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1974

셀린느와 줄리 배 타러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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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이 없는 데까지 가는 데 세 시간

지도대장· 2026. 10. 31.· 2,995자

왜 이 영화의 제목에는 배가 들어갈까? 세 시간이 넘는 영화에서 배는 끝에 잠깐 나온다. 프랑스어로 「배를 타러 간다」는 말에는 이야기에 홀려 끌려간다는 뜻도 있다고 한다. 나는 그 설명을 읽고 나서도 답을 하나 더 갖고 있다. 이 영화는 공간을 네 번 갈아타는 영화고, 배는 그중 마지막이자 유일하게 벽이 없는 공간이다. 벽이 없는 데까지 가는 데 세 시간이 걸린다.

공간 1. 벤치와 계단

시작은 몽마르트르의 공원 벤치다. 도서관 사서 줄리가 앉아서 마법에 관한 책을 읽는다. 카바레 마술사 셀린느가 그 앞을 급히 지나가며 물건을 떨어뜨린다. 스카프가 날아가고 가방에서 인형이 떨어진다. 줄리가 쫓아간다. 셀린느는 자기를 추격한다고 여기고 더 달아난다. 둘은 골목을 지나 언덕의 케이블카를 타고 몽마르트르의 그 긴 계단을 뛰어 올라간다.

이 공간의 성질은 하나다. 넓고, 높낮이가 있고, 두 사람이 한 줄로 서 있다. 앞사람과 뒷사람. 쫓는 사람과 달아나는 사람. 벤치는 앉는 곳이고 계단은 오르는 곳인데, 영화는 앉아 있던 사람을 일으켜 세워 계단을 뛰게 한다. 관계는 아직 생기지 않았다. 거리만 있다. 그 거리가 좁혀질 듯 좁혀지지 않는다.

공간으로 보면 두 사람이 나란히 설 자리가 여기에는 없다. 계단은 폭이 좁고 길이 길다. 그래서 다음 공간이 필요하다.

셀린느와 줄리 배 타러 가다 스틸컷

공간 2. 줄리의 아파트

셀린느는 곧 줄리의 집에 들어와 산다. 줄리가 블러디 메리를 만들어 주는 장면으로 동거가 시작된다. 이 집에서 두 사람은 처음으로 같은 높이에 선다. 계단에는 위아래가 있었고 벤치에는 앉은 사람과 지나가는 사람이 있었는데, 방 안에는 그런 순서가 없다.

이 방에서 일어나는 일이 두 가지다. 하나는 바꿔 입기다. 셀린느는 가발을 쓰고 줄리인 척 공원의 정자로 나가 줄리의 어릴 적 연인 길루를 만나고, 춤을 추고, 약혼을 하고, 헤어진다. 줄리는 셀린느에게 온 오디션 전화를 받고 카바레에 가서 셀린느와 전혀 다른 마술을 즉흥으로 벌인다. 서로의 자리를 바꿔 나가는 일은 방 안에서 준비되고 방 안으로 돌아온다. 같은 높이에 선 사람끼리만 가능한 일이다.

다른 하나는 사탕이다. 저택에서 밀려 나온 두 사람은 입에 사탕 하나를 물고 있다. 그 사탕을 녹여 먹으면 저택 안에서 본 것이 조금씩 돌아온다. 먹을 때마다 더 많이 돌아온다. 두 사람은 이 방에 앉아 사탕을 번갈아 물고, 저택의 이야기를 조각조각 맞춘다. 그러니까 이 아파트는 집이면서 동시에 상영관이다. 사탕을 먹으며 남의 이야기를 보는 곳. 담 너머에서 일어난 일을 벽 안에서 되돌려 보는 곳.

이 방의 장면들은 배우들이 함께 썼다고 한다. 각본에 감독과 함께 네 배우의 이름이 올라 있다. 방 안에서 두 사람이 같은 높이에 선 것은 아마 카메라 바깥에서도 그랬을 것이다.

공간 3. 나디르오폼 가 7번지 비스

그 저택은 파리 안에 있지만 파리와 떨어져 있다. 담이 둘러 있고 담쟁이가 벽을 덮었다. 조용하다. 영화 속 누군가는 그 집을 두고 진짜 시체 안치소 같다고 말한다.

저택 안의 이야기는 백 년 전 미국 소설가의 단편들에서 가져왔다고 한다. 그러니 담 안쪽은 시대도 다르다. 바깥은 1974년의 파리인데 안쪽은 지난 세기다. 담 하나가 공간만 아니라 시간도 가른다.

이 공간의 규칙은 두 사람이 하나씩 몸으로 알아낸다. 들어간다. 정신을 잃는다. 그날 늦게 파리의 거리로 밀려 나온다. 입에는 사탕이 있다. 안에서 무엇을 봤는지는 사탕을 먹어야 떠오른다.

안에서 돌아가는 이야기는 지난 세기의 멜로드라마다. 홀아비 올리비에, 그의 어린 딸 마들린, 유모 앙젤, 그리고 올리비에를 두고 다투는 카미유와 소피. 아이는 매번 죽는다. 같은 하루가 같은 순서로 되풀이된다. 어떤 글은 그 안의 사람들을 모터로 돌아가는 스노볼 속 인형 같다고 썼다. 감독은 이 안쪽 장면을 찍을 때 1940년대 후반 할리우드 영화의 깊이 있는 화면을 떠올렸다고 한다. 바깥의 파리가 실제 거리에서 찍혔다면, 담 안쪽은 못 박힌 듯 정돈돼 있다.

공간이 관계를 정한다는 말은 여기서 가장 또렷하다. 담 안에서 두 사람은 처음에 보는 사람이다. 보고, 밀려 나오고, 사탕으로 복기한다. 저택이 그들에게 준 자리는 관객석이었다. 그런데 그 관객석에는 한 사람씩만 들어갈 수 있었다. 혼자 들어간 사람은 이야기를 바꿀 수 없다. 두 사람이 함께 들어간 뒤에야 안의 사람들 틈에 섞여 움직이고, 아이를 데리고 나온다. 혼자서는 벽이고 둘이면 문이다.

나는 처음에 저택이 이 영화의 주인공이라고 생각했다. 절반만 맞다. 저택은 들어온 사람의 수에 따라 성질이 바뀌는 공간이고, 그 수를 둘로 만든 것은 아파트다. 아파트가 없었으면 저택은 끝까지 관객석이었을 것이다.

셀린느와 줄리 배 타러 가다 포스터

바뀐 공간. 물 위

마지막에 셀린느와 줄리와 마들린은 작은 배에 탄다. 고양이도 함께다. 노를 젓는다. 옆으로 다른 배가 지나간다. 저택의 어른들이 타고 있다. 굳은 자세로, 좋지 않은 표정으로, 움직이지 않은 채 스쳐 간다. 소리가 사라진다.

세 시간 동안 이 영화의 공간에는 전부 벽이 있었다. 계단에는 난간이, 아파트에는 벽이, 저택에는 담이. 배에는 없다. 물 위에서는 두 배가 나란히 지나갈 수 있고, 어느 쪽도 상대를 가두지 못한다. 저택 안에서 되풀이되던 이야기는 담 밖으로 나오자 그냥 지나가는 것이 된다. 바뀐 공간이 바꾼 것은 그것이다. 이야기를 보던 자리에서 이야기 옆을 지나가는 자리로.

원제에는 「파리 위의 유령 여인들」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유령은 벽을 지나다니는 존재다. 세 시간 동안 벽에 막히던 두 사람이 마지막에 가서야 그 부제에 어울리는 자리에 앉는다.

그리고 영화는 벤치로 돌아간다. 이번에는 셀린느가 앉아 있고 줄리가 뛰어 지나가며 책을 떨어뜨린다. 두 사람은 같은 윗옷을 입고 있다. 공간은 같은데 자리가 바뀌었다. 처음의 벤치에서 두 사람 사이에는 거리만 있었고, 지금은 거리를 바꿔 앉을 수 있는 사이다. 그 차이를 만드는 데 아파트 한 채와 저택 한 채와 배 한 척이 들었다.

왜 제목에 배가 들어가는가. 이야기에 홀려 끌려간다는 뜻이 맞을 것이다. 그리고 벽 없는 데까지 가 본다는 뜻도, 아마 조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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