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2026
오크 스트리트의 마지막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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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칵, 하고 나니 공룡이 두 마리였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이 영화를 공룡 영화로 보지 못했다. 공룡이 종류별로 나오고, 하늘에서 익룡 떼가 내려오고, 부엌으로 집채만 한 뱀이 기어 들어오는데, 내 눈은 자꾸 드니스 언니의 손에 들린 네모난 상자로 갔다. 폴라로이드 카메라다. 1982년 7월, 미시간의 플라워베일이라는 동네에서 사람들이 감자포대 달리기와 림보와 물풍선 던지기를 하며 길거리 잔치를 벌이는 동안, 나는 저 카메라가 언제 나오나만 기다렸다. 거실 탁자 위에는 사이먼 게임기가 놓여 있고, 벽에는 제이 가일스 밴드 포스터가 붙어 있고, 라디오에서는 더 카스의 노래가 흘러나온다. 전부 찍어 두고 싶은 것들이다. 그러니까 이 글은 공룡 이야기가 아니다. 사진 한 장 이야기다.
카메라가 처음 일을 하는 건 이웃집 마당에서다. 전직 편집자인 허들스턴 할머니가 드니스 언니의 원고를 읽어 주고는, 가기 전에 뒷마당에 난 이상한 나무를 보여 준다. 언니는 그걸 찰칵 찍고, 그 사진을 들고 도서관에 간다. 사서인 밸코트 아주머니가 책을 펼쳐 대조해 보니 플레우로메이아, 2억 년도 더 전에 멸종한 식물이란다. 여기서 내 안의 무언가가 벌떡 일어났다. '저 언니는 찍는 사람이다, 이상한 걸 보면 일단 찍고 보는 사람이다, 찍어서 확인하는 사람이다.' (나는 어릴 때 길에서 처음 보는 벌레를 만나면 그 자리에 쭈그리고 앉아 공책에 그렸다. 그리고 집에 와서 도감을 뒤졌다. 벌레는 한 번도 도감에 없었다. 그래서 나는 이 장면에서 이미 언니 편이었다.) 옆집 멜 아저씨네 마당에는 어디서 왔는지 모를 거대한 똥 더미가 서 있다. 식물과 똥, 세상의 끝은 이렇게 사소하게 온다. 그리고 그날 밤 섬광과 굉음이 동네를 덮고, 아침에 전기와 수도가 끊긴다.
나는 당연히 카메라가 여기서 퇴장할 줄 알았다. 공룡이 골목에 들어오면 사람은 카메라 대신 판자와 못을 집어 드는 법이고, 실제로 플랫 가족은 창문에 판자를 댄다. 멜 아저씨는 익룡 떼한테 당한다. 그런데 언니는 카메라를 안 버린다. 목이 긴 공룡 두 마리가 집에 몸을 비비며 짝짓기를 하는 장면에서, 언니는 웃음을 터뜨리더니 그렉 아저씨를 그 앞에 세우고 사진을 찍는다. 공룡 짝짓기를 배경으로 남편 기념사진을 찍는 것이다. 나는 진지하게 걱정했다. 필름이 몇 장이나 남았을까. 1982년에 폴라로이드 필름은 싸지 않았을 텐데, 집 앞에 공룡이 있고 전기가 끊겼는데, 저 한 장을 공룡 연애 장면에 써도 되는 걸까. 그런데 쓴다. 그리고 그 장면이 이 영화에서 가장 오래 웃고 가장 따뜻한 장면이 된다. 내 걱정은 아무 데도 쓸모가 없었다.

그렉 아저씨 이야기를 해야겠다. 아저씨는 아이들에게 다 잘 풀릴 거라고 말하는 사람이다. 이 문장을 나는 '가장계의 자동응답'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무슨 말을 넣어도 같은 답이 나오는 문장, 전화를 걸면 사람 대신 받는 목소리 같은 문장. 그런데 그 자동응답 뒤에서 아저씨는 몇 주 전에 해고된 걸 숨기고, 밤마다 차 지붕에 피자 가게 간판을 얹고 배달을 다닌다. 드니스 언니는 그 간판이 창피하다. 아저씨는 몰래 위스키를 한 모금씩 한다. 여기서 나는 웃다가 정색했다. 다 잘 풀릴 거라는 말은 거짓말이 아니라, 거짓말을 하고 있는 사람이 자기한테 거는 주문이었다. 아저씨는 아이들을 속인 게 아니라 아이들 앞에서 자기를 붙들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면 드니스 언니는 어떤 사람인가. 언니는 지하실에서 빨래를 하는 척하며 타자기를 두드린다. 쓰고 있는 소설은 한 여자가 남편과 아이들을 두고 떠나는 이야기다. 여자는 언니가 아니고 남편은 아저씨가 아니라고 언니는 말하겠지만, 그 소설을 읽은 허들스턴 할머니는 그냥 좋다고 해 준다. 그러니까 떠나는 이야기를 쓰는 사람이, 떠날 생각을 하는 사람이, 공룡 앞에서 남편을 세워 놓고 사진을 찍은 것이다. 나는 그 순간 언니의 머릿속을 상상해 봤다. 셔터를 누르기 직전에 언니는 아저씨를 뷰파인더로 봤을 것이고, 그 네모 안에는 반바지 차림의 겁먹은 남자와 그 뒤의 공룡 두 마리가 들어 있었을 것이다. 언니는 그걸 남기고 싶었던 것이다. (영화에 그런 설명은 없다. 없는데 나는 봤다.) 떠나려던 사람이 남기고 싶은 게 생겼다는 것, 그게 이 사진의 정체라고 나는 믿기로 했다.

그 뒤로는 사진이 없다. 스피노사우루스를 피해 달아나던 차가 집으로 처박히고 불이 나고, 동네 전체가 타기 시작한다. 그리고 알로사우루스가 온다. 아저씨는 가족을 뒤에 두고 섰다가 다리를 물리고, 그대로 먹힌다. 나는 여기서 숨을 못 쉬었다. 영화가 중반에 이런 짓을 할 줄은 정말 몰랐다. 아저씨는 영웅이 아니었다. 끝까지 피자를 나르던 사람, 다 잘 풀릴 거라는 자동응답을 틀어 놓던 사람이 그냥 앞에 서 있었을 뿐이다. 언니는 울지 않는다. 산탄총을 고쳐 쥐고 아이들을 돌아본다. 나는 그 얼굴을 보면서 '저 언니는 지금 찍는 중이다, 카메라 없이 찍는 중이다' 하고 생각했는데,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마지막 장면 이야기다. 남은 셋과 이웃집 소녀 자넷, 그리고 개 스타벅은 밸코트 아주머니 집 위에 때맞춰 열리는 웜홀로 뛰어든다. 아주머니가 산탄총으로 공룡 한 마리를 쓰러뜨리고 대신 남는다. 넷은 수영장에 떨어진다. 돌아온 곳은 7월 11일, 모든 일이 일어나기 20분 전이다. 언니는 공중전화로 이웃들에게 떠나라고 전하고, 그렉 아저씨를 동네 밖으로 빼내려고 피자 한 판을 시킨다. 피자를 들고 오는 아저씨는 살아 있고, 아무것도 모른다. 여기서 좀 울었는데 이유는 모르겠다. 아저씨가 살아서인지, 그 아저씨가 그 아저씨가 아니어서인지, 언니가 피자를 시키는 손이 너무 침착해서인지. 2년 뒤 언니는 이 일을 책으로 쓴다. 지어낸 이야기를 쓰던 사람이 처음으로 지어내지 않은 이야기를 쓴 것이다. 마당에서는 바비큐를 하고, 자넷이 두 명 서 있고, 아저씨가 고기를 굽는다. 칼 세이건을 좋아하던 오드리는 그 사람 밑에서 공부하러 코넬에 갔다. 다들 잘 풀린 것처럼 보인다. 자동응답이 맞은 셈이다.
그리고 집 안 벽에 그 사진이 걸려 있다. 짝짓기하는 공룡 두 마리 앞에서 어정쩡하게 서 있는 남편의 사진. 지금 고기를 굽는 아저씨는 그 사진을 찍은 기억이 없다. 그 사진 속 남자는 공룡에게 먹혔고, 사진만 수영장 물을 건너왔다. 나는 그제야 알았다. 글 내내 내가 필름 아까워하며 웃던 그 한 장이, 사실은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두 세계를 다 아는 물건이었다는 걸. 언니가 쓴 책은 남들에게 하는 증언이고, 벽의 사진은 언니 혼자 보는 증거다. 떠나려던 사람이 남기고 싶어서 찍은 한 장이, 떠나지 않고 남은 사람의 벽에 걸려 있다. 사진은 찍은 사람의 것이라서, 찍힌 사람이 기억하지 못해도 사진은 찍은 사람을 기억한다. 언니는 그걸 알고 벽에 걸었을 것이다.
집에 와서 서랍 맨 아래 칸을 열고, 누가 찍었는지 모르는 옛날 사진을 한참 들여다봤다. 뒷면에 아무것도 안 적혀 있었다. 나는 최선을 다해 날짜를 적어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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