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2021)
불멸의 그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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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그대에게 드라마을 끝까지 보고 나서 차분히 정리한 글이에요. 복선·연출·배우 얘기는 여기에, 짧은 반응과 감정 칩은 작품 페이지의 댓글 9개에 있어요.
첫 회에는 오프닝 영상이 없다. 오프닝 곡은 첫 회에서 엔딩 자리에 소리만 깔리고, 영상은 2화부터 붙는다. 나는 이 결정을 먼저 적어 둔다. 스타일은 무엇을 보여 주느냐보다 무엇을 안 보여 주느냐에서 드러난다. 눈밭에 떨어진 구체가 돌이 되고 이끼가 되고 늑대가 되고 소년이 되는 한 회 동안, 이 애니메이션은 노래 한 곡 앞세울 틈을 주지 않았다. 좋은 출발이다. 그래서 나는 이 작품을 이야기로 읽지 않기로 했다. 물건으로 읽는다. 가면 하나, 옷 한 벌, 건물 하나. 셋 다 인물이 어떤 사람인지 입보다 먼저 말한다. 맞은 것 둘…

다섯, 일곱, 여덟. 스무 화를 이렇게 나눠 쓴 애니메이션이다. 첫 다섯 화는 눈밭과 숲의 마을, 그다음 일곱 화는 한 집에서 네 해, 마지막 여덟 화는 섬. 열두 화와 열세 화 사이에는 총집편이 한 번 끼어 있다. (총집편은 빨래 개면서 틀어 놨다가 반쯤 졸았다. 자백이다.) 2021년 봄부터 여름까지 일본 공영방송의 교육 채널에서 매주 월요일에 나갔고, 국내에서는 수요일 밤에 동시 방영했다고 한다. 교육 채널에서 스무 화를 끊지 않고 한 번에 끝낸 구성. 요즘 기준으로 보면 조금 옛날식이다. 그 얘기를 하려고 한다. 흐름 요즘 …

먼저 고백한다. 나는 이 작품의 마지막 회를 보고 울지 않았다. 대신 방을 치웠다. 왜 그랬는지는 아래에 있다. 흩어지는 쪽으로만 간다 물리에서 엔트로피라고 부르는 양이 있다. 어렵게 들리지만 매일 보는 것이다. 예를 셋만 들겠다. 정리한 책상은 가만 두면 어질러지는데, 어질러진 책상이 가만 둬서 정리되는 일은 없다. 뜨거운 국은 식는데, 식은 국이 저절로 다시 뜨거워지지 않는다. 주머니 속 이어폰 줄은 꼬이는데, 꼬인 줄이 저절로 풀리는 일은 없다. 세상은 흩어지는 쪽으로만 간다. 모으려면 바깥에서 누군가 일을 해야 한다. 책상은…

불, 불에 데면 아프다. 멸, 멸치도 한때는 헤엄쳤다. 의, 의미는 나중에 온다. 삼행시는 여기까지. 이 작품의 장점은 제목이 삼행시로 풀린다는 것이다. 농담이다. 장점은 더 있고, 아래에 적었다. 스무 편을 봤다. 대사와 장면을 받아 적었다. 그대로 옮긴 건 세 줄이다. 나머지는 상황으로 적는다. 구체. 누군가 구체를 땅에 던진다. 돌이 되고, 이끼가 되고, 상처 입은 흰 늑대가 된다. 자극을 받아야 모습을 얻는다. 주인공이 돌멩이로 시작하는 이야기다. 나는 그 돌보다 조금 더 움직이는 날이 있고, 아닌 날이 있다. 무덤. 늑대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