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2026
아버지의 집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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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점을 보고 쓴 농담들
1. 밥상
사십 년 동안 삼시세끼 집밥만 찾은 남자가 있다.
반찬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밥상을 엎었다.
엎을 밥상이 있는 사람은 그걸 권리라고 부른다.
나는 마음에 들지 않으면 숟가락을 천천히 내려놓는다.

2. 벌점
아내가 남편의 요리에 벌점을 매기기 시작한다.
십 점이 되는 날 이혼하자고 선언한다.
그는 사십 년 동안 점수를 매겼다.
그는 사십 년 동안 점수를 받지 않았다.
3. 된장찌개
그가 난생처음 끓인 된장찌개를 아내가 한 숟갈 뜬다.
"된장 맛 음식물 쓰레기"
사십 년을 참은 사람의 첫 소감은 대체로 짧다.

4. 증상
아내는 장을 보고 오던 길에 쓰러진다.
그 뒤로 요리하는 법만 잊는다.
집밥이 아닌 것을 먹으면 기절한다.
몸은 사람이 못 하는 말을 대신 한다.
5. 칼
떨리는 손으로 칼을 든 아내의 뒷모습이 나온다.
사십 년 동안 하루에 세 번씩 들던 물건이다.
그는 그 뒷모습을 처음 본다.
6. 도시락
며느리는 아이 도시락을 제대로 챙기지 못해 미안해한다.
직접 해 보다가 결국 데우기만 하면 되는 것을 집는다.
그래도 그는 미안해하기라도 했다.
나는 데우지도 않고 먹으면서 아무에게도 미안하지 않았다.
7. 집밥
아내가 사라졌다 돌아오고 병원에서 진단이 나온다.
그는 그날부터 매일 밥을 차린다.
계란찜을 하고 자장면을 하고 사골국을 끓인다.
잊어 가는 사람 앞에 같은 밥상을 매일 새로 놓는다.
돌려받을 수 없는 밥을 짓는 일에만 이름이 없다.
8. 세로
좋은 영화다.
화면이 세로라 사람 얼굴밖에 안 보인다.
나는 그동안 식탁에서 사람 얼굴을 안 보고 밥을 먹었다.
우리 집 부엌에도 사십 년째 한 사람만 서 있었다.
그게 좀 부끄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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