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 2024

재벌X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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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 홀에는 그림이 한 점만 걸려 있는가

필름속산책자· 2026. 10. 13.· 2,991자

질문에서 시작하겠다. 「재벌X형사」는 무엇을 보여 주기로 한 드라마인가. 요트와 헬기와 통째로 빌린 백화점과 한수전자가 만든 드론, 그러니까 돈이 살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 주기로 한 드라마라고 당신은 답할 것이고, 그 답은 틀리지 않았다. 다시 묻겠다. 이 드라마는 무엇을 보여 주지 않기로 했는가. 나는 두 번째 질문이 더 정확한 질문이라고 생각하는데, 열여섯 회 동안 이 드라마가 가장 오래, 가장 공들여 감춘 것이 주인공의 어머니가 죽은 방이기 때문이다. 솔직히 어디서부터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나는 이 드라마의 화면이 어디에 서 있었는지를 충분히 확인하지 못했으므로 카메라의 자리를 묻지는 않겠다. 대신 무엇이 화면 밖에 있었는지를 묻겠다.

첫 번째 질문.

1회는 내레이션으로 열린다. 누구든 각자의 인생에서 풀어야 할 숙제가 하나씩 있다고 한다, 나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 그 다음에 보이는 것은 황금빛 조명이 쏟아지는 저택과 거기서 걸어 나오는 남자, 그리고 백화점을 통째로 빌려서 벌이는 인질 구출 상황극이다. 당신은 여기서 이 드라마가 돈을 보여 주기로 했다고 생각할 것이다. 나도 그랬다. 그러나 첫 문장은 숙제에 관한 것이고, 숙제는 화면에 없다. 믿지 않았다, 라는 과거형은 지금은 믿는다는 뜻이고, 그러니까 이 드라마는 첫 문장에서 이미 자기가 감춘 것을 가리키고 있는 것이다. 황금빛은 그 위에 덮인 천이다. 환영식에서 그가 정복을 입고 레드카펫 위에서 경례를 할 때 뒤에 초록색 스포츠카가 서 있는데, 그것은 보여 주는 장면이다. 보여 주는 장면은 많다. 문제는 그 사이사이다.

재벌X형사 스틸컷

두 번째 질문.

3회에서 그는 미술 전시회에서 시신을 발견한다. 관람객이 가득한 전시장 한쪽에 칼에 찔리고 붉은 페인트를 뒤집어쓴 남자가 작품처럼 놓여 있고, 그는 코에 손가락을 대 보고 경찰 신분증을 꺼내 들고 현장을 통솔한다. 당신은 이것을 이 드라마의 흔한 사건 하나로 넘길 것이다. 나도 그랬다. 아니, 다시 말하겠다. 넘겨서는 안 되는 장면이었다. 8회에서 최면 치료사가 그에게 말한다. 네가 꾸는 꿈, 하얀 벽으로 가득한 전시회장, 커다란 홀에 한 점만 걸려 있지. 어린아이가 감당하기엔 너무 큰 충격이었고, 그래서 자기가 기억을 그림으로 바꾸었다고. 그러니까 3회의 전시회장은 사건이 아니라 예고였다. 시신이 전시된 전시장에서 태연히 수사하던 남자는 자기 기억이 전시장으로 바뀌어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보여 주지 않기로 결정한 사람은 드라마가 아니라 그의 아버지였고, 드라마는 그 결정을 그대로 따라간다. 우리는 그가 보지 못한 것을 그와 함께 보지 못한다.

재벌X형사 포스터

8회의 최면 장면을 보자. 흰 셔츠를 입은 그가 흰 홀에 서서 벽에 걸린 그림 한 점을 본다. 그런 다음 바닥의 붉은 문을 연다. 계단. 그는 내려가서 어린 자신을 만나고, 깨어나서 숨을 헐떡인다. 드라마는 여기서도 어머니의 죽음을 보여 주지 않는다. 내려가는 사람을 보여 주고, 올라온 사람의 숨을 보여 준다. 그 사이는 없다. 어머니가 욕조에서 죽었고 그때 어린 아들이 옆에 있었다는 사실은 다른 사람의 입을 빌려 말해질 뿐이다. 나는 이것이 비겁함이 아니라 예의라고 생각한다. 아이가 본 것을 다시 찍어서 보여 주는 것은 그 아이에게 한 번 더 보라고 요청하는 일이고, 이 드라마는 그 요청을 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긴 장면은 아니다. 그러나 문 아래의 어둠을 견디는 것은 우리 몫으로 남는다. 보고, 또 보는 대신 보지 않고, 또 보지 않는 것. 그것이 이 드라마가 택한 태도다.

최면 속의 문은 바닥에 있었고 그 아래로 계단이 있었다. 14회에서 기억을 되찾은 그가 실제 집에서 찾아내는 것도 계단이다. 어릴 때 자기가 계단에 숨겨 둔 어머니의 수면제, 그리고 그 약의 제조일자가 어머니의 기일과 같다는 사실. 그러니까 꿈의 계단과 집의 계단은 같은 계단이었고, 드라마는 그 두 계단 사이에 여섯 회를 둔 것이다. 그런 다음 그가 아버지에게 내 기억을 지운 이유가 뭐냐고 묻고 떠난 뒤, 아버지는 어머니가 죽었을 때처럼 편안한 모습으로 죽어 있다. 당신은 여기서 이상한 점을 발견할 것이다. 이 드라마는 아버지의 죽음은 보여 주면서 어머니의 죽음은 보여 주지 않는다. 어른의 죽음은 찍고 아이가 본 죽음은 찍지 않는다. 그 구분이 이 드라마의 윤리이고, 나는 그 구분이 의도였는지 결과였는지 알지 못하지만, 어느 쪽이든 그 구분을 지지한다.

마지막 장면 이야기는 쓰지 않으려 했다. 이렇게 말해도 되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써야겠다. 16회에서 25년 전 현장의 지문이 형의 것으로 확인된 감식 보고서가 화면에 뜬다. 종이 한 장. 그는 형을 어머니가 죽은 그 집으로 부른다. 그러니까 드라마가 열여섯 회 동안 보여 주지 않기로 한 방을, 마지막에 그가 직접 열고 들어가서 거기에 범인을 세우는 것이다. 형은 아버지가 친자식이 아닌 걸 알까 봐 두려웠다고 말하고, 너만 없었으면 아무 일 없었다고 말한다. 그 방은 끝내 과거의 장면으로 재현되지 않는다. 현재의 방에서 현재의 두 사람이 말할 뿐이다. 그런 다음 흰 코트를 입은 그가 경찰서 전화를 받고, 눈 내리는 경찰서 앞을 팀원들과 걸어 나온다. 첫 장면의 황금빛과 마지막 장면의 흰 눈. 자리바꿈은 카메라가 아니라 빛에서 일어난다. 그리고 그 흰색은 8회의 흰 홀, 그림 한 점이 걸린 그 홀의 흰색과 같은 색이다. 그는 이제 그 홀 밖에 서 있고, 홀 밖에도 흰색이 있다는 것을 안 것이다.

나는 이 드라마가 보여 주지 않기로 한 것을 지지한다. 돈을 보여 주는 드라마가 가장 큰 돈이 든 장면 대신 가장 작은 방 하나를 끝까지 감추었기 때문이고, 감춘 것을 마지막에 폭로가 아니라 방문으로 열었기 때문이다.

마지막 질문.

흰 홀에 걸린 그림 한 점은 누가 걸었는가. 최면 치료사가 바꿔 놓았다고 했으니 답은 정해져 있는 것 같지만, 아니다. 25년 동안 그 그림 앞에 서 있던 사람은 그였고, 그림을 그림으로 두기로 한 날들도 그의 것이었다. 보지 않기로 한 사람과 보여 주지 않기로 한 사람 중에 누가 먼저였는지, 당신은 어느 쪽이라고 생각하는가. 나는 아직 답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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