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 2026
언니네 산지직송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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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 페스티벌인 줄 알았다
고백부터 한다. 나는 남이 밥 해 먹는 예능을 안 본다. 남이 먹는 걸 왜 보나 싶었고, 솔직히는 내가 저녁에 라면 끓이는 게 초라해질까 봐 피했다. 이 시리즈가 세 번째 시즌이라는데 앞의 둘을 안 봤고, 본 척한 적은 있다. 아무튼 언니네 산지직송3를 봤다. 열두 회 다.
몰랐던 것
첫째, 넷 중에 원래 멤버가 염정아 한 명뿐이라는 것. 첫 회가 촬영 한 달 전 사전 모임으로 시작하는데, 김선영이 이 프로그램이 인생작이라고, 화장실 갈 때도 일시정지를 한다고 하고 강유석이 어릴 적부터 팬이었다고 한다. 나만 빼고 다 보던 프로그램에 나만 처음 들어온 기분이었다. 쉬는 시간에 누나들이 전 시즌 막내 덱스 얘기를 꺼내자 강유석이 저로 만족 못 하시는 거냐고 받아치는데, 나는 그 덱스가 누군지 몰라서 웃을 타이밍을 놓쳤다.
둘째, 이 프로그램은 말장난으로 사람을 일 시킨다는 것. 네 번째 회에 태안에 갔더니 락 페스티벌이 열린다고 했다. 멤버들이 기대했고 나도 기대했다. 조정석이 노래를 부르면서 들어오니까 정말인가 했다. 락은 바지락이었다. 경운기 타고 갯벌에 나가서 밀물 들어오기 전까지 갈퀴질을 했다. 저녁에 그 바지락으로 언니네 반점을 열어 짬뽕, 고추잡채, 오이탕탕이를 냈고 탕수육은 조정석이 튀겼다. 락 페스티벌 맞았다. 바지'락'.
셋째, 복불복이 매 산지마다 돌아온다는 것. 열한 번째 회 여수에서는 허리에 밧줄을 묶고 뽑기를 했다. 강유석과 김선영이 바다 팀이 돼서 새벽 3시에 출항해 세 시간 동안 전어를 잡았다. 처음 고깃배를 탄 쪽은 멀미를 했고, 그물에 박힌 전어를 떼다가 갯장어까지 나왔다. 육지 팀은 전화 한 통 받고 나서 이 결과가 진짜냐고 의심하다가, 노윤서가 이번까지 걸리면 레전드라고 하고, 눈앞의 갯벌을 보고는 누군가 뻘밭도 밭이라고 했다. 멤버들 입에서 우리 의심병 말기라는 말이 나오는데 그게 이 프로그램의 열한 번째 회다. 열 번을 당했다는 뜻이다.
찾아본 것
하나. 전 시즌 멤버. 시즌 1은 염정아, 박준면, 안은진, 덱스였고 시즌 2는 염정아, 박준면, 임지연, 이재욱이었다. 덱스는 시즌 2에 여수 편 게스트로 왔다고 한다. 그러니까 열 번째 회에 여수 성두마을에서 덱스와 이재욱 이름이 나올 때마다 강유석이 질투한 건 아마 여수가 전 멤버들이 다녀간 동네라서였을 것이다. 염정아가 400년 된 보호수 앞에서 그대로네, 하는데 아마 전에 와 본 자리였을 것이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그냥 나무가 크구나 했다.
둘. 섬진강에서 밥을 강물에 서서 먹는 게 연출인지. 일곱 번째 회에 하동에서 특별한 옷을 입고 배를 타고 가서, 강 한가운데 기수역에 들어가 고무대야에 담은 재첩비빔밥을 서서 먹는다. 멤버들도 밥 진짜 주는 거냐고 의심했다. 찾아보니 물이 빠진 섬진강에서 동네 어르신들도 출출하면 그렇게 드신다는 설명이 방송에 붙었다. 연출이 아니라 동네 식이었다. 그걸 알고 나니 그 장면이 관광이 아니라 견학으로 보였다.
셋. 노윤서가 왜 벽화를 맡았는지. 미대 출신이고 학과 과대였다고 한다. 열 번째 회에 여수 성두마을의 가로 13미터 빈 벽을 채우자고 노윤서가 먼저 말했고, 파도 너울을 이어서 바다를 만들자는 콘셉트를 냈다. 30도 넘는 땡볕에서 두 시간 붓질을 했고, 김선영은 요리하는 것보다 100배 좋다고 했다. 마지막 회에 범고래와 거북이가 들어간 벽이 완성됐다. 조업을 하러 간 동네에 그림을 남기고 온 셈이다. 나는 여행 가서 쓰레기나 안 남기면 잘한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이 대목에서 좀 그랬다.
그래서
몰라도 되는 것. 전 시즌 멤버가 누구였는지. 강유석의 질투는 이름을 몰라도 웃긴다. 알아야 더 좋은 것. 복불복이 반복된다는 것. 처음 보는 사람은 왜 자꾸 속으면서 또 뽑나 싶어서 거기서 막힌다. 넘기는 법은 간단하다. 속는 장면을 보지 말고 속을 줄 알면서 뽑는 손을 보면 된다. 열한 번째 회쯤 되면 뽑기 전에 의심부터 한다.
부럽고 얄미운 사람도 하나 적는다. 강유석이다. 여수 고추밭에서는 집에 고추밭이 있다며 고추 프린스 소리를 들었고, 마지막 회 요리 대전에서는 귀족 영애 유순이로 분장하고 관자 삼합으로 1위를 했다. 통영 편 우승자였던 김선영이 건달 분장에 콩나물불고기로 4위를 하는 동안. 노윤서는 아기돼지 분장을 하고 차슈덮밥을 만들었는데 돼지코 때문에 진땀을 뺐고, 염정아는 왕관과 요술봉을 들고 심사를 봤다. 분장을 하고도 1위를 하는 사람은 얄밉다. 나는 제대로 입고도 라면을 넘긴다.
다음에 볼 것은 시즌 1이다. 덱스가 가는 곳마다 스카우트 제의를 받는 에이스 일꾼이었다는 기사를 읽었다. 강유석이 왜 그렇게 그 이름에 예민했는지 거기서 확인하고 싶다.
농담은 여기까지. 남이 밥 해 먹는 걸 왜 보냐고 했는데, 남이 일해서 밥 먹는 걸 보고 나니 내 라면이 초라한 게 아니라 내가 일을 안 한 게 초라했다.
유석아, 다음 시즌에도 고추 따라. 내가 라면 끓이면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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