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2017
나쁜 대통령: 기름 유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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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농담의 주인은 누구인가
결론부터. 이 3분짜리 농담을 두고 편이 갈리는 이유는 농담이 웃기냐 아니냐가 아니다. 그 웃음이 누구 것이냐다.
줄거리는 한 줄이면 된다. 백악관 집무실. 대형 기름 유출이 터졌고, 국민 앞에서 담화를 해야 하는 대통령은 전날 술에서 아직 덜 깼다. 그는 참모들에게 센트럴파크를 왜 못 샀느냐고 따지고, 전용기에 놓을 물미끄럼틀 이야기를 꺼낸다. 첫 장면은 벗은 몸으로 연다. 러닝타임 3분. 2015년 10월에 찍어 2020년 11월에야 공개됐고, 이듬해 가을 넷플릭스에는 같은 대통령이 나오는 다른 3분짜리와 붙어 6분짜리 한 편으로 올라갔다.
나는 본 사람들의 글을 꽤 읽었다. 3분짜리치고는 글이 많다. 그리고 편이 선명하다. 가운데가 없다. 보통 호불호가 갈린다는 작품은 가운데에 「그냥 그랬다」가 두툼하게 있는데, 이 단편은 그 자리가 비어 있다. 짧아서 그럴 것이다. 3분은 미지근해질 시간도 안 된다. 정리하면 이렇다.
좋다는 쪽
- 짧아서 좋다. 농담이 하나뿐이라는 것을 만든 쪽도 알고 있고, 그래서 3분 안에 시작과 중간과 끝을 다 밀어 넣었다. 속도가 미덕이라는 논리다. 농담이 식기 전에 영화가 끝난다.
- 대통령을 연기한 배우가 좋다. 숙취에 절어 참모를 질책하는 얼굴이 연기라기보다 상태로 보인다는 것. 이쪽은 각본이 아니라 사람을 산다.
- 현실과 닮아서 웃기다. 이 단편을 백악관 다큐멘터리라고 부른 글이 있고, 2017년에는 코미디였던 것이 지금은 풍자가 됐다는 글이 있다. 기름이 바다에 쏟아지는 날 전용기 미끄럼틀을 걱정하는 사람이 집무실에 앉아 있다는 그림이, 어느 시점부터 농담으로만 보이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괴물과 외계인이 나오는 어두운 단편들 사이에서 입가심이 된다는 말도 여기 붙는다.
싫다는 쪽
- 현실이 이미 과장이라 풍자에 날이 없다. 대통령이 너무 한심해서 일을 못 한다는 설정이 과장이 아닌 시대에, 과장을 과장이라고 내놓은 것은 헛손질이라는 논리다. 좋다는 쪽의 세 번째 이유를 그대로 뒤집은 것이다. 같은 사실에서 반대 결론이 나온다.
- 유머가 게으르다. 첫 장면을 벗은 몸으로 여는 것이 가장 쉬운 길이고, 그 뒤의 농담도 새로울 것이 없다는 것. 센트럴파크를 사겠다는 것과 전용기에 미끄럼틀을 놓겠다는 것은 결국 같은 농담을 크기만 바꿔 두 번 한 것이다. 스케치 코미디 한 토막을 중간에 끊어 놓은 것 같다는 글도 있었다.
- 묶음 안에서 자리가 없다. SF 단편을 모아 놓은 묶음에 SF 요소가 하나도 없는 이 편이 끼어 있는 것이 이상하다는 것. 못된 산타 영화의 정치판 아류 같다고까지 쓴 글이 있다.
나는 싫다는 쪽에 선다. 다만 이유는 둘 다 아니다. 날이 없어서가 아니다. 날을 세울 생각이 애초에 없었다는 것이 보이기 때문이다. 좋다는 쪽의 세 번째 이유와 싫다는 쪽의 첫 번째 이유는 같은 곳을 가리킨다. 이 농담이 웃긴다면 그 웃음은 뉴스가 만든 것이지 영화가 만든 것이 아니라는 것. 2015년 가을에 찍은 3분이 2020년 겨울에 웃긴다면, 그 5년 동안 영화는 한 컷도 바뀌지 않았으니 바뀐 것은 바깥이다. 웃음의 주인이 바깥에 있다. 나는 남의 웃음을 빌려 와 제 것처럼 내놓는 물건이 싫다. 옷으로 치면 남의 옷을 입고 나온 것이다. 몸에 안 맞는 것이 보인다.
배우가 좋다는 쪽의 말은 반쯤 받는다. 숙취의 얼굴은 진짜다. 다만 나는 그 얼굴이 어디로 가는지를 보고 싶었다. 담화를 하기 싫은 사람이 담화를 하기 싫어하는 채로 끝난다. 얼굴이 좋을수록 각본이 그 얼굴에 준 일이 없다는 것이 더 보인다. 묶음 안에서 자리가 없다는 말도 반쯤 받는다. 자리가 없는 것이 아니라, 자리를 비워 두려고 넣은 편이다. 피와 괴물 사이에 숨 쉴 구멍. 입가심은 맛이 없어야 입가심이다. 그 점에서는 제 역할을 했다.
그런데도 3분은 끝까지 봤다. 짧다. 그래서 봐줄 만하다. 그래서 더 못마땅하다. 모순이 아니다. 봐줄 만하다는 것은 이 농담이 제 발로 서 있다는 뜻이 아니라, 넘어지기 전에 끝났다는 뜻이다.
양쪽 다 아닌 사람에게 한 줄. 넷플릭스 묶음에서 이 편은 6분짜리 한 칸이고, 건너뛰어도 묶음은 멀쩡하다.
한 줄로 줄이면 이렇다. 3분짜리 농담 하나를 두고 편이 갈리는 것이 아니라, 그 농담을 웃어 준 세월을 두고 편이 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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