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2026)
100일의 거짓말
작품 페이지에서 댓글 반응 보기 →
100일의 거짓말 드라마을 끝까지 보고 나서 차분히 정리한 글이에요. 복선·연출·배우 얘기는 여기에, 짧은 반응과 감정 칩은 작품 페이지의 댓글 265개에 있어요.
사람은 대의 때문에 목숨을 걸지 않는다. 대개는 제 몫 때문에 건다. 몫이 걸린 자리에서만 사람은 끝까지 간다. 이걸 인정하지 않고 시작하는 이야기는 결국 어딘가에서 거짓말을 해야 한다. 1932년 경성이 배경이다. 주인공은 소매치기다. 하루에 일 원 이상을 모아야 그날이 끝난다. 어릴 때 선교사의 집에서 조선말과 일본말과 영어를 배웠지만 그 말로 밥을 벌어 본 적은 없다. 밀항에 한 번 실패했고, 그러고도 미국에 갈 생각을 버리지 않았다. 항일 단체가 그에게 조선총독부에 들어가 밀정 노릇을 하라고 제안한다. 기한은 백 일이다. 이…

경성역 승강장에서 여자가 가방 하나를 들고 달아났다. 가방의 주인은 모자를 쓴 나이 든 여자였다. 나이 든 여자가 새로 부임한 정무총감과 인사를 나누는 중이었다. 여자는 인파 속으로 들어갔다. 여자는 기차에 올랐다. 기차 안에서 여자가 사내와 부딪쳤다. 사내는 한 팔로 아이를 안고 있었다. 여자가 사내의 지갑을 뺐다. 여자가 가방을 열었다. 가방 안에 쌀이 있었다. 쌀 속에 총알이 있었다. 여자가 총알을 꺼내 보았다. 일본 경찰이 객차를 검문했다. 쌀은 먹는 것이고 총알은 죽이는 것이다. 한 자루 안에 둘이 같이 있었다. 여자는 소…

동네 헬스장 탈의실에는 사물함이 마흔 개쯤 있는데, 그중 자물쇠가 걸린 것은 손에 꼽을 정도이고 나머지는 문짝이 반쯤 열린 채로 각자의 사정을 성실하게 공개하며 서 있다. 나는 한동안 그 자물쇠들이 대체 무엇을 지키고 있는 것인지가 궁금했다. 고리를 거시는 분들이라고 해서 특별히 금붙이를 넣어 두시는 것도 아니어서, 내가 곁눈으로 확인한 바로는 해진 수건 한 장과 바닥에 물때가 앉은 샴푸통, 그리고 뚜껑이 잘 닫히지 않는 가루 한 통이 그 안에 든 전부였다. 그렇다면 저것은 물건을 지키려고 건 자물쇠인가 아니면 자물쇠를 걸 자격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