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2010

타이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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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만 고르면 이 영화도 남는다

조용한근육맨· 2026. 10. 24.· 2,739자

먼저 반대편을 적는다. 《타이탄》은 개봉 당시 평이 좋지 않았다. 1981년 영화를 다시 만든 이 작품에 대한 평론가들의 중론은, 원작에 대한 애정은 분명하지만 각본의 허술함을 메울 만큼 볼거리가 넉넉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3D 상영을 위해 2D로 찍은 화면을 뒤늦게 변환했고, 감독 자신이 나중에 그 변환이 급하게 이뤄졌으며 결과가 나빴다고 인정했다. 주인공의 동기도 흔들린다. 신을 미워하는 반신이 끝내 신의 도움으로 일을 끝낸다는 지적이 있었고, 영웅이 자기 고집으로 동료를 잃고도 뉘우치는 기색이 없다는 지적도 있었다. 크라켄과의 마지막 대결이 긴 여정에 비해 짧고 허전하다는 말도 있었다. 나는 이 지적들이 대체로 맞다고 본다.

그런데도 이 영화에서 좋은 것을 셋만 고르라면 고를 수 있다. 셋을 고르고, 각각을 장면으로 증명하고, 그중 어느 것이 가장 약한지 내가 먼저 말하겠다. 그것이 이 글의 전부다.

하나. 신들이 왜 인간을 필요로 하는지 설명하는 각본

신화 영화는 보통 신이 왜 강한지만 보여 준다. 이 영화는 신이 왜 약해지는지를 먼저 말한다. 이오의 목소리로 시작하는 서두에서 영화는 신들이 티탄과 싸울 때 하데스가 크라켄을 만들어 승리를 가져왔고, 싸움이 끝난 뒤 세상을 나누며 하데스가 지하를 떠맡았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올림포스 장면에서 제우스는 인간의 기도가 신의 힘이 된다고 말하고, 기도가 끊기면 신이 약해진다고 걱정한다. 하데스는 다른 길을 안다. 그는 기도가 아니라 인간의 두려움으로 힘을 얻는다. 그래서 그는 인간에게 벌을 주겠다고 제우스를 설득하고, 제우스는 처음에 다른 신들 편에 섰다가 결국 하데스에게 길을 내준다.

이 설정이 좋은 이유는 인간 쪽의 반란에도 논리를 준다는 점이다. 아르고스가 신상을 넘어뜨리고 전쟁을 선언하는 것은 그저 교만이 아니라, 기도를 끊으면 신이 약해진다는 것을 인간들이 눈치챘다는 뜻으로 읽힌다. 누군가 말한다. 「이제 우리가 신이다.」 왕비 카시오페이아가 딸을 신들과 견주는 것도 같은 줄기다. 하데스가 열흘을 주고 공주를 요구하는 것은, 신이 공포로 먹고산다는 설정의 정확한 귀결이다. 두려움을 가장 크게 만드는 방법은 시한을 정해 주는 것이다. 각본의 다른 곳이 허술하다는 것을 인정한 뒤에도, 이 한 줄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끊어지지 않는다.

타이탄 스틸컷

둘. 괴물을 효과가 아니라 생물로 설계한 연출

이 영화의 괴물들은 크기로만 밀지 않는다. 제작 과정이 알려진 바로는 크라켄 하나를 설계하는 데 다섯 달가량이 걸렸고, 그 피부에는 수천 년 햇빛을 보지 못한 생물이라는 설정에 맞춰 비늘 아래가 비치는 질감을 넣었다. 크라켄이 바다에서 올라올 때 비늘을 타고 물이 쏟아지는 것은 그래서다. 전갈은 집게에서 꼬리까지 어른 키의 네다섯 배 길이로 잡았고, 배우들이 실제로 붙어 싸울 수 있게 실물 크기 장치를 만들었다. 페가수스는 네덜란드 품종의 검은 말 두 마리를 실제로 찍은 뒤 날개만 나중에 그려 넣었다. 메두사는 상반신이 사람이고 하반신이 뱀이며, 이전 판본들과 달리 소리 없이 사냥하는 몸으로 설계됐다. 스틱스의 마녀들은 배우가 거의 앞을 못 보는 보형물을 쓰고 연기했다.

이것이 왜 연출의 장점인가. 괴물이 생물로 설계되면 사람 쪽의 동작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전갈이 실물 크기의 장치로 거기 있으면 배우는 그 다리를 피해 뛰어야 하고, 그 뜀이 화면에 남는다. 검은 말이 실제로 달리면 날개가 그려진 뒤에도 말의 무게가 남는다. 메두사가 소리 없이 다가오는 몸이면 신전 장면은 크기의 싸움이 아니라 숨죽이는 싸움이 된다. 이 영화를 좋게 본 평자들이 메두사 장면을 가장 좋은 대목으로 꼽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거기서 괴물은 효과이기를 멈추고 포식자가 된다.

타이탄 포스터

셋. 원작을 베끼지 않고 고쳐 쓴 선택들

이 영화는 1981년 작품의 리메이크다. 원작을 직접 본 것은 아니고 확인한 자료로만 말하면, 바뀐 것은 적지 않다. 원작에서 페르세우스의 연인은 안드로메다였고 그는 아르고스의 왕이 된다. 이 영화에서 연인은 이오로 바뀌었고, 페르세우스는 왕좌도 올림포스도 거절한다. 칼리보스와 안드로메다의 비중이 달라졌고, 포세이돈을 비롯한 다른 신들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원작에 대한 인사도 빠뜨리지 않았다. 원작의 기계 올빼미가 짧게 얼굴을 비치고, 제작진 중에는 소년 시절 원작 현장에서 바로 그 올빼미에 깃털을 붙였던 사람이 있었다.

왜 이것이 장점인가. 리메이크의 선택은 둘 중 하나다. 원작을 따라가거나, 바꾸거나. 이 영화는 결말의 방향을 바꿨다. 영웅이 보상을 받는 이야기에서 영웅이 보상을 거절하는 이야기로. 그 거절이 설득력 있게 찍혔는지는 별개의 문제고, 앞에서 적은 반대 의견들이 바로 그 지점을 때린다. 그러나 무엇을 바꿀지 정한 방향 자체는 분명했다. 신을 미워하는 사람이 신이 되지 않는 쪽으로 끝나는 것은, 적어도 이야기의 앞과 뒤가 맞는 선택이다.

셋 중 가장 약한 것

정확히 말하면 셋째가 가장 약하다. 방향이 분명했다는 것과 그 방향으로 잘 갔다는 것은 다른 말이고, 이 영화는 전자만 해냈다. 둘째도 반쪽이다. 괴물을 생물로 설계해 놓고도 가장 큰 괴물인 크라켄의 결전은 짧게 끝나서, 다섯 달의 설계가 화면에 머무는 시간이 아깝다. 첫째가 가장 튼튼하다. 기도와 공포라는 두 가지 연료로 신들을 설명한 각본의 줄기는, 영화의 다른 부분이 흔들릴 때도 혼자 서 있다.

그래서 추천은 이렇게 한다. 신화의 영웅담을 기대하면 실망할 것이다. 신들이 무엇을 먹고사는지에 대한 설정 하나와, 생물처럼 만든 괴물 몇 마리를 보러 간다면 손해는 아니다. 열흘짜리 이야기라서 한 자리에서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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