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2026
입에 대한 앙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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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고 싶습니까, 라고 묻길래
「위로 가지 않으면 먹혀 버려.」 묘지의 나무에 올라간 여자애가 하는 말이다. 이 한 줄을 어떻게 들었느냐로 친구와 나는 한 시간을 썼다. 친구는 이 영화를 먼저 봤고, 나한테 아무 말도 하지 말라고 해 놓고는 자기가 먼저 말을 꺼냈다. 아래는 그 대화를 기억나는 대로 옮긴 것이다. 영화에 관한 사실은 확인한 것만 적었고, 친구의 말은 친구가 책임질 일이다.
줄거리는 이렇다. 심령 명소로 알려진 묘지에 저주받은 나무가 있다는 괴담을 듣고, 쇼타가 친구들을 꼬드겨 담력 시험을 간다. 다음 날 일행 중 한 명이 사라진다. 남은 사람들의 증언이 녹음기로 형사에게 들어가고, 우리는 그 증언을 영화로 본다. 89분이다.
나: 그래서 그 여자애, 안이라고 했나. 없는 사람이었다는 거지.
친구: 없는 사람. 감시카메라에 셋만 찍혀 있어. 쇼타, 타츠야, 미레이. 넷이 갔다고 다들 증언하는데 카메라엔 셋이야.
나: 나는 그게 이 영화의 점잖은 데라고 본다. 「이 사람은 없었습니다」로 끝내는 반전은 흔하지만, 이 영화는 없었던 사람의 대사를 맨 마지막에 한 번 더 틀어 주지 않나. 먹혀 버린다던 그 말이 먹을 수 있다는 말로 바뀌어서.
친구: 그게 바로 내 민원인데. 없는 사람한테 대사를 두 번 주는 건 반칙이야. 증언으로만 이루어진 영화라면서, 증언에 없는 사람을 화면에 내보내 놓고 나중에 없었다고 하면 나는 뭘 보고 앉아 있었던 거냐.
나: 형사가 상상한 걸 본 거지. 형사가 녹음을 듣고 있고, 우리가 보는 화면은 그 사람 머릿속이라는 설명이 있잖나.
친구: 그러니까 그 형사 머릿속에 왜 없는 여자애가 들어 있냐고.
나: 그 형사도 괴담을 들은 사람이니까. 이 영화의 규칙이 그거 아닌가. 나무 이야기를 들은 순간부터 그 사람 안에 나무가 자란다. 원래는 소원을 들어주는 나무였다는 설정도 있고.
친구: 그 여자애 이름 한자가 나무 목 밑에 입 구라더라.
나: 그럼 다 짜 놓은 거네.
친구: 짜 놓은 건 알겠는데, 짜 놓았다고 다 되는 건 아니지.
여기까지가 첫 번째 의견 차이 되겠다. 친구는 증언 영화에 증언 바깥의 인물을 넣은 것을 설계 오류로 보고, 나는 그것을 설계로 본다. 민간인 둘이 가릴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 순서 문제도 있었다. 홋타와 카와세가 먼저 그 나무에 다녀왔고, 그 얘기를 들은 쇼타가 나머지를 데려간 것이 실제 순서라는데, 영화는 그 순서를 뒤섞어 보여 준다. 친구는 그것도 반칙이라 했고 나는 그것은 반칙이 아니라 했다. 두 번째는 마지막 장면이다.
친구: 끝에 설문지 나오는 거. 「이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습니까」 하고 묻는 거 말이야.
나: 그게 왜.
친구: 그건 영화가 아니라 홍보지. 나가서 떠들라는 거잖아. 그래 놓고 제목은 입에 대한 앙케트고, 엔딩 크레딧의 입 구 자는 전부 빨갛고. 떠들면 저주받는다는 영화가 떠들라고 설문을 내는 게 앞뒤가 맞나.
나: 앞뒤가 안 맞는 게 맞는 거지. 떠들면 퍼지고, 퍼지면 저주가 되고. 영화 안에서 어른 둘이 그랬잖나. 형사하고 잡지 기자. 다 끝난 자리에 와서 기자는 기삿거리가 안 된다고 돌아서고, 누군가 그 나무 앞에서 죽으라는 말을 내뱉고, 그러자 매미 소리가 커지고 전단지 사진이 나무에서 여자애로 바뀌고.
친구: 그 매미 소리는 좋았어. 그건 인정.
나: 그러니까 설문지는 그 장면의 연장이지. 어른들도 당했고 다음은 당신이다, 하는.
친구: 그럼 넌 지금 나하고 이 얘기를 왜 하고 있냐.
나: ……
친구: 그리고 설문에 「지금 이 설문에 답하고 있는 장소는 안전합니까」도 있었어. 나는 그거 보고 웃었는데, 너는 안 웃었지.
나: 안 웃었다.
한 가지는 둘 다 가볍게 말하지 않기로 했다. 다섯 사람의 증언이 경찰 조사가 아니라 그 나무 아래에서 마지막으로 남긴 녹음이었다는 것. 영화는 그것을 반전으로 쓰고 우리는 그것을 반전으로 받았지만, 반전이라는 말로 넘길 일은 아니라서 여기서는 그만 적는다. 원작 소설에서는 안이 실제로 있는 인물이고 결말도 다르다고 하는데, 나는 원작을 읽지 않았으니 전해 들은 대로만 적어 둔다.
친구: 그래서 결론은.
나: 결론은 없고, 얼굴 클로즈업하고 독백이 많아서 눈은 좀 심심하다는 것만 적어 두자. 귀는 안 심심했고.
친구: 그건 합의.
나: 그리고 이 대화는 어디 가서 하지 말자.
친구: 합의.
그래 놓고 나는 지금 이것을 적고 있는 것이다. 이 글을 읽으신 분들께는 일언반구 사과드릴 말이 없다. 아무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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