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 2013
나 혼자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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찍힌 사람이 자기를 보는 자리
열세 해를 넘긴 프로그램을 두고 좋다고 말하려면 근거가 세 개는 있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올가을 방송에서 셋을 골랐다. 하나는 구조, 하나는 전개, 하나는 편집이다. 셋 중 어느 것이 가장 약한지도 끝에 밝힌다.
하나. 찍힌 사람이 스튜디오에서 자기를 본다
이 프로그램의 틀은 단순하다. 집에 카메라를 두고 하루를 찍은 다음, 찍힌 사람을 스튜디오에 앉혀 그 화면을 보게 한다. 흔한 틀이라서 효과를 잊기 쉽다. 9월 4일 방송이 그 효과를 다시 보여 줬다.
한 방송인이 도쿄 시부야의 편집숍에서 팝업 매장을 열었다. 내놓은 것은 직접 고친 운동화, 원단부터 손수 만든 데님 재킷, 직접 디자인한 모자다. 어머니처럼 여긴다는 선배 가수가 나타나자 그는 버선발로 뛰어나간다. 선배는 옷을 하나하나 보다가 「잘한다 너」라고 하고, 바느질이 보통 바느질이 아니라고 하고, 데님 재킷을 입어 본 뒤 「이거 하나 살래요」라고 한다. 화면은 여기까지 기쁨만 찍는다.
스튜디오가 나머지를 채운다. 그는 그날을 「꿈 같았다」고 하면서, 울컥하다가 기분 좋다가 이게 진짜인가 생각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덧붙인다. 가장 힘들고 답답했던 시기에 만든 것들이라서 그랬던 것 같다고. 카메라는 힘들었던 시기를 찍지 못했다. 그 시기는 찍힌 사람이 자기 화면을 보면서 비로소 말한다. 집 안의 화면 한 겹과 스튜디오의 말 한 겹이 포개져야 한 장면이 완성되는 구조다. 그날 밤 그는 야구 중계를 틀어 놓고 후추 닭날개 튀김과 닭껍질 만두를 먹으며 「5일 동안 고생한 나를 위한 첫 끼」라고 했다. 이 문장도 스튜디오의 말 없이는 그냥 야식이었을 것이다.
둘. 관계가 산에서 시작해 냉장고에서 끝난다
10월 23일 방송. 3년 동안 12킬로그램을 늘린 음악 프로듀서가 자기가 바라는 몸의 주인으로 한 개그맨을 지목한다. 맨몸 운동에는 강하지만 근력 운동에는 약하다며, 약점을 메워 줄 강자가 필요하다고 한다. 두 사람은 같은 목장갑을 끼고 산속 야외 헬스장으로 간다. 개그맨의 섀도복싱으로 몸을 풀고, 그 운동장의 고수들이 남긴 흔적을 따라 기구를 잡는다. 프로듀서는 자신 있게 덤볐다가 철봉에 매달린 채 버둥거린다.
여기서 끝났으면 흔한 운동 분량이다. 전개가 좋은 것은 그다음이다. 개그맨이 프로듀서의 집으로 간다. 고양이가 문 앞에서 낯선 사람을 살피고, 집주인은 「원래 이러지 않는데」라며 당황한다. 손님은 주방에서 제육볶음과 달걀장조림을 만들어 냉장고를 채운다. 집주인은 고마움으로 자기 옷을 꺼내 선물한다. 개그맨은 동생이 생겼다고 하고, 프로듀서는 「친형이 있다면 이런 느낌」이라고 한다.
산에서 시작한 관계가 냉장고에서 끝난다. 혼자 사는 사람의 집에 남이 들어와 음식을 두고 가는 것, 그것이 이 프로그램이 「혼자」를 다루는 방식이다. 정확히 말하면, 혼자 사는 사람의 하루를 찍는 게 아니라 혼자 사는 집에 누가 들어오는 순간을 찍는다. 그 순간에 각본이 있는지 나는 모른다. 다만 냉장고에 남은 반찬은 각본이 끝난 뒤에도 거기 있다.
셋. 실패한 장면을 자르지 않는다
9월 18일 방송. 한 배우가 한국어가 서툰 조카와 말을 나누려고 영어를 배운다. 원어민 강사와 일대일 수업이다. 「자동차 여행을 해 본 적이 있냐」는 첫 질문에 당황하더니, 지난 시간에 배운 표현으로 답한다. 「잇츠 온 미.」 내가 살게, 라는 뜻이다. 좋아하는 음식을 묻자 삼계탕이라 하고, 설명하다가 후라이드 치킨과 닭발 사이를 오간다. 강사의 말문이 막힌다. 한국어와 몸짓과 번역기를 다 동원하는데 쓸수록 벽이 높아진다. 스튜디오에서 사회자가 말한다. 「원어민 선생님이 한국말이 늘었겠다.」
이 장면에서 영어가 느는 모습은 없다. 수업 뒤에 나아진 모습을 붙여서 보상하지도 않는다. 실패를 실패인 채로 두고, 웃음은 실패에서 나온다. 같은 날 그가 서점에서 영어 교재를 고르다 도난 방지기를 울리고 직원에게 아직 결제를 안 했다고 자수하는 장면도 그렇다. 잘된 것을 보여 주는 프로그램은 많다. 안 된 것을 안 된 채로 두는 편집은 생각보다 드물다.
가장 약한 이유
세 번째 이유가 가장 약하다. 실패를 남기는 편집은 이 프로그램만의 것이 아니고, 관찰 예능이라면 대개 그렇게 한다. 그래도 넣은 것은 앞의 두 이유를 받쳐 주기 때문이다. 실패한 장면을 자르지 않아야 스튜디오에서 찍힌 사람이 할 말이 생기고, 냉장고에 남은 반찬이 의미를 갖는다. 혼자 따로 세우면 약하고, 앞의 둘에 기대면 선다.
첫 번째 이유가 가장 강하다. 찍힌 사람이 자기를 보는 자리는 열세 해 동안 한 번도 없어진 적이 없고, 그 자리에서 나온 말 한 줄이 집 안의 화면을 매번 다시 읽게 만든다. 금요일 밤에 두 시간을 쓸지 망설이는 분이 있다면, 집 안 화면만 보지 말고 스튜디오의 그 사람 얼굴을 함께 보시라고 말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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