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 2026

언니네 산지직송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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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일과 하지 않은 일

방랑객· 2026. 10. 28.· 2,895자

나는 손이 느리다. 마늘 한 개 까는 데 노래 한 곡이 든다. 그런 사람이 열두 주 동안 남의 손을 봤다.

그래서 사람별로 적는다. 한 일, 하지 않은 일, 한마디. 카드 한 장씩. 마지막 장은 프로그램 몫이다.

염정아 · 맏이

한 일. 촬영 한 달 전 첫 모임에서 들뜬 동생들에게 전쟁이라고 했다. 통영 멍게 선별장에서는 손이 빨랐고, 견내량 바다에서는 미역이 붙어 무거워진 틀잇대를 끌어 올렸다. 하동에서는 마을 어르신들 몫으로 약밥 40인분을 지었다.

하지 않은 일. 광양의 황토 연못에 선뜻 들어가기. 장어를 무서워했다. 전쟁이라던 사람이 장어 앞에서는 멈춘다.

한마디. 선별장에서 앉아 일하며 자꾸 말을 거는 둘째에게.

가만 보니까 이 아줌마 일 안 하고 말만 해.

설정극이었다. 그런데 설정극은 할 말이 있는 사람만 한다.

김선영 · 둘째

한 일. 통영 카레 대전에 집에서 하던 카레에 사과와 치즈를 넣어 나갔다. 심사위원 염정아는 꼴찌를 줬다. 대중평가단 다섯이 뒤집어서 1위가 됐다. 광양에서는 장어를 잡을수록 신이 나서 방송이 광인이라고 불렀다. 그날 저녁에는 배춧국으로 생애 첫 메인 요리를 맡았다.

하지 않은 일. 멍게 선별장에서 서 있기. 맏이가 앉으라고 했다. 앉았더니 민망해서 말이 늘었다. 위의 한마디는 그래서 나왔다.

한마디. 여수 마지막 요리 대전에 건달 분장을 하고 나가서 4위를 했다. 통영 우승자가. 말은 없었고 분장만 남았다.

사람은 우승했던 종목에서 지고, 처음 맡은 국으로 산다. 나도 그렇다. 국은 안 끓여 봤지만.

강유석 · 셋째

한 일. 첫날 포스터를 찍자는 말에 배에 탔다가 그대로 바다로 끌려갔다. 돌아와서는 선장 노릇을 했다. 선별장에서는 80대 할머니와 금세 말을 텄다. 서산에서는 마늘 뽑기 시합을 먼저 제안했고, 숙소에 뱀이 나왔다는 소리에 혼자 잡으러 들어갔다. 여수에서는 팔을 다친 척 조업에서 빠지는 몰래카메라를 제작진에게 걸었다. 제작진이 먼저 눈치챘다. 그리고 마지막 요리 대전에서 관자 삼합으로 우승했다.

하지 않은 일. 거제도 양파 100킬로그램 수확. 셋이 갔고 유석만 빠졌다. 아마 뽑기를 잘했을 것이다.

한마디. 태안에 온 손님을 두고 위트를 타고난 사람이라고 했다. 남을 타고났다고 하는 사람은 대개 자기도 뭔가를 타고났다. 유석은 손 쪽이다.

노윤서 · 막내

한 일. 멍게 까기에서 제일 먼저 감을 잡았다. 서산 마늘밭에서는 1분에 32개를 뽑아 특전사 출신 제작진의 16개를 두 배로 이겼다. 같은 날 레트로 사진을 찍는다고 네 사람 화장을 혼자 맡았다. 카레 대전에는 유자청과 커피가루를 넣었다. 여수 정치망 배 위에서는 큰 생선을 맨손으로 집어 들었다. 그리고 마을의 13미터 빈 벽을 바다로 채우자고 앞장섰다.

하지 않은 일. 첫 식탁에서 맏이의 음식을 그냥 먹기. 멈추고 한마디를 했다.

내가 언니 음식을 먹어보게 될 줄이야. 이건 권력이에요.

한마디는 위의 것이다. 밥이 권력이면 상을 차리는 사람이 권력자다. 그런데 이 집 권력자는 매일이 전쟁이라고 한다.

언니네 산지직송3 포스터

조정석 · 태안의 손님

한 일. 바지락 짬뽕 옆에서 탕수육을 튀기고 고추잡채를 볶았다. 밥 먹고는 사 남매와 즉석 밴드를 했고, 다음 날 서산 마늘밭 한가운데서 브레이크댄스를 췄다.

하지 않은 일. 마늘을 끝까지 뽑기. 일정 때문에 중간에 갔다.

한마디. 춤을 추고 갔다. 밭에서 춤을 추면 밭이 무대가 된다. 남은 넷은 무대를 뽑았다.

박해준 · 통영의 손님

한 일. 작업복으로 변장하고 돌미역 조업 현장에 나타났다. 거제도까지 가서 양파를 뽑았다. 카레 대전에는 만두를 곁들인 카레를 냈고, 염정아에게 1위를 받았다.

하지 않은 일. 그 1위를 지키기. 대중평가단이 꼴찌로 내렸다. 다시는 안 온다고 했다.

한마디. 다시는 안 온다는 말은 대개 다음에 또 온다는 뜻이다. 아니면 내가 그렇게 믿고 싶은 것이다.

지진희 · 광양의 손님

한 일. 염정아 몰래 와서 놀라게 했다. 황토 연못의 장어 4천 마리를 보고 30분이면 끝나지 않겠느냐고 했다. 뜰채가 부러지자 채망으로 계속 잡았다. 이렇게 일해 본 게 거의 30년 만이라고 했다.

하지 않은 일. 30분 안에 끝내기. 다섯이 4톤을 옮기고서야 끝났다.

한마디. 30년 만에 일을 해 봤다는 사람이 제일 신났다. 일은 오랜만에 하면 놀이다. 매주 하면 전쟁이다. 맏이 말이 맞았다.

정상훈 · 여수의 손님

한 일. 정체를 숨기고 왔다. 염정아가 맞혀서 점심 외식권을 땄다. 체감 40도 고추밭에서 나라별로 쓰러지는 연기를 했다. 초등학생 때부터 요리를 했다며 감자전을 부치고 차돌시래깃국을 끓였다. 마지막 요리 대전에는 외계인으로 분장했다.

하지 않은 일. 진짜로 쓰러지기. 연기만 했다.

한마디. 감자에서 향이 난다고 김선영이 말했다. 손님이 와서 집주인이 칭찬을 한다. 이 집은 그렇다.

제작진 · 상대편

한 일. 포스터를 찍자며 배에 태워 바다로 보냈다. 바지락 갯벌에 보냈고, 마늘 10킬로그램 한 망에 1만 5천 원을 걸었다. 36도 더위에 24톤 배와 축구장 열 배짜리 그물을 준비했다. 마지막 날에는 각자의 어록이 찍힌 티셔츠를 선물했다.

하지 않은 일. 밥을 거저 주기. 매번 일이 먼저였다.

한마디. 염정아의 티셔츠에 적힌 말은 전쟁이야, 매일. 상대편이 상대의 말을 옷에 찍어 준다. 이기고 있는 쪽이 하는 일이다.

언니네 산지직송3 · 열두 회

한 일. 통영, 태안, 서산, 하동, 광양, 여수. 멍게, 돌미역, 바지락, 마늘, 재첩, 장어, 고추, 전어, 병어. 목요일마다 한 번씩, 열두 번.

하지 않은 일. 넷을 가족으로 만들기. 그건 넷이 했다.

한마디. 마지막 저녁에 염정아가 부제가 진짜 극강 케미 아니냐고 물었다. 김선영은 시청자에게 최선을 다했다고 말하다가 울었다. 노윤서도 울었다. 누가 먼저였는지는 적지 않는다.

좋은 예능이다.

나는 여전히 손이 느리다. 마늘 하나에 노래 한 곡이면 열두 회에 몇 곡인지 세어 보다가, 그만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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