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2015)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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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 영화을 끝까지 보고 나서 차분히 정리한 글이에요. 복선·연출·배우 얘기는 여기에, 짧은 반응과 감정 칩은 작품 페이지의 댓글 105개에 있어요.
나는 노인이 스마트폰 앞에서 쩔쩔매는 장면이 싫다. 거기서 웃으라고 하는 영화는 참기 어렵다. 이 영화를 켤 때 나는 그 장면을 기다리고 있었다. 일흔 살 인턴과 서른 살 대표가 나오는 영화라면 그 장면이 안 나올 리 없다고 봤다. 결론부터 말하면 안 나왔다. 그게 이 영화의 첫 점수다. 내가 싫어하는 것부터 적는다. 노인이 기계 앞에서 쩔쩔매는 개그. 세대 차이로 억지 웃음을 만드는 다툼. 늙은 남자와 젊은 여자 사이에 굳이 심는 애정선. 잡지 화보처럼 생긴 사무실. 모든 문제의 답을 아는 노현자. 취해서야 진심을 말하는 장면. …

1973년. 벤의 가방은 그해에 만들어졌다. 영화 속에서 누군가 묻는다. 그 가방 얼마나 오래된 거예요. 벤이 답한다. 1973년산 이그제큐티브 애시번 아타셰이고, 이제는 만들지 않는 물건이라고. 나는 이 대답을 들은 뒤로 영화를 사람 대신 가방으로 보기로 했다. 가방이 주인공이라는 뜻은 아니다. 조연도 아니다. 대사는 한 줄도 없다. 다만 중요한 자리마다 그 자리에 있고, 말이 없는 쪽이 제일 많이 말한다는 것을 나는 회의 시간에 배웠다. 그러니 이 글은 가방의 이력서다. 사람의 이력서보다 짧고, 어쩌면 더 정직하다. 이력서의 주…

우리 집 식탁 끝에는 상자가 하나 있어요. 작년 봄에 이사 오면서 「나중에 정리」라고 매직으로 써 붙인 상자인데, 그 나중이 아직도 안 왔어요. 영수증, 고장 난 이어폰, 누구 결혼식 청첩장, 왜 있는지 모르겠는 열쇠 두 개. 밥 먹을 때마다 눈에 들어오고, 눈에 들어올 때마다 「아 저거」 하고, 그러고는 또 안 치워요. 그 상자를 등지고 앉아서 이 영화를 봤는데, 영화가 중간쯤에 제 상자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줄거리는 다들 아시는 대로예요. 일흔 살 벤은 은퇴했고, 아내와 사별한 지 삼 년 반이 됐고, 여행도 골프도 요가도 요리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