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 2026

T셔츠가 마를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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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에 적어 둔 예측 세 줄이 전부 틀렸다

삐딱선· 2026. 11. 03.· 2,806자

시작부터 호들갑 좀 떨게요. 고속버스가 사고를 냈고, 그 버스에 내 남편과 모르는 여자가 같이 타고 있었다는 소식이 1화 안에 다 나옵니다. 열 편짜리 드라마가 첫 회에 이렇게 다 던져도 되는 건가 싶었는데, 다 보고 나니 던진 게 아니라 깔아 둔 거였어요. 보면서 적은 메모를 회차 순서대로 옮깁니다. 틀린 예측도 지우지 않고 그대로 둡니다.

1화 · 세탁소에서 그 말을 듣는다

사키코는 결혼 정보지를 만드는 편집자고, 남편 미츠루는 작은 찻집을 합니다. 어느 여름날 고속버스 사고가 나요. 아내 아즈사를 잃은 남자 이츠키가 코인세탁소에서 사키코에게 말합니다. 당신 남편과 내 아내가 불륜이었다고. 나는 이 자리에서 바로 적었습니다. 「불륜 맞음. 미츠루 사망. 남은 아홉 회는 애도.」 이 세 줄이 어떻게 됐는지는 아래에서 다 공개할게요.

2화·3화 · 셋째 금요일, 그리고 휴게소

두 사람이 매달 셋째 금요일에 만났다는 게 드러납니다. 사키코가 만드는 월간지의 마감이 셋째 금요일이고, 미츠루의 가게는 금요일이 쉬는 날. 조건이 너무 딱 맞아서 더 수상했어요. 그런데 3화 끝에서 미츠루가 그 버스에 타고 있지 않았다는 게 나옵니다. 휴게소에서 내리는 모습이 방범 카메라에 찍혀 있었고, 전화로 미안하다는 한마디. 내 첫 메모의 둘째 줄이 여기서 날아갔습니다. 죽은 줄 알았던 사람이 살아 있는데 돌아오지 않는다는 게, 죽은 것보다 더 화가 난다는 걸 처음 알았어요.

T셔츠가 마를 때까지 스틸컷

4화 · 티켓 두 장

미츠루의 짐에서 불꽃놀이 티켓이, 아즈사의 짐에서 수족관 티켓이 나옵니다. 둘이서 갈 데를 정해 두었구나, 하고 나는 이츠키 편에 완전히 섰어요. 거기에 건조기 필터를 청소하라는 편지까지 사키코에게 도착합니다. 사람이 사라진 집에 집안일 지시가 날아오는 거예요. 솔직히 말하면 이 회차가 가장 열이 받았습니다. 회피형이라는 말이 이렇게까지 들어맞는 남편을 드라마에서 본 적이 없어요.

5화·6화 · 1년 뒤, 그리고 「증거는?」

1년이 지납니다. 사키코와 이츠키는 서로의 상실을 알아주는 사이가 되어 있고, 화면이 조금 따뜻해져요. 그런데 미츠루가 돌아옵니다. 그냥 돌아와요. 그리고 6화에서 불륜을 부정하면서 되묻습니다. 그쪽은 증거가 있느냐고.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본가에 있었다는 사정도 꺼내요. 나는 화면에 대고 소리를 냈습니다. 그렇게 담담하게 반격하면 어쩌라는 건가요. 그런데 이상하게 이 회차부터 이 사람이 조금씩 사람으로 보이기 시작했어요.

7화 · 셋째 금요일의 진짜 얼굴

여기서 드라마가 뒤집힙니다. 미츠루에게는 어릴 때부터 사라지는 버릇이 있었고, 아즈사는 그걸 알아본 사람이었어요. 한 달에 한 번, 코인세탁소에서. 들키지 않는 하루짜리 실종을 아즈사가 제안했다는 거예요. 몸의 관계가 아니었다고 드라마는 못을 박습니다. 나는 여기서 예측을 완전히 접었어요. 불륜이냐 아니냐를 맞히는 드라마가 아니었습니다. 사라지고 싶은 사람에게 사라질 자리를 내준 사람의 이야기였어요. 그래서 남겨진 이츠키가 더 안쓰러웠고요.

T셔츠가 마를 때까지 스틸컷

8화 · 이번엔 사키코가 사라진다

사키코가 집을 나가요. 바닷가 마을에서 아츠히코라는 남자와 아이들과 함께 있는 모습이 회차 끝에 나옵니다. 그 전까지는 사키코를 아는 사람들이 모여 그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기억이 다 달라요. 고서점 주인은 늘 다정하고 밝은 모습만 보이려 했다면 마음이 한계였을 거라고 말합니다. 가벼운 회차라는 평도 봤지만 나는 이 회차에서 처음 울었습니다. 이유는 잘 모르겠어요. 아마 내가 일곱 회 동안 남편을 욕하느라 아내 쪽은 하나도 안 보고 있었다는 게 들켜서였을 겁니다.

9화 · 운전면허증이 자꾸 나온다

아츠히코는 사키코의 첫 남편이었습니다. 그리고 면허증이 한 장씩 계속 나와요. 스물둘에, 스물다섯에, 스물여덟에, 스물아홉에, 그리고 서른하나에 미츠루. 네 번 이혼하고 다섯 번째 결혼이었던 거예요. 비극인데 연출은 거의 코미디로 밀어붙입니다. 집에 돌아온 두 사람은 비밀을 다 털어놓고 다시 시작하는데, 이번에는 서로를 잃지 않으려는 배려가 숨을 조여요. 건조기 필터가 찢어지고, 사키코가 말합니다. 헤어질까. 나는 이 「헤어질까」가 이 드라마에서 가장 다정한 대사라고 적어 두었습니다.

10화 · 티셔츠가 마를 때까지

사키코가 이혼 서류를 쓰게 하는데, 미츠루는 그걸 종이비행기로 접어 카레 냄비에 넣어 버려요 (이 장면에서 웃다가 멈췄습니다. 내 집 냄비에 그런 짓을 했으면 그날로 끝이었을 텐데, 이 사람들은 그게 사랑 고백이더라고요). 결국 두 사람은 빨래가 마를 때까지만 부부로 있기로 합니다. 그리고 서로 몰래, 마르는 빨래에 분무기로 물을 뿌려요. 제목이 여기서 풀립니다. 티켓도 풀려요. 불꽃놀이 티켓은 사람 많은 데를 못 견디는 사키코를 위해 미츠루가 산 지정석이었고, 수족관 티켓은 아즈사가 이츠키와 가려고 산 거였습니다. 처음부터 불륜은 없었어요. 미츠루는 가게를 직원 나오토에게 넘기고, 다녀올게, 다녀와, 하고 집을 나갑니다. 그리고 마지막. 사키코가 두 사람 몫의 밥을 차리고, 호박은 치워 두고, 인터폰이 울리면 어서 와. 온 사람의 얼굴은 안 나와요.

T셔츠가 마를 때까지 포스터

끝나고

내 첫 메모 세 줄 중에 맞은 건 하나도 없었어요. 불륜 아님, 미츠루 생존, 애도는 애도인데 죽은 사람에 대한 것만은 아니었음. 그런데 틀린 게 하나도 아깝지 않은 드라마는 오래간만입니다. 호박을 치워 둔 손이 누구를 기다렸는지 나는 정해 두었고, 당신도 아마 정했을 거예요. 둘이 다르면 그것도 괜찮습니다. 이 드라마가 끝에 가서 한 일이 바로 그거니까요. 이름 없는 관계여도 괜찮다고, 열 편 내내 돌려 말한 거예요. 볼까 말까 망설이는 분께는 이렇게만 말할게요. 1화에서 화가 나면 끝까지 보세요. 그 화가 어디로 가는지 보는 게 이 드라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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