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 2013

나 혼자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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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차려진 밥상을 버스에 싣고 가신 분

예민한책장· 2026. 11. 01.· 2,123자

관찰 예능을 오래 보신 분들은 아실 것이다. 혼자 사는 사람의 하루에는 정해진 수순이 있다. 금요일 밤마다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내가 외워 둔 순서는 이렇다.

  1. 늦잠, 그리고 이불 속에서 휴대전화
  2. 공복에 냉장고 문 열기. 텅 비었거나 꽉 찼거나 둘 중 하나
  3. 혼자 먹기엔 많은 양의 첫 끼
  4. 취미 아니면 운동. 둘 다면 더 좋고
  5. 지인 한 명 소환. 집으로 부르거나 밖에서 만나거나
  6. 해 질 무렵의 「나 요즘 외롭다」
  7. 스튜디오의 「결혼은 하셔야죠」로 마무리

이 일곱 줄을 손에 들고 9월 18일 방송과 10월 16일 방송을 봤다. 결과부터 말씀드리면, 한 분은 차려진 밥상을 얌전히 받으셨고 한 분은 밥상을 통째로 버스에 실어 가셨다. 나머지 한 분은 밥상 앞에서 뛰어내리셨다.

받으신 쪽

9월 18일에 나온 개그맨 분의 하루를 보자. 아침상에 간장 달걀밥, 청국장, 쌈 채소가 오른다. 2번과 3번이 한 번에 통과다. 그런데 스튜디오에서 누군가 말한다. 결혼을 안 했는데 가장의 무게가 느껴진다고. 마무리에 와야 할 7번이 아침 밥상에서 벌써 나온 셈이다. 수순이 당겨졌으니 뒤가 궁금해졌다.

다음은 석 달 만의 대청소다. 이분은 「클래식한 청소를 좋아한다」며 다른 도구를 다 제쳐 두고 손걸레 하나로 베란다 바닥을 닦는다. 4번의 운동 칸을 청소로 메운 것이라 하겠다. 다 닦고 나서 보니 크리스마스트리가 그대로 서 있고, 잡동사니는 자리만 옮겨져 있다. 청소 전과 후가 틀린 그림 찾기다. 구수하다. 이어서 아울렛에 가서 마음에 드는 후드 티셔츠를 집고, 기준을 넘는 값의 청재킷 앞에서 고민하다가 「오늘까지」라는 할인 문구에 신념을 접는다. 저녁은 새우소금구이, 생새우회, 새우머리버터구이, 조개찜. 한 사람 몫의 풀코스라서 3번이 두 번째로 돌아온 것이다.

여기까지 세어 보면 1번만 확인이 안 되고 2·3·4·7번은 다 있다. 그런데 5번과 6번이 없다. 지인을 부르지 않았고, 하루 종일 외롭다는 말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 밥상을 받으시긴 했는데 반찬 두 개는 손도 안 대신 것이다.

나 혼자 산다 스틸컷

버스에 실어 가신 쪽

10월 16일의 배우 분은 드라마 촬영이 끝나 그동안 못 먹은 빵을 갚으러 간다. 대전행 45인승 버스 앞에서 「드디어 왔다」고 하신다. 버스에는 나이대가 제각각인 빵 순례자들이 가득하고, 안내인이 인사를 한다. 「빵 버스를 타는 순간 여러분의 지갑은 열릴 수밖에 없는 운명 속에 던져졌다는 걸 아셔야 한다.」

자, 수순표를 꺼내 보자. 5번은 지인 한 명인데 여기는 마흔 몇 명이다. 2번의 냉장고는 대형 보냉가방으로 바뀌었다. 대전의 유명 빵집에서 녹차 빵을 쓸어 담고, 사자마자 길에서 뜯어 드시고, 한정판 에그타르트를 사려고 다른 순례자들과 달리기까지 하신다. 중간에 빵 숙취를 달래는 떡볶이 휴식이 있고, 끝에는 수료증이 나온다. 「역시 빵은 옳았다.」 6번과 7번은 어디에도 없다. 외로울 틈이 없는 것이다. 다 차려진 밥상을 물리고 버스를 타셨으니, 과연.

같은 날 또 한 분의 배우는 지난 1월 오토바이 면허 시험장에서 만난 2006년생 동생과 길을 나선다. 둘 다 그날 떨어진 불합격 동기였고, 이분이 반려견을 떠나보냈을 때 동생이 위로 전화를 한 뒤로 가까워졌다고 한다. 피자와 파스타, 도넛과 냉커피, 요즘 유행하는 카페. 여기까지는 5번과 3번을 교과서처럼 따르셨다. 마지막 목적지가 번지점프대다. 동생은 망설임 없이 한 번에 뛰고, 이분은 여러 번 주저하다 세 번째에 성공한다. 그러고는 「사실은 실수로 뛰어내린 거다」라고 하신다. 소감이 또 묘하다. 동생이 그날 제일 많이 한 말이 「행복해요」였고 자기도 같은 마음이었다고. 6번 자리에 「외롭다」 대신 「행복해요」가 들어앉은 것이다.

나 혼자 산다 포스터

그래서 수순표는

세 분 모두 1번부터 4번까지는 어디선가 지키셨다. 밥상의 뼈대는 그대로다. 다만 5번부터 7번, 그러니까 지인과 외로움과 결혼 타령이라는 뒷부분을 한 분은 비우고, 한 분은 마흔 명으로 불리고, 한 분은 「행복해요」로 바꿔 끼우셨다. 제작진이 수순표를 알고 일부러 비트는 것인지, 아니면 사람이 원래 표대로 안 사는 것인지는 내가 알 도리가 없다.

아무튼. 혼자 사는 사람의 하루에는 정해진 수순이 있다고 글머리에 썼는데, 다 보고 나니 「있다」를 「있었다」로 고쳐야 할 것 같다. 열세 해를 보셨다는 분들은 이미 아셨을 것이고, 나만 이제 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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