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2017
나쁜 대통령: 기름 유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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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응 보려고 올린 3분
2015년 10월에 찍고 2020년 11월에 올렸다. 5년이다. 그 사이에 예고편이 먼저 나왔고, 본편은 3분이다. 설거지하다 말고 봤는데 고무장갑을 벗기도 전에 끝났다. (벗지 않았다. 마저 설거지했다.)
흐름
요즘 OTT라면 수순이 있다. 파일럿을 올리고, 반응을 보고, 시즌을 정한다. 2017년에 한 감독이 이 수순을 혼자서 하기로 했다. 캐나다에 작은 스튜디오를 차리고, 단편을 유튜브와 스팀에 풀고, 어느 것을 장편으로 키울지 보는 사람들에게 물었다. 그해에만 단편이 줄줄이 나왔다. 외계인 침공, 베트남전, 북극 기지의 괴물, 그리고 사이사이에 짧은 코미디. 코미디 쪽은 아예 제작사 로고부터 다르게 달았다. 웃기려는 쪽은 웃기려는 쪽대로 표를 받아 보자는 뜻이었을 것이다.
결과는 알려진 대로다. 베트남전 단편이 장편 후보로 뽑혔고 모금은 실패했다. 2021년 10월에 넷플릭스가 이 단편들을 한 시즌으로 묶어 올렸다. 파일럿만 모아 놓은 시즌인 셈이다. 그 여섯 번째 에피소드가 이 작품이다. 같은 대통령이 나오는 두 편을 붙여서 6분.
반응을 본다는 말은 듣기에 좋다. 다만 반응은 숫자로 오고, 숫자는 짧은 쪽에 박하다. 홈쇼핑 단편과 이 작품에 같은 배우 둘이 겹쳐 나오는 것도 그 사정일 것이다. 홈쇼핑 진행자였던 남녀가 다음 편에서는 대통령과 참모가 된다. 반응이 올 때까지는 돈을 아끼는 방식이다. (나는 그 사정을 빨래 개는 자세로 이해했다. 다 개고 나면 같은 옷을 또 입는다.)
이 흐름에서 코미디 단편 둘을 먼저 보자. 하나는 신이 나오는 단편이다. 신이 도시 모형 위에 구부정하게 앉아 집사에게 인류를 괴롭히라고 시킨다. 심심한 창조주의 사소한 결정이 인간의 재앙이 된다는 농담이고, 그 농담에는 끝이 있다. 다른 하나는 홈쇼핑 패러디다. 진행자 남녀가 미래의 주방 기구를 시연하는데 기구가 말을 안 듣고, 핏빛 셰이크 같은 것이 나온다. 광고의 밝은 말투를 끝까지 유지하다가 한 번에 뒤집는다. 둘 다 3분 안에 한 번은 뒤집힌다는 말이다.
이 작품
집무실. 대통령은 숙취 상태다. 대형 기름 유출이 났고 국민에게 할 말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 사람은 참모들에게 센트럴파크를 왜 못 샀느냐고 따지고, 전용기에 놓을 물미끄럼틀 이야기를 꺼낸다. 화면이 열릴 때는 맨 엉덩이부터 보여 준다. 그러고 나서 담화고, 그러고 나서 끝. (줄거리 쓰기가 이렇게 쉬운 작품이 또 있을까 싶다.)
흐름을 따른 곳은 분명하다. 짧고, 설정이 하나고, 로고부터 코미디다. 예고편도 수순대로 먼저 나왔다. 2017년 가을의 그 예고편에는 선글라스를 끼고 결재하는 대통령, 집무실 파티, 금칠한 리무진, 온실로 바꿔 버린 전용기, 스트립 클럽, 총격전이 다 들어 있었다. 「이건 내 나라고, 나는 파티하러 왔다」는 대사도 거기 있다. 흐름을 벗어난 곳도 거기다. 본편 3분의 무대는 집무실 하나다. 리무진도 온실도 총격전도 여기에는 없다. 5년 묵혀서 올린 3분이 예고편의 축약본도 못 된다.
신 단편과 홈쇼핑 단편에는 있는데 여기에 없는 것이 하나 있다. 뒤집히는 순간이다. 신은 결국 재앙을 내리고, 주방 기구는 결국 사람을 다치게 한다. 대통령은 처음부터 끝까지 관심이 없다. 관심 없는 사람이 3분 동안 계속 관심이 없는 것은 설정이지 사건이 아니다. 이 단편을 본 사람들의 글이 대부분 「현실의 어떤 대통령 같다」로 수렴한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안에 이야기가 없으니 바깥에서 이야기를 가져다 붙이게 된다.
여기서 한 번 정색한다. 반응을 보려고 올리는 방식은 반응이 나쁘면 접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인데, 이 대통령은 3분짜리 두 편으로도 모자라 2020년에 아프리카에서 옛 사업 동료를 만나는 세 번째 편까지 나왔고, 그 사이 정작 표를 받은 베트남전 단편은 장편이 되지 못했다. 표를 세어서 키우겠다던 흐름에서 표를 못 받은 쪽이 제일 오래 살아남았다. 흐름을 만든 사람이 흐름을 제일 안 지켰다.
볼까 말까 묻는다면, 넷플릭스 한 시즌 안에 끼어 있으니 지나가는 길에 보게는 될 것이다. 설거지는 끊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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