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2015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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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츠는 넣어 입고, 결말은 꺼내 놓지 않았다

밤선율· 2026. 10. 25.· 2,382자

나는 노인이 스마트폰 앞에서 쩔쩔매는 장면이 싫다. 거기서 웃으라고 하는 영화는 참기 어렵다. 이 영화를 켤 때 나는 그 장면을 기다리고 있었다. 일흔 살 인턴과 서른 살 대표가 나오는 영화라면 그 장면이 안 나올 리 없다고 봤다. 결론부터 말하면 안 나왔다. 그게 이 영화의 첫 점수다.

내가 싫어하는 것부터 적는다. 노인이 기계 앞에서 쩔쩔매는 개그. 세대 차이로 억지 웃음을 만드는 다툼. 늙은 남자와 젊은 여자 사이에 굳이 심는 애정선. 잡지 화보처럼 생긴 사무실. 모든 문제의 답을 아는 노현자. 취해서야 진심을 말하는 장면. 외도한 배우자의 손쉬운 복귀. 일곱 개다. 이 영화는 앞의 셋을 피했고 뒤의 넷을 전부 저질렀다. 하나씩 가겠다.

피한 것

페이스북 장면. 밤늦게 남은 사무실에서 줄스가 피자를 들고 벤의 자리로 온다. 벤은 10분 전에 페이스북에 가입했다고 한다. 줄스가 도와준다. 보통 영화라면 여기서 노인이 비밀번호를 못 외우거나 사진을 거꾸로 올린다. 이 영화의 농담은 다른 데서 난다. 줄스가 묻는다. 결혼 여부요, 기혼이에요 미혼이에요. 벤이 답한다. 홀아비요. 줄스가 미안하다고 하고, 그냥 미혼으로 하자고 한다. 벤이 그러자고 한다. 그 뒤 줄스가 선언한다. 축하해요, 이제 공식적으로 페이스북 세대예요.

나는 이 장면이 좋다. 서툰 건 노인이 아니라 양식이다. 사람의 상실을 넣을 칸이 없는 양식. 영화는 노인을 웃기지 않고 양식을 웃긴다. 날을 사람에게 대지 않고 물건에 댄다. 그건 내 방식이다.

세대 다툼도 없다. 벤과 젊은 동료들이 언성을 높이는 장면이 하나도 없다. 대신 벤은 유명인 집으로 배송을 가는 루이스에게 깃 있는 셔츠를 입고 머리를 내리고 셔츠를 넣어 입으라고 한다. 왜 아무도 뭘 넣어 입지 않는 거지, 하고 중얼거린다. 나는 이 대사에 동의한다. 동의하는 대사가 나오면 영화를 끄기 어렵다.

애정선도 없다. 일흔 살 남자 인턴과 서른 살 여자 대표가 나오면 영화는 보통 둘 사이에 뭔가를 심는다. 이 영화는 심지 않는다. 벤의 연애 상대는 사내 마사지사 피오나이고, 그 선은 따로 간다. 영화가 이 유혹을 참은 것은 평가한다.

인턴 스틸컷

저지른 것

사무실. 줄스는 넓은 사무실 안을 자전거로 가로지른다. 시간을 아끼려는 설정이다. 나는 그 자전거가 틀렸다고 본다. 창업 1년 반에 직원 220명인 회사가 저렇게 쾌적할 수 없다. 외국의 한 평자는 이 사무실을 미술감독의 꿈이라고 불렀고 다른 평자는 뻔뻔하게 가짜라고 썼다. 나는 둘 다 맞다고 본다. 사람들이 밤새 일했다고 말하는데 아무도 피곤해 보이지 않는다. 피곤이 없는 회사는 회사가 아니라 쇼룸이다.

노현자. 벤은 영화 내내 틀리지 않는다. 술 마신 운전기사 문제도 풀고, 동료의 연애 상담도 하고, 대표의 집안 사정도 먼저 안다. 한 평자는 이런 인물에게 마법의 노인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나는 완벽한 사람이 나오는 영화가 지루하다. 완벽한 사람은 변하지 않고, 변하지 않는 사람은 이야기가 아니다. 이 영화에서 변하는 사람은 벤 주변에만 있다.

술 취한 진심. 줄스가 바에서 취해서 젊은 동료들 앞에서 연설한다. 요즘 남자들은 소년처럼 입고 비디오게임을 한다고. 그러다 벤을 가리키며 사라져 가는 종족이라고, 잘 보고 배우라고, 이게 쿨한 거라고 말한다. 그리고 쓰레기통에 토한다. 나는 이 장면이 영화가 자기 주제를 입으로 읊는 자리라고 본다. 두 시간 동안 보여 준 것을 인물이 다시 요약한다. 보여 줬으면 말하지 말아야 한다. 토하는 건 괜찮았다. 요약이 문제다.

마지막으로 결말. 남편 맷은 외도했고, 줄스는 그걸 알면서 모른 척했고, 외부에서 대표를 데려와 회사를 넘기면 결혼이 나아질까 고민했다. 그런데 맷이 사무실로 찾아와 끝났다고, 네 꿈을 밀겠다고 말하자 줄스는 외부 대표 영입을 접는다. 영화는 여기서 가장 어려운 질문을 꺼내 놓고 가장 쉬운 답으로 덮는다. 그를 받아들이는 게 틀렸다는 말이 아니다. 받아들이는 과정이 없다는 말이다. 사과 한 번과 결심 한 번. 그 사이에 있어야 할 밤들이 영화에 없다.

인턴 포스터

그런데도 나는 끝까지 봤다. 이유는 넥타이다. 후줄근하게 입고 다니던 동료 데이비스가 벤에게 오래된 넥타이를 받고, 그 뒤로 조금씩 단정해진다. 옷이 사람을 바꾸는 영화는 흔하다. 옷을 물려주는 장면은 드물다. 사 주는 것과 물려주는 것은 다르다. 물려준다는 건 내가 입던 시간을 함께 준다는 뜻이다. 나는 그 장면 하나로 저지른 것 넷을 반쯤 봐줬다.

솔직히 말하자. 이 영화는 안전하다. 두 시간 동안 아무도 다치지 않고 아무 데도 베이지 않는다. 안전하다. 괜찮다. 모순이 아니다. 내가 싫어하는 것 중 가장 싫은 하나를 피했고, 나머지는 저질렀는데 저지르는 솜씨가 깔끔했다. 깔끔하게 저지르는 영화는 봐준다. 날은 거기까지만 세운다.

볼까 말까 묻는다면, 보라. 다만 셔츠를 넣어 입고 보라. 영화가 그러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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