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2026
입에 대한 앙케트
작품 페이지에서 댓글 반응 보기 →
끝까지 들은 사람과 돌아선 사람
이 영화에 월급 받는 사람이 둘 나와요. 형사하고 잡지 기자. 나는 그 둘을 봤어요.
대학생들 얘기는 다른 데서 많이들 할 테니 짧게만. 묘지에 저주받은 나무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애들이 담력 시험을 가요. 다음 날 하나가 없어지고, 남은 애들이 그날 밤 얘기를 녹음으로 남겨요. 그 녹음을 듣는 사람이 형사예요. 우리가 화면에서 보는 묘지며 나무며 여자애는 전부 그 형사가 들으면서 머릿속에 그린 거고요. 영화가 그렇게 설명을 해요.
형사 일이라는 게 뭐냐. 듣는 거더라고요. 이 사람은 영화 내내 녹음기 앞에 앉아 들어요. 애들 다섯이 하나씩 말하는 걸 다요. 그러다 미심쩍으니까 묘지 근처 편의점 감시카메라를 돌려 봐요. 넷이 갔다고 애들은 다 말했는데 화면엔 셋이거든. 그 장면에서 나는 아, 이 사람 일하네, 했어요. 말을 다 들어 놓고 말을 안 믿는 거. 그게 그 직업이잖아요.
이게 왜 그럴듯한가 하면, 일하면서 누가 하는 말을 끝까지 들어 본 적이 별로 없어서예요. 중간에 결론 내리고 다음 일 하죠. 다들 그래요. 그런데 이 형사는 애들 다섯 사람 분을 끝까지 들어요. 그 인내가 수사의 전부처럼 보여요.
그럴듯한 데는 거기까지예요. 아닌 데는, 듣기만 하고 그린 그림이 너무 선명하다는 거. 나무 밑에 매미 허물이 쌓인 것까지 그 사람 머릿속이라는데, 수사라는 게 머릿속에서 그렇게 되는 건지 나는 몰라요. 영화라서 그렇겠지 하고 넘겼어요.
기자는 더 솔직해요. 이 사람은 이 얘기를 사려고 붙어 있어요. 주간지에 실을 거리로요. 돈 주고 얘기를 사는 직업이에요. 그러고는 다 끝난 자리에 와서 한마디 하고 가요. 기삿거리가 안 된다고.
나는 그 말이 이 영화에서 제일 사람 말 같았어요. 대학생 다섯이 없어진 얘기를 두고 안 팔린다고 돌아서는 게 매정하다고 할 수도 있는데, 글쎄, 그 사람 입장에선 그게 일이잖아요. 팔릴지 안 팔릴지 보는 게 일인 사람이 안 팔린다고 판단한 거. 그걸 나쁘다고 하면 이 세상 월급은 다 나쁜 거예요.
담력 시험이란 게 돈 안 드는 놀이잖아요. 대학생 다섯이 돈 안 드는 놀이 하다가 그렇게 된 걸, 돈 받고 쓰는 사람이 와서 값을 매기는 거예요. 안 된다고. 그 그림이 나는 이 영화에서 제일 솔직한 그림이었어요.
그 뒤에 형사가 기자한테 험한 말을 하고, 매미 소리가 커져요. 그 대목은 영화 보면 알 테니 여기선 안 할게요. 다만 하나. 그 험한 말도 입이잖아요. 일하는 사람 둘이 서로 입을 놀린 값을 뒤에 치르게 되는 거, 영화가 그렇게 흘러가는 걸 보면서 나는 좀 서늘했어요. 애들만 그런 게 아니구나 하고.
돈 얘기 하나 더. 젊은 애들 중에 일하는 모습이 얘기되는 게 카와세예요. 아르바이트를 하고, 거기 후배가 쇼타예요. 카와세하고 홋타가 먼저 그 나무에 갔다 와서 뭘 봤는데, 카와세가 그걸 알바하는 데서 후배한테 말한 거거든. 그 소문 하나가 쇼타를 나무 앞으로 보내요.
나는 그 장면이 제일 그럴듯했어요. 일터에서 돌아다니는 얘기가 꼭 그래요. 누가 뭘 봤다더라, 어디가 무섭다더라. 일하다 쉬는 틈에 하는 얘기는 책임이 없어요. 그래서 멀리 가요. 쇼타가 그 얘기를 듣고 나무를 찾아간 게 쇼타 잘못이냐 카와세 잘못이냐, 영화는 안 가려요. 나도 못 가려요.
들으니 형사하고 기자는 원작 소설에 없고 영화가 새로 넣은 사람들이래요. 넣은 이유를 나는 이렇게 받았어요. 일하는 어른 둘을 세워 놓고, 입 놀리는 게 애들만의 일이 아니라고 하려고. 맞는지는 모르죠. 그래도 그 둘이 없었으면 나는 이 영화를 애들 괴담으로만 봤을 거예요.
마지막에 다섯 애들의 녹음이 경찰 조사가 아니라 그 나무 아래서 남긴 마지막 말이었다는 게 나와요. 이건 가볍게 말할 일이 아니라서 여기까지만.
기자는 안 팔린다고 돌아서는 사람이고, 형사는 끝까지 듣는 사람이에요. 영화는 그 둘 다 그냥 보내 주지 않아요. 그게 이 영화에서 내가 본 거예요. 일은 일이다, 하고 끝까지 하는 사람이 꼭 덜 다치는 게 아니더라고요.
볼까 말까 물으면, 무서운 걸 보러 간다면 다른 걸 고르세요. 나는 일하는 사람 둘 보는 재미로 봤고, 그건 있었어요. 그 둘이 끝에 어떻게 되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어요. 영화가 거기서 끊어 버리거든요.
댓글
아직 댓글이 없어요. 첫 댓글을 남겨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