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2024)
룩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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룩백 영화을 끝까지 보고 나서 차분히 정리한 글이에요. 복선·연출·배우 얘기는 여기에, 짧은 반응과 감정 칩은 작품 페이지의 댓글 353개에 있어요.
결론부터. 이 영화는 선을 닦지 않아서 좋고, 울리려고 애써서 싫다. 둘 다 사실이다. 나는 애니메이션의 깨끗한 선이 싫다. 정확히는 깨끗한 선만 있는 화면이 싫다. 누가 그렸는지 알 수 없게 다듬고 또 다듬어 사람 손이 지나간 흔적을 전부 지운 화면. 그 화면은 대개 예쁘고 대개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림 그리는 아이들 이야기를 그런 선으로 그렸다면 나는 첫 장면에서 껐을 것이다. 싫은 것을 마저 적는다. 노력 장면에 깔리는 벅찬 음악. 천재를 천재라고 말해 주는 대사. 비극 뒤에 붙는 교훈 한 줄. 귀여움으로 때우는 조연. …

143쪽. 원작 만화의 분량이다. 2021년 7월 19일에 한 웹 만화 플랫폼에 올라와 첫날 250만 번 읽혔고 이틀 만에 400만 번을 넘겼다고 한다. 이 143쪽을 애니메이션으로 옮긴 영화가 58분이다. 엔딩 크레딧이 53분쯤에 올라간다고 하니 본편만 치면 어림잡아 1분에 2.7쪽, 한 쪽에 22초꼴이다. 나는 이 숫자를 들고 영화를 봤다. 그리고 영화가 그 평균을 어디서 깨는지를 세어 봤다. 계산 1 · 한 컷이 몇 초인가 영화 전체는 700컷 안팎이라고 한다. 58분을 700으로 나누면 한 컷에 5초다. 보통의 극영화와 크게…

밤이고, 책상이고, 등이다. 영화는 네컷 만화를 그리는 초등학교 4학년 후지노의 뒷모습으로 시작한다. 카메라는 한 자리에 오래 서서 그 등을 본다. 감독은 인터뷰에서 이 첫 컷이 1분 30초짜리 긴 컷이라고 말했고, 관객이 지루하지 않도록 책상 위 거울에 후지노의 얼굴을 비추었다고 했다. 벽에는 메모지가 붙어 있고 침대와 창가에는 책이 쌓여 있다. 58분짜리 영화의 첫 1분 반을 방 하나, 그것도 책상 하나에 쓴 셈이다. 왜 이 영화는 사람 얼굴보다 등을 먼저 보여 줄까? 내 가설은 이렇다. 이 이야기는 두 소녀의 우정이기 전에 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