄비에 밥을 지어 나눠 담는다. 고추장아찌와 새우장을 만든다. 냉장고가 찬다. 주방을 나가면 바느질이다. 구멍 난 양말을 꿰고, 늘어난 티셔츠 목을 우레탄 실로 잡는다. 목이 구불구불해진다. 경조사용 구두에 불광과 물광을 낸다. 쓰던 것을 끝까지 쓰고 버리는 게 좋다고 그는 말한다.
둘째 주방은 아침이다. 화구 셋이 동시에 켜져 있다. 카레, 김치찌개, 고기. 예전에는 바나나로 끼니를 넘기던 사람이다. 그가 식탁 의자에 앉아 먹는다. 첫 주방의 주인이 그 장면을 보고 너까지 변하면 어떡하냐고 한다. 첫 주방은 저장하는 주방이고 둘째 주방은 차리는 주방이다.
동두천 · 2026년 10월 아침, 안개
지은 지 90년 된 집이다. 10월 2일에 처음 나왔고, 네 주 만에 다시 나왔다. 집주인이 호스를 연결해 물을 튼다. 샐러리를 씻는다. 물이 샐러리 위로 떨어진다. 외출복을 챙겨 입고 테라스로 나간다. 샐러리를 갈라 땅콩소스에 찍어 먹는다. 무스탕을 입었다. 밖은 안개다. 아침을 먹고 오토바이를 타고 나간다. 친한 형의 정비소인데 형이 아직 안 와서 자기가 문을 연다. 엔진오일을 간다. 뒤에 온 정비소 주인이 집에 아직도 사람이 많이 오느냐고 묻는다. 계속 온다고 그가 답한다. 방송에 집이 나간 뒤의 일이다.
스튜디오에서 사회자가 동두천이 춥다고 말한다. 「북쪽이라 엄청 춥다」. 같은 날 그 집주인은 포대에 샤인머스캣을 가득 담아 들고 스튜디오에 들어온다. 사회자가 「사람 든 거 아니냐」고 한다.
제주, 항구 · 2026년 10월, 강풍
같은 날 방송의 다른 집이다. 집은 잠깐이고 바깥이 길다. 아침에 개 두 마리와 뛰고, 개들을 유치원에 데려다 준다. 담임이 중간고사 성적표를 준다. 생일이다. 어머니가 와 있다. 오토바이를 타고 항구로 간다. 바람이 세고 파도가 높다. 어머니가 싸 준 도시락을 연다. 파김치가 바람에 날린다. 누가 챙겨 주는 게 쑥스럽다고 그는 말한다. 소리는 바람이다. 밥을 먹고 나서 옷 가게에 들어가 여성복을 고른다. 선물용이다. 한 해 전 새벽 네 시에 한강을 뛰던 사람이다. 그날은 물에 들어갔고 이날은 들어가지 않는다. 그가 왜 이렇게 늙었냐고 말한다.
스튜디오 · 매주 금요일 밤
모든 장소가 마지막에는 여기로 온다. 집 안에서 찍은 것을 집 밖의 사람들이 둘러앉아 본다. 2013년 첫 회의 밤은 집 안에 여섯이 모여 있었다. 2026년의 밤은 한 사람씩 찍고 뒤에 모인다. 안개 낀 동두천과 바람 부는 제주가 같은 밤 같은 화면에 이어서 나온다. 열세 해 동안 바뀐 것은 날씨와 지붕이고, 바뀌지 않은 것은 금요일 밤이라는 시간대다. 혼자 사는 사람이 그 시간에 무엇을 하는지 나는 모른다. 텔레비전을 켠 사람만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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