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 2026

재벌X형사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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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는 왜 전시장을 두 개 가졌나

지도대장· 2026. 10. 11.· 3,416자

살인자는 왜 전시장을 두 개 가졌을까. 흔한 답은 하나를 감추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절반만 맞다. 감추는 것이 목적이라면 치우면 된다. 땅에 묻거나 태우면 끝나는 일이다. 그런데 이 사람은 치우지 않고 아래층에 한 번 더 차렸다. 감추는 동작과 늘어놓는 동작은 서로 반대인데, 그 둘이 한 건물 안에서 같이 일어난다.

건물에는 보여 주는 면과 보여 주지 않는 면이 늘 함께 있다. 식당에는 홀과 주방이 있고, 백화점에는 매장과 하역장이 있고, 집에는 거실과 창고가 있다. 이 둘은 보통 기능이 다르다. 앞쪽은 손님의 자리고 뒤쪽은 일하는 자리다. 뒤쪽은 앞쪽을 위해 존재하므로 뒤쪽에 손님을 들일 이유가 없다. 그런데 뒤쪽 공간이 앞쪽과 똑같은 기능을 하기 시작하면, 그러니까 창고가 또 하나의 거실이 되면 그 건물의 성격은 완전히 달라진다.

이 드라마는 보여 주는 쪽에서 출발한다. 재력이란 기본적으로 보여 주는 힘이다. 재벌 3세가 형사를 하고, 수사가 막히면 돈으로 판을 뒤집는다는 설정 자체가 그렇다. 돈은 닫힌 문을 열고, 열린 문 안쪽을 밝히고, 밝혀진 것을 남에게 보여 준다. 그런데 열네 회를 따라가 보면 이 드라마가 실제로 겨루는 것은 보여 주는 힘이 아니었다고 볼 수 있다. 무엇을 어느 자리에 놓고 누구에게 보여 줄지 고르는 힘, 그러니까 전시의 권한 쪽이었다.

재벌X형사 2 스틸컷

수사라는 일의 공간부터 보자. 강력1팀의 벽에는 얼굴이 붙는다. 사람의 사진을 평면에 일정한 간격으로 걸고, 선으로 잇고, 그 앞에 서서 한 발 물러나 전체를 본다. 구조만 놓고 보면 수사 상황판은 갤러리의 벽과 같다. 평면이 있고, 얼굴이 걸리고, 보는 사람은 선 채로 이동하며 하나씩 본다. 차이는 목적이다. 갤러리의 벽은 보라고 거는 벽이고, 상황판의 벽은 찾으라고 거는 벽이다. 한쪽에서 걸린 얼굴은 끝이고, 다른 쪽에서 걸린 얼굴은 시작이다.

그 차이를 지운 사람이 이 작품의 범인이다. 유성원은 영국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조각가다. 귀국 전시회를 열고 초대장을 보내는데, 가장 먼저 보낸 상대가 진이수다. 초대장은 종이 한 장이지만 실제로는 공간의 열쇠다. 전시장은 누구나 들어가는 곳처럼 보이지만, 개막 전의 전시장은 초대장을 가진 사람만 들어가는 곳이다. 그가 제일 먼저 열쇠를 쥐여 준 상대가 형사라는 사실을 공간 쪽에서 읽으면, 이것은 호감의 표현이라기보다 관람객 지정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9회에서 진이수가 작업실로 찾아가 작품을 가리키며 묻는다. 자갈은 무엇이고 갈대는 왜 꽂아 놓았느냐는 질문이다. 돌아온 설명은 초겨울 갈대밭에서 자갈을 밟으며 보슬비를 맞았던 순간을 담았다는 것이다. 받침대 위에 올라간 것이 돌과 마른 풀이라면 그것은 풍경이다. 그 돌과 풀이 어떤 사람의 마지막 시간을 가리키고 있다면 그것은 더 이상 풍경이 아니다. 같은 사물이 받침대 위에 올라가는 순간 뜻이 바뀐다. 전시라는 행위가 하는 일이 정확히 이것이다. 바닥에 있던 것을 들어 올려 볼 것으로 만든다.

13회에서 건물의 아래층이 열린다. 진이수는 혼자 작업실로 향하고, 지하에서 피해자들의 사진과 유류품이 늘어선 공간을 발견한다. 위층에 있던 것과 같은 방식으로 정리되어 있다. 이 집에는 전시장이 두 개였다. 하나는 초대장을 받은 사람이 들어오는 자리, 다른 하나는 초대장 없이 들어온 사람만 보게 되는 자리다. 건물은 하나인데 관람 규칙이 층마다 다르다.

건축에서 높이는 대체로 권력이다. 왕의 옥좌가 그렇고, 교실의 교단이 그렇고, 법정의 판사석이 그렇다. 높은 자리는 멀리까지 보이고, 멀리까지 보는 사람이 결정을 한다. 그런데 이 건물에서는 그 관계가 뒤집혀 있다. 힘이 모인 자리는 위가 아니라 아래다. 지하에는 창이 없기 때문이다. 창이 없다는 것은 밖에서 안을 볼 수 없다는 뜻이고, 동시에 안에서 밖을 볼 필요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시선이 한쪽으로도 흐르지 않는 방을 가진 사람은, 그 방 안에서만큼은 아무에게도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재벌X형사 2 스틸컷

그 아래층에서 진이수가 쓰러진다. 정태선의 비서 한종현이 그를 덮치고 불을 지른다. 지시는 같이 태워 버리라는 한마디였다. 여기서 지하라는 자리의 성질이 한 번 더 드러난다. 불이 나면 연기는 위로 간다. 사람도 위로 올라가야 나갈 수 있다. 출구와 연기가 같은 방향인 방이 지하다. 창이 없어서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던 장점이, 창이 없어서 아무도 들여다볼 수 없는 단점으로 그대로 뒤집힌다. 같은 설계가 사람을 지켜 주기도 하고 가두기도 한다.

사물 하나의 크기를 자리의 크기로 읽어 보면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물건은 받침대다. 받침대는 작품 하나에게 허락된 면적이다. 그 위에 올라간 것은 만지면 안 되고, 그 아래로 내려온 것은 치워도 되는 물건이 된다. 유성원이 사람에게 한 일이 결국 이것이었다. 사람을 받침대 위로 올려 설명이 필요한 물건으로 바꿔 놓았다. 최종회에서 진이수가 그 작품을 부수는 장면은 그래서 단순한 도발이 아니라고 읽을 수 있다. 받침대 위의 것을 바닥으로 되돌리는 동작이다.

마지막 대결의 자리가 다시 전시장이라는 점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주혜라는 정태선으로 위장해 유성원을 그곳으로 불러낸다. 이번에 초대장을 보낸 쪽은 경찰이다. 공간은 그대로인데 열쇠를 쥔 사람이 바뀌었고, 그래서 같은 방이 전혀 다르게 작동한다. 주혜라는 총에 맞아 쓰러지면서도 옷에 달아 둔 초소형 카메라로 자백을 밖으로 내보낸다. 벽 안에만 있던 것이 벽 밖으로 나간다. 관람객을 고르던 공간이, 관람객을 고를 수 없는 공간이 되는 순간이다.

재벌X형사 2 스틸컷

그 뒤에 암매장된 시신 세 구가 발견된다. 땅 아래 있던 사람들이 땅 위로 올라온다. 지하 전시장의 사진으로만 남아 있던 이들이 각자의 이름으로 지상에 자리를 얻는 것이다. 이 드라마에서 수사란 결국 사람을 제자리 높이로 돌려놓는 일이었다고 볼 수 있다. 받침대 위로 끌어올려진 사람을 내리고, 땅 아래 묻힌 사람을 올린다. 방향은 반대지만 하는 일은 같다.

마지막 장면의 높이를 보자. 표창식은 바깥이다. 천장이 없고, 벽도 없고, 지나가던 사람이 그냥 볼 수 있다. 초대장이 필요 없는 유일한 공간이 이 드라마의 끝에 놓여 있다. 강력1팀은 그 평평한 자리에서 상을 받고 휴가를 떠난다. 그리고 거기서 다시 사건이라는 한마디가 들려온다. 닫힌 방에서 시작해 열린 마당에서 끝나는 동선이고, 그 마당에서 다음 이야기가 시작된다.

공간으로 보면 이 드라마는 누가 무엇을 전시할 권리를 갖는가에 관한 이야기다. 돈은 문을 여는 데까지는 아주 잘 쓰인다. 전용기를 띄우고 전시장을 빌리고 초대장을 돌린다. 그러나 무엇을 받침대 위에 올릴지 정하는 일은 돈이 하는 일이 아니다. 그 결정권을 혼자 쥐려 한 사람이 범인이었고, 그것을 모두에게 돌려준 장면이 결말이었다.

다음에 전시장에 가면 작품보다 받침대를 먼저 봐 보기 바란다. 높이가 얼마인지, 바닥에서 몇 센티미터를 들어 올려 놓았는지. 그 몇 센티미터가 평범한 돌을 작품으로 만든다. 그리고 그 건물에 지하가 있는지도 한 번쯤 생각해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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