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2026)
스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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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캔들 드라마을 끝까지 보고 나서 차분히 정리한 글이에요. 복선·연출·배우 얘기는 여기에, 짧은 반응과 감정 칩은 작품 페이지의 댓글 89개에 있어요.
질문에서 시작하겠다. 〈스캔들〉은 무엇을 보여 주기로 한 작품인가, 라고 묻는 일은 이 드라마 앞에서 거의 쓸모가 없다. 화면이 이미 모든 것을 보여 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질문을 바꾸겠다. 다시 묻겠다. 이 드라마는 무엇을 보여 주지 않기로 했는가. 첫 번째 질문. 이 작품은 빈자리를 보여 주지 않는다. 23년 전의 영화가 한 폭의 풍속화처럼 화면 한쪽을 비워 두었다면, 이 드라마는 북촌의 기와와 골목과 계단으로 프레임의 네 귀퉁이까지 채워 넣는다. 북촌은 평평하지 않다. 단차가 있고, 층층이 오르내리는 계단이 있고, 그 높…

나는 쓰지 않는 물건을 잘 버리지 못한다. 손잡이가 깨진 주전자, 전원이 들어오지 않는 전기포트, 어느 나라 것인지 알 수 없는 어댑터.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언젠가 쓸 데가 생길 것 같아서가 아니다. 쓸 데가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어서다. 물건에게 미안한 것이 아니라, 그 물건을 샀던 내 판단에게 미안한 것이다. 그런 내게 〈스캔들〉은 버리지 못한 물건들의 이야기로 보였다. 이 작품은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쓸 자리를 얻지 못한 재능이 어디로 흘러가는지를 여덟 회에 걸쳐 따라가는 드라마다. 1782년에 나온 프랑스 소설에서 출…

나는 친절한 소리가 싫다. 듣지 않아도 될 것을 끝까지 들려주는 소리가 싫다. 화면에 다 보이는 일을 굳이 한 번 더 읊어 주는 소리는 더 싫다. 지금 저 사람이 슬프다고 노래로 알려 주는 것은 참을 수 없다. 세상의 모든 친절한 내레이션은 관객을 믿지 못하겠다는 고백이다. 엘리베이터가 층수를 읊어 줄 때마다 나는 조금씩 화가 난다. 그런 내가 이 드라마의 첫 회에는 기꺼이 졌다. 〈스캔들〉은 판소리로 문을 연다. 소리가 먼저 오고, 그 소리가 조선의 한 집안을 가리킨다. 드디어 누군가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을 화면 안에 세웠다고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