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2026

입에 대한 앙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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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오는 사람

즉흥한모금· 2026. 10. 31.· 2,543자

이 영화에서 가장 부당한 일을 당한 사람은 유령이 아니다. 「다음에 오는 사람」이다.

줄거리는 짧다. 심령 명소로 소문난 묘지에 저주받은 나무가 있다. 그 나무 괴담을 들은 대학생 쇼타가 친구들을 모아 담력 시험을 가고, 다음 날 일행 중 한 명이 사라진다. 남은 사람들이 그날 밤을 증언하고, 우리는 그 증언을 89분 동안 듣는다. 증언으로 지어진 영화라 사건은 전부 입으로 전해진다. 누가 무엇을 봤는지가 아니라 누가 무엇을 말했는지가 이 영화의 뼈대다.

그 말들 가운데 두 개를 꺼낸다. 하나는 소원이고 하나는 소문이다. 둘 다 억울한 일을 겪은 사람이 그다음에 한 일이다.

쇼타가 나무에 한 말

쇼타는 버림받았다. 증언 초반에는 사라진 여자 안이 그의 연인처럼 말해지지만, 영화가 끝으로 가면서 사정이 드러난다. 쇼타의 전 연인은 미레이고, 미레이는 지금 친구 타츠야와 사귄다. 쇼타는 메신저로 다시 만나자고 매달렸다. 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이것이 쇼타가 당한 일이다. 억울할 수 있다. 친구가 전 연인과 사귀는 것을 매일 보는 일은 누구에게도 가볍지 않다.

중요한 건 그다음이다. 쇼타는 타츠야를 찾아가 따지지 않았다. 그가 한 일은 저주받은 나무 이야기를 찾아 읽고 그 나무 앞에 선 것이다. 나무 아래에는 매미 허물이 잔뜩 쌓여 있다. 쇼타는 날개를 펴기 전에 죽은 흰 매미 한 마리를 들고 빈다. 이 매미처럼, 행복의 꼭대기에 있을 때, 다음에 오는 사람을 죽여 달라고.

이 문장은 두 번 읽어야 한다. 쇼타는 타츠야의 이름을 말하지 않았다. 「다음에 오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자기가 무엇을 바라는지 끝까지 책임지지 않는 말이다. 타츠야가 나무에 올 거라고 짐작하고 나머지를 나무에 떠넘긴 것이다. 그런데 타츠야는 그 밤 나무 앞에 오지 않았다. 증언 속에서 다음에 온 사람은 안이었다.

안이 사라지고, 그 뒤로 타츠야는 매미의 환영을 보기 시작한다. 쇼타가 바란 대로 되지도 않았고, 바라지 않은 대로 되지도 않았다. 저주는 이름을 가리지 않는다. 쇼타가 이름을 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쇼타는 뒤에 이렇게 말한다. 그 나무 앞에 가지 않았다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면 그런 일은 없었을 거라고. 맞는 말이다. 그런데 이 말에는 빠진 것이 있다. 「누구에게 미안하다」가 없다. 그는 자기가 한 말을 후회하지만 그 말이 떨어진 자리를 보지 않는다. 영화가 보여 주는 쇼타의 그다음은 녹음기 앞에서 말하는 모습이다. 처음에도 입이었고 끝에도 입이다.

입에 대한 앙케트 스틸컷

타츠야와 미레이 얘기도 해야 한다. 두 사람은 쇼타가 데려간 담력 시험에 따라갔다. 전 연인이 부르는 밤 산책에 지금 연인과 함께 간 것이다. 영화는 두 사람이 왜 따라갔는지 말해 주지 않는다. 아마 미안해서였을 것이다. 아마 별일 아니라고 여겼을 것이다. 두 사람이 당한 일은 이 영화에서 가장 부당하다. 행복했다는 이유로 저주의 조건을 채웠다. 그런데 영화가 보여 주는 두 사람의 그다음도 녹음기 앞이다. 다섯 사람은 서로에게 말하지 않고 기계에 말했다. 적어도 영화가 보여 주는 한에서는 그렇다.

홋타와 카와세가 도망친 뒤에 한 말

영화는 담력 시험이 한 번인 것처럼 보여 주다가 뒤에서 순서를 바로잡는다. 쇼타 일행보다 먼저 그 나무에 간 사람이 있다. 홋타와 카와세다. 둘은 친구라기보다 건달과 부하처럼 붙어 다닌다. 두 사람은 밤에 나무 앞에서 여자를 본다. 목이 길다. 여자는 지옥은 아래에 있으니까 높이 올라가지 않으면 먹혀 버린다고 말한다. 홋타가 그 여자에게 말을 건다. 여자가 비명을 지른다. 둘은 도망친다.

여기까지는 누구라도 그랬을 것이다. 밤 묘지에서 목이 긴 여자가 비명을 지르면 도망치는 것이 맞다. 두 사람이 당한 일은 부당하다기보다 운이 나빴다. 물어야 할 것은 그 뒤다.

그날 밤 이후 두 사람이 한 일로 영화가 보여 주는 것은 하나다. 말했다는 것. 카와세는 아르바이트하는 곳에서 후배에게 그 밤 얘기를 했다. 그 후배가 쇼타다. 쇼타는 그 말을 듣고 나무를 찾아 읽고, 흰 매미를 들고 서게 된다. 무서운 걸 봤다는 이야기는 하기 좋은 이야기다. 듣는 사람도 좋아한다. 그 이야기가 어디로 가서 무엇이 될지는 말하는 사람이 책임지지 않는다.

이 영화에서 괴담은 그렇게 움직인다. 본 사람이 도망치고, 도망친 사람이 말하고, 들은 사람이 간다.

두 사람의 태도가 결말을 바꿨는가. 바꿨다. 그 말이 없었으면 쇼타는 나무를 몰랐다. 쇼타의 소원이 결말을 바꿨는가. 바꿨다. 다섯 사람의 증언이 경찰 조사가 아니라 그 나무 아래에서 남긴 마지막 녹음이었다는 것이 영화의 끝이다. 다섯은 돌아오지 않는다. 두 개의 말이 다섯 사람을 그 나무 아래로 데려갔다.

입에 대한 앙케트 포스터

나는 이 영화를 공포 영화로 보지 않았다. 억울한 일을 겪은 사람이 그다음에 무엇을 하는지 보여 주는 영화로 봤다. 쇼타는 빌었고, 홋타와 카와세는 말했다. 둘 다 가장 쉬운 쪽이었다. 가장 쉬운 쪽을 고른 사람들이 가장 먼 데까지 갔다.

당신에게도 그런 날이 있을 것이다. 억울한데 따질 상대가 없는 날. 그때 나무를 찾지 마라. 그 사람 앞에 가라. 가서 말이 안 나오면 그냥 버텨라. 입을 다물고 버티는 것도 하나의 태도다. 이 영화의 다섯 사람 가운데 그것을 한 사람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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