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2010)
타이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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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탄 영화을 끝까지 보고 나서 차분히 정리한 글이에요. 복선·연출·배우 얘기는 여기에, 짧은 반응과 감정 칩은 작품 페이지의 댓글 84개에 있어요.
백 분 남짓한 영화에서 가장 유명한 대사가 아흔 분쯤 지나서야 나온다. 「크라켄을 풀어라.」 예고편이 이 한마디로 영화를 팔았고, 어떤 관객은 그 말을 듣기까지 한 시간 반을 기다렸다고 적어 두었다. 나는 그 기다림을 사기라고 부르는 쪽에 서지 않겠다. 다만 이 영화가 어떤 약속을 했고, 무엇을 지켰으며, 무엇을 어겼는지는 또박또박 세어 볼 참이다. 《타이탄》은 괴수 모험극이다. 모험극은 약속이 많은 장르다. 약속 괴수 모험극이 관객과 맺는 약속은 셋으로 줄일 수 있다. 첫째, 괴물을 보여 준다. 크기와 질감을 아끼지 않고, 오래.…

솔직히 말하면 나는 이 영화를 멋진 영웅 때문에 다시 생각하게 된 게 아니다. 바닥에 나동그라진 사람을 누군가 두 번이나 내려다보는 장면 때문이었다. 《타이탄》에는 주인공이 훈련을 받다가 넘어지는 장면이 두 번 나온다. 한 번은 근위대장한테, 한 번은 늙지 않는 여자한테. 나는 그 두 번을 보다가 엉뚱하게도 스무 해 전 수영장 냄새를 맡았다. 염소 냄새. 이 얘기는 조금 뒤에 하겠다. 길지 않다. 줄거리는 아주 짧게만. 1981년 영화를 다시 만든 백여 분짜리 신화 액션이다. 어부 손에서 자란 페르세우스는 하데스가 보낸 것들에게 가…

먼저 반대편을 적는다. 《타이탄》은 개봉 당시 평이 좋지 않았다. 1981년 영화를 다시 만든 이 작품에 대한 평론가들의 중론은, 원작에 대한 애정은 분명하지만 각본의 허술함을 메울 만큼 볼거리가 넉넉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3D 상영을 위해 2D로 찍은 화면을 뒤늦게 변환했고, 감독 자신이 나중에 그 변환이 급하게 이뤄졌으며 결과가 나빴다고 인정했다. 주인공의 동기도 흔들린다. 신을 미워하는 반신이 끝내 신의 도움으로 일을 끝낸다는 지적이 있었고, 영웅이 자기 고집으로 동료를 잃고도 뉘우치는 기색이 없다는 지적도 있었다. 크라켄과의…

바다에 관 하나가 떠 있다. 어부가 그것을 건져 올린다. 안에 여자가 죽어 있고, 아기가 살아 있다. 어부의 이름은 스피로스다. 그는 아기를 집으로 가져간다. 아내와 딸이 있는 집이다. 아기 이름은 페르세우스가 된다. 《타이탄》은 그렇게 시작한다. 신들의 이야기라고 들었는데 첫 번째로 일하는 사람은 어부다. 세월이 지난다. 페르세우스는 아버지의 배를 탄다. 그물을 던지고 거둔다. 어릴 때부터 해 온 일은 이것 하나다. 배 위에서 아버지가 신들에 대해 말한다. 「언젠가 누군가는 말해야 할 거다. 이제 그만.」 그 말을 하는 사람은 왕…

칼 한 자루가 있다. 올림포스에서 벼린 칼이라고 한다. 《타이탄》에서 이 칼은 주인공보다 일찍 자기 할 일을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주인공은 내내 쓰지 않겠다고 하고, 칼은 내내 근처에 있다. 나는 영화를 보다가 사람보다 사물의 행적을 따라가는 버릇이 있는데, 그러면 줄거리가 흐려지는 대신 다른 것이 또렷해진다. 그래서 이 글은 페르세우스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가 쓰지 않겠다고 한 칼의 이력서다. 쓰다 보니 이력서가 그 주인의 이력보다 길어졌다. 사물에게도 그런 일이 있다. 발급. 길 위에서, 거절 칼이 처음 등장하는 자리는 아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