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2026
비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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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을 보고 쓴 농담들
1. 가족
야구 간판타자와 당대의 배우가 부부였다.
일곱 살짜리 하나가 도착하자 그 집이 무너졌다.
나는 아직 아무것도 무너뜨린 적이 없다.
가진 게 없으면 이 점이 편하다.

2. 편지
감독은 주연 제안을 한 번 거절당했다.
밤 열두 시부터 다음 날 오후 세 시까지 편지를 썼다.
나는 사과 메일 한 통을 사흘째 고쳐 쓰고 있다.
그는 보내려고 쓴 것이고 나는 안 보내려고 쓴 것이다.
3. 사과
열다섯 살이 하는 사과가 나온다.
"태어나서 미안해"
어느 집이든 제일 어린 쪽이 제일 먼저 사과한다.
4. 교각
사건은 우림천 교각에서 났다.
아버지가 사는 곳은 복도식 다세대 아파트다.
떨어진 사람들은 늘 다리 밑과 복도 끝에 산다.
전망은 그쪽이 제일 넓다.

5. 리포터
한때 그의 이름이 영화 간판 맨 위에 있었다.
지금은 리포터로 카메라 앞에 선다.
간판에서 내려오는 데는 하루면 된다.
나는 올라가 본 적이 없어서 내려올 일도 없다.
6. 우산
포스터에서 남자는 비 오는 밤 골목을 혼자 걷는다.
손에는 빨간 우산 하나가 들려 있다.
우산은 어깨까지 가려 주지 않는다.
그는 쓰고도 젖은 것이고 나는 안 쓰고 젖은 것이다.
7. 자리
감독은 벌주고 사과받는 과정이 빠르게 지나간다고 인정했다.
그래도 가족의 모습으로 끝내는 게 맞다고 했다.
영화는 사건을 닫는 대신 사람들을 한자리에 앉힌다.
저쪽에는 그래도 앉을 자리가 있었다.
8. 좋은 영화
좋은 영화다.
109분 동안 나는 남의 집 거실에 앉아 있었다.
무너진 사람들이 서로를 데리러 가는 것을 봤다.
나는 아직 아무도 데리러 가 본 적이 없다.
그게 좀 부끄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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