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2023

더 와일드: 야수들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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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들 곁에 누가 있었나

심장쫄깃러· 2026. 10. 29.· 2,391자

누가 살아남는가. 이 영화가 앞세우는 질문입니다. 저는 보면서 다른 걸 물었어요. 이 사람들 곁에 누가 있었나. 여덟 해를 안에서 보낸 남자가 나오는 날, 교도소 앞에 친구가 차를 대고 서 있습니다. 한 사람이 있긴 있었어요. 다만 그 사람이 왜 와 있었는지가 이 영화의 전부가 됩니다.

그래서 이 글은 인물 소개가 아니라, 어떤 마음일 때 이 영화가 어떻게 닿는지에 대한 이야기예요. 결말까지 적습니다.

누군가를 지키려다 더 큰 일에 휘말린 분께

우철이라는 분은 조용히 지내겠다고 말하고 나왔습니다. 그런데 봄이라 불리는 여성이 형사에게 험한 일을 당하는 걸 보고 주먹을 씁니다. 상대는 배지를 가진 사람이었어요. 그 한 번으로 이분은 친구와 형사 사이의 거래에 묶이고, 사람을 죽이러 가라는 말까지 듣게 됩니다.

누군가를 막아 주었다가 일이 커진 경험이 있는 분이라면 이 대목이 아플 거예요. 그때 손을 뻗은 게 잘못이었나 하는 생각이 따라오니까요. 저는 아니라고 봐요. 이분이 손을 뻗은 것과, 그 뒤에 다른 사람들이 그 손을 자기 계획에 끼워 넣은 것은 다른 일입니다. 조심할 점은 하나예요. 영화는 그 손 뻗은 사람을 끝내 지켜 주지 않습니다. 보고 나서 역시 나서면 안 되는구나, 하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 수 있어요. 그 결론만은 영화에 맡기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더 와일드: 야수들의 전쟁 스틸컷

용서할 수 없는 사람이 눈앞에 있는 분께

영화에는 상환이라는 분이 있습니다. 여덟 해 전 링 위에서 죽은 복서의 동생이에요. 형을 죽인 남자가 형의 연인이었던 여성과 가까워지는 걸 봅니다. 그리고 그 옆에서 형사가 이분의 귀에 자꾸 무언가를 넣습니다.

저는 이분이 이 영화에서 가장 덜 이해받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누구도 이분에게 형의 죽음을 제대로 설명해 주지 않습니다. 사실 그 시합에서 형은 약을 먹은 상태였고, 그 일을 꾸민 사람은 따로 있었어요. 그걸 모르는 채로 미움은 자라고, 그 미움을 쓸 줄 아는 어른이 옆에 있었습니다. 이분이 끝내 손을 쓰게 되는 건 그래서예요. 그런데요, 이유가 있다고 해서 그 행동이 괜찮아지는 건 아닙니다. 다만 이분을 야수라고 부르기 전에, 이분 곁에 누가 있었는지를 한 번 보시면 좋겠어요. 용서가 안 되는 사람을 두고 계신 분께는 이 인물이 거울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거울을 오래 보면 힘드니까, 보고 나서는 한 번 창밖을 보셔도 돼요.

믿던 사람에게 버려졌다고 느끼는 분께

이 영화에서 칼을 드는 젊은 사람이 둘 있습니다. 도식이라는 두목의 오른팔 윤재, 그리고 우철이 아끼던 한태예요. 윤재는 두목을 찌르고, 한태는 우철을 찌릅니다. 영화 안에서 개는 주인을 버리지 않는다는 말이 나와요. 버리는 쪽은 늘 주인이라고. 두 젊은 사람은 자신이 버려졌다고 느낀 순간에 그 말을 행동으로 옮깁니다.

믿었던 사람이 등을 돌린 기억이 있는 분이라면, 이 두 사람의 얼굴이 낯설지 않을 거예요. 버려졌다는 느낌은 사람을 급하게 만듭니다. 영화는 그 급함이 어디로 가는지를 끝까지 보여 줘요. 조심할 점은, 이 장면들이 통쾌하게 그려지지 않는다는 겁니다. 복수가 아니라 상실로 보여요. 그래서 보고 나면 속이 풀리는 게 아니라 더 조용해질 수 있습니다.

내 잘못이 아닌 일로 벌을 받아 본 분께

우철이라는 분은 여덟 해를 살고 나왔지만, 그날 링 위의 상대는 이미 약에 취한 상태였습니다. 약을 먹인 사람은 교도소 앞에 마중 나온 그 친구였어요. 이분은 그 사실을 덮기 위해 자기가 들어갔다고 영화는 알려 줍니다. 그리고 나와서도 끝까지 그 친구에게 먼저 손을 들지 않아요.

자기 몫이 아닌 짐을 오래 진 분께는 이 인물이 답답하게 보일 수도 있고, 가장 가깝게 보일 수도 있습니다. 저는 이분이 짐을 내려놓는 법을 몰랐던 거라고 봐요. 아마 안에서 보낸 여덟 해 동안 그 짐이 자기 것이 되어 버렸을 거예요. 조심할 점은, 영화가 이분에게 아무 보상도 주지 않는다는 겁니다. 마지막에 이분을 찌르는 건 적이 아니라 자기가 아끼던 사람이에요.

더 와일드: 야수들의 전쟁 포스터

이런 분은 보지 않는 편이 나아요

약 때문에 가까운 사람을 잃었거나, 지금 그런 사람 곁에 있는 분입니다. 이 영화에는 바닥에 떨어진 약과 주사기, 거기에 기대 있는 사람이 나와요. 명주라는 분은, 봄이라 불리던 그분은, 끝까지 그 약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영화는 그걸 설명하지 않고 그냥 보여 줘요. 칼이 배를 찌르고 술병이 머리를 치는 장면도 거르지 않습니다. 몸이 먼저 반응하는 분은 이번은 건너뛰셔도 괜찮아요.

영화를 다 보고 저에게 남은 건 질문 하나였어요. 여덟 해 전 그 시합 전날, 누가 우철 곁에 있었다면. 누가 명주 곁에 있었다면. 영화 속 사람들은 전부 누군가를 쓰려고 곁에 왔습니다. 쓰지 않고 곁에 있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이 이야기는 다른 제목이 되었을 거예요. 저는 그렇게 믿어요.

혹시 지금 곁에 그런 사람이 있다면, 오늘 한 번 안부를 물어 주세요. 그걸로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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