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2026)
들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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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쥐 드라마을 끝까지 보고 나서 차분히 정리한 글이에요. 복선·연출·배우 얘기는 여기에, 짧은 반응과 감정 칩은 작품 페이지의 댓글 70개에 있어요.
먼저 밝혀 두자면 나는 지문이 잘 안 찍히는 사람이다. 관공서 기계 앞에서 늘 두세 번씩 다시 댄다. 직원이 손가락을 입김으로 녹여 보라고 할 때가 제일 민망하다. 다 큰 어른이 기계한테 내가 나라는 걸 설명하고 있으면 기분이 좀 이상해진다. 아무튼 〈들쥐〉를 봤다. 열 편이다. 삼 년째 집 밖으로 안 나가던 소설가가 어느 날 자기 휴대폰을 못 연다. 지문이 안 맞는다. 집은 이미 팔려 있고, 돈 맡아 주던 친구는 연락이 끊기고, 주민번호는 누가 바꿔 놨다. 그리고 자기랑 똑같이 생긴 사람이 돌아다니고 있다. 쥐가 사람 손톱을 먹고…

우리는 왜 하루에 몇 번씩 거울 앞에 설까. 흔한 답은 몸단장이다. 절반만 맞다. 거울은 집 안에서 내 시선이 나에게 되돌아오는 거의 유일한 자리다. 다른 모든 자리에서 사람은 보는 쪽이거나 보이는 쪽이다. 거울 앞에서만 그 둘이 한 몸이 된다. 공간은 누가 누구를 볼 수 있느냐로 힘의 방향을 정한다. 교실의 교단이 그렇고, 법정의 판사석이 그렇고, 은행 창구의 유리가 그렇다. 보는 쪽이 판정하고, 보이는 쪽이 설명한다. 그래서 건축에서 시선은 곧 권한이다. 면접장에 들어서는 사람이 긴장하는 이유는 질문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혼자 보…

넷플릭스 〈들쥐〉를 봤다. 열 편짜리다. 소설가가 어느 날 자기 이름과 얼굴을 잃는 이야기다. 8월 28일에 열 편이 한꺼번에 올라왔다. 제문재는 삼 년을 집에서만 산 소설가다. 어느 날 휴대폰 지문 인식이 안 된다. 집도 통장도 친구도 남의 것이 되고, 자기를 쫓아다니던 사채업자와 손을 잡고, 쫓고, 끝. 사람의 손톱을 먹은 들쥐가 그 사람으로 변한다는 설화에서 가져온 설정이라고 한다. 설정만 들으면 요괴 이야기 같은데, 보다 보면 거의 서류 이야기다. 하지만 그래서 좋았다. 이 드라마에서 제일 서늘한 장면은 누가 맞는 장면이 아…

나를 나라고 증명하는 일은 대개 내가 하지 않는다. 신분증이 하고, 지문이 하고, 나를 오래 본 사람들이 대신한다. 넷플릭스 시리즈 〈들쥐〉는 그 대리인들이 한꺼번에 등을 돌린 자리에서 시작한다. 김홍선이 연출하고 이재곤이 썼다. 2026년 8월 28일에 열 편이 한 번에 공개됐다. 사람의 손톱을 먹은 들쥐가 그 사람과 똑같은 모습으로 변해 그의 삶을 대신한다는 설화에서 출발했고, 같은 제목의 웹툰이 원작이다. 삼 년 동안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던 소설가 제문재가 어느 날 이름과 얼굴과 인생을 통째로 잃는다. 류준열이 빼앗긴 쪽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