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2017)
나쁜 대통령: 기름 유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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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대통령: 기름 유출 영화을 끝까지 보고 나서 차분히 정리한 글이에요. 복선·연출·배우 얘기는 여기에, 짧은 반응과 감정 칩은 작품 페이지의 댓글에 있어요.
혹시 3분짜리 영화를 보고 아는 사람 얼굴이 떠오른 적 있으세요? 저는 있어요. 그것도 백악관 집무실에서요. 기름이 바다에 쏟아지는 날 대통령이 전날 술에서 덜 깬 채로 담화를 앞두고 있는데, 저는 그 얼굴이 낯설지가 않았어요. 그래서 이 글은 그날 이야기와 그 장면 이야기를 번갈아 쓸게요. 그날 작년 가을이었어요. 오래된 친구들끼리 1박 2일로 산 밑 민박집에 갔는데, 새벽에 보일러가 터졌어요. 방바닥이 축축해지고 복도에 물이 흐르는데 총무를 맡은 친구가 그날따라 제일 늦게 일어났어요. 전날 밤에 제일 늦게까지 마신 사람이기도 했…

결론부터. 이 3분짜리 농담을 두고 편이 갈리는 이유는 농담이 웃기냐 아니냐가 아니다. 그 웃음이 누구 것이냐다. 줄거리는 한 줄이면 된다. 백악관 집무실. 대형 기름 유출이 터졌고, 국민 앞에서 담화를 해야 하는 대통령은 전날 술에서 아직 덜 깼다. 그는 참모들에게 센트럴파크를 왜 못 샀느냐고 따지고, 전용기에 놓을 물미끄럼틀 이야기를 꺼낸다. 첫 장면은 벗은 몸으로 연다. 러닝타임 3분. 2015년 10월에 찍어 2020년 11월에야 공개됐고, 이듬해 가을 넷플릭스에는 같은 대통령이 나오는 다른 3분짜리와 붙어 6분짜리 한 편으…

이 설정으로 가는 길을 열 개로 세어 봤다. 무능한 지도자, 집무실, 위기, 담화. 이 작품은 그중 여섯을 그대로 따르고, 둘을 비틀고, 둘은 하지 않았다. 3분 12초짜리 단편에 체크리스트를 들이대는 것이 과한 일이라는 것은 안다. 그래도 세어 봤다. 세어 보면 보이는 것이 있다. 위기는 크고 지도자는 작다. 지킴. 대형 기름 유출이 터졌고, 대통령은 전날 술에서 아직 깨지 않았다. 위기의 크기와 사람의 크기를 반비례시키는 것이 이 장르의 첫 번째 공식이고, 이 작품은 그 공식을 첫 장면에서 다 써 버린다. 무대는 방 하나다. 지…

2015년 10월에 찍고 2020년 11월에 올렸다. 5년이다. 그 사이에 예고편이 먼저 나왔고, 본편은 3분이다. 설거지하다 말고 봤는데 고무장갑을 벗기도 전에 끝났다. (벗지 않았다. 마저 설거지했다.) 흐름 요즘 OTT라면 수순이 있다. 파일럿을 올리고, 반응을 보고, 시즌을 정한다. 2017년에 한 감독이 이 수순을 혼자서 하기로 했다. 캐나다에 작은 스튜디오를 차리고, 단편을 유튜브와 스팀에 풀고, 어느 것을 장편으로 키울지 보는 사람들에게 물었다. 그해에만 단편이 줄줄이 나왔다. 외계인 침공, 베트남전, 북극 기지의 괴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